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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1분기 ‘깜짝 성장’에 취해 긴장 늦춰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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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착시 속 3월 전 산업생산 2.1% 감소





‘3고’에 유가 급등 겹치며 체감 경기와 차이





규제 완화, 산업·자영업 구조조정 고삐 죄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일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로 상향 조정했다. 지난 2월 제시한 전망치(2.2%)보다 0.4%포인트 높였다. 반도체 수요 등에 따른 수출 호조로 일시적인 소강 국면에서 벗어나 성장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단기적으로 고금리와 고물가 영향을 받겠지만, 소비와 투자도 올해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OECD의 예상은 1분기 ‘깜짝 성장’과 궤를 같이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1.3%(전 분기 대비·속보치)를 기록했다. 분기 성장률로는 2021년 4분기 이후 2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수출과 내수 회복 덕이다. 예상을 뛰어넘는 성적표에 정부는 반색했다. 기획재정부는 수치가 나온 지난달 25일 “한국 경제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별도의 입장 자료를 내놓으며 백브리핑까지 했다. 내수가 회복하며 수출과 내수의 균형 잡힌 회복세를 보인다고 했다.

자화자찬도 함께였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기 대비 1.3% 중 민간 기여도가 1.3%포인트 전체를 차지하고 정부 기여도는 0%포인트”라며 “재정 주도가 아니라 민간이 전체 성장률에 온전히 기여했다는 점에서 민간 주도 성장”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연간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할 전망이다. 얼마나 높이느냐를 고민하는 눈치다.

경제가 회복 기미를 보이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문제는 체감 경기와의 온도 차다.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의 ‘3고(高)’ 상황에서 국제 유가까지 들썩이는 탓에 가계와 기업의 지갑이 더 얇아지며 부담은 커지고 있다.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내수 회복을 피부로 느끼지 못하는 것이다. 경기 흐름에 대한 분석과 진단이 조금씩 엇갈리는 이유다.

이런 의구심에 불을 붙인 건 3월 산업활동동향이다. 전 산업생산(전달 대비)이 2.1% 감소했다. 감소 폭으로는 2020년 2월 이후 49개월 만에 최대다. 건설기성(-8.7%)과 설비 투자(-6.6%) 등이 부진한 영향이다. 게다가 현재와 미래의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와 선행종합지수 순환변동치가 동반 하락했다. 정부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경기 회복 흐름은 지속하고 있다며 단속에 나섰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3월 생산 감소 폭이 큰 만큼 1분기 ‘깜짝 성장’은 일시적이거나 2분기 상황이 좋지 않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엇갈리는 전망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이들 지표에서 드러난 한국 경제의 문제다. 반도체 착시와 양극화다. 1분기 반도체 생산은 1년 전보다 44.8% 늘어났다. 기저효과까지 겹치며, 2010년 1분기 이후 14년 만에 최대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반도체 원맨쇼로 1분기의 ‘깜짝 성장’이 가능했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수출 회복이 내수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보고서에서 고금리로 기업 투자가 위축되면서 수출 회복이 소득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금리 인하가 내수 회복의 관건이 될 것으로 분석했지만, 상황은 여의치 않다. 물가 고공행진으로 미국의 금리 인하 시기는 미뤄질 전망이다. 한국이 선제적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다.

1분기의 ‘깜짝 성장’에도 민생은 여전히 팍팍하다. 그나마 살아나는 경기가 탄력을 받고 각종 대외 변수와 압력에도 버틸 수 있도록 노동·연금·교육 개혁과 산업 및 자영업 구조조정 등에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한다. 민간 활력을 북돋울 규제 완화 등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깜짝 성장’에 취해 긴장을 잃고 실기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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