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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알뜰폰 시장에 ‘메기’ 등장…통신사 최대 경쟁자는 은행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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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시장에 은행 등장해 통신사 ‘긴장’
은행, ‘자본·신뢰’ 기반 고객 확대 나설 듯
보안력·정보수집력 등 차별화 무기 가득


매일경제

통신 3사. [사진 = 연합뉴스]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SKT·KT·LG유플러스 이동통신3사 사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가입자 수를 지속 늘려오며 이통3사를 위협해 온 알뜰폰 시장에 막대한 자본력과 인지도를 갖춘 은행까지 참전하자 통신시장 생태계가 재편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KB국민은행에 이어 최근 우리은행까지 알뜰폰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재 은행 중 알뜰폰 사업을 활발히 전개하는 대표주자는 KB국민은행이다. KB국민은행은 2019년 4월 제1호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돼,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을 운영하고 있다. KB리브엠은 ▲알뜰폰 사업자 최초 5G 요금제·워치 요금제 ▲24시간 365일 고객센터(실시간 채팅상담 포함) ▲멤버십 혜택·친구결합 할인 ▲보이스피싱 예방 등 다양한 기능과 혜택을 선보이며, 시장 진입 5년 만에 시장점유율 5%에 가까운 가입자 42만명을 모았다.

앞서 지난 5일 금융위원회는 KB리브엠을 은행의 정식 부수 업무로 인정했다. 금융권에서 비금융사업이 정식 부수업무로 인정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15일엔 우리은행이 ‘알뜰폰(MVNO) 사업 통신 사업자 제안’ 공고를 게시하며 은행권 알뜰폰 사업 진출 대열에 합류했다.

KB국민은행의 관련 사업 수익성 확대와 우리은행의 향후 성과 등에 따라 신한, 하나, NH 등 다른 주요 은행도 언제든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의 최대 경쟁자는 대형 통신사가 아니라 사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알뜰폰 시장”이라며 “여기에 거대 자본력을 기반으로 보안성, 멤버십 혜택 등을 활발하게 시도할 수 있는 은행까지 끼어들었으니 시장의 판도 변화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알뜰폰의 가입자 수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871만9267명으로 5년 전과 비교해 170만명이 늘었다. 고물가 기조 장기화 속 필수 지출 항목인 통신요금이라도 줄이려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며, 알뜰폰으로 갈아탄 영향이다. 여기에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로 관련 시장 자본 규모와 유통 영향력의 비약적 성장이 예고된다.

통신사가 ‘후발주자’인 은행을 견제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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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은행의 알뜰폰 브랜드 ‘KB리브엠’ [사진 출처 = KB국민은행]


은행권은 알뜰폰 사업의 한계로 지적받아 왔던 보안 등을 보완할 신규 플레이어로 주목받고 있다.

그간 알뜰폰의 최대 단점은 ‘취약한 보안성’이 꼽혔다. 알뜰폰은 인증 절차만 거치면 대리점에 가지 않고도 온라인으로 개통할 수 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직접 개통할 경우, 1단계에서 실명 확인을 하고 2단계에서 본인 인증 과정을 거친다. 이 2단계 본인 인증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본인 확인으로 여러 사이트에서도 비슷하게 사용되는데, 비교적 간단한 해킹으로 뚫릴 수 있다. 이를 악용해 타인의 명의로 알뜰폰을 개통해 대포폰 등으로 활용한 사례가 많았다.

은행은 보안이 경쟁력인만큼 고도화된 자체 AI 보안기술 등을 갖추고 있다. 이는 은행이 알뜰폰 시장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단기간 내 영향력을 키울 최강의 무기로 꼽힌다.

실제로 국민은행의 알뜰폰 서비스인 ‘KB 리브모바일(KB리브엠)’은 전기통신사업자 이용자 보호업무 평가에서 ‘우수’ 등급을 받았다. 여기에 전국구 대면 창구와 고객센터 등을 활용해, 알뜰폰 사업자 최초로 24시간 365일 고객센터(실시간 채팅상담 포함)도 도입했다. 통신이용자 보호 전담 조직을 설립해 불만처리와 피해구제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은행권은 막강한 신뢰도를 기반으로, 알뜰폰의 주요 타깃인 중장년~노년층을 흡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휴대폰의 디자인과 기능보단 단순한 요금제도와 저렴한 가격을 더 중요시하는 어르신들은 알뜰폰 사업의 주요 타깃”이라며 “해당 연령층은 은행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데, 1대1 맞춤형 대면 면담 시스템을 갖춘 은행창구에서 각 은행별 혜택이 적용된 알뜰폰을 추천할 시 이들은 곧바로 넘어갈 확률이 크다”고 말했다.

은행이 알뜰폰 시장에 눈독 들이는 궁극적 목적은 ‘고객 유치’다. 은행간 치열한 고객 유치 경쟁에서 알뜰폰 요금을 은행 계좌로 연결하는 방식으로, 장기적·안정적 고객 수를 늘릴 수 있단 계산이 나온다.

향후 은행들은 고객 정보 수집력을 기반으로 고객 맞춤형 알뜰폰을 은행에서 추천하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과 통신을 직접적으로 융합시켜 요금제를 설계해, 은행과의 거래실적에 따라 통신 요금을 할인 받는 식이다.

국민은행의 경우, 자사 알뜰폰과 연계된 ‘KB국민 Liiv M Ⅱ카드’ 이용 고객이 직전 1개월 합계 30만원 이상 사용 등 기준 실적을 채울 시 통신비를 월 최대 1만7000원, 연 최대 20만4000원 할인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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