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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中이 불지른 아시아 군비경쟁 … 전쟁 난 유럽보다 국방비 더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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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재무장 시대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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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강의 군사대국인 미국 독주에 중국과 러시아가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압도적인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이지만 최근 국방비 증액 속도는 두 나라에 맹추격당하는 모양새다. 다만 미국 하원이 지난 20일(현지시간) 반년 동안 계류 중이던 총 950억달러(약 131조원)의 안보예산 패키지 법안을 통과시켰고 이번주에 상원에서 일괄 처리할 방침이어서 글로벌 국방지출은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이스라엘, 대만 지원을 공언한 만큼 중국과 러시아도 국방비를 늘릴 수밖에 없어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김영호 국방대 교수는 "10년 전 크림반도 병합,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기점으로 서방과 중·러 진영 간 서로 세력 싸움을 했던 과거의 '망령'이 재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두 개의 전쟁'을 진행 중인 유럽이나 중동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더 불안해 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영토·국경 분쟁, 남중국해 긴장을 포함한 지정학적 위협에 대응해 국내총생산(GDP)의 2%를 웃도는 국방비를 책정했다. 유럽 대륙 국가들의 국방비 2% 목표가 지지부진함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과 대비된다.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가 올해 발간한 2024년 세계 군사력 균형 평가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중국과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 총합은 7025억달러로 미국 국방비(9050억달러)의 77%에 달했다. 총액만 놓고 보면 미국의 턱밑까지 쫓아왔다. 34%에 불과했던 2020년과 비교하면 단기간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미국은 그간 독보적인 국방비 지출 1위 국가였다. 2008년 기준 미국은 국방비로 6070억달러를 썼는데, 이는 전 세계 국방비의 약 40%에 해당한다.

IISS에 따르면 중국은 2020년 대비 2023년 국방비 지출을 2배로 늘렸다. 2035년까지 군사 현대화를 달성하고 2049년까지 세계 최고 군사강국이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최근 격화하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대만 침공 시나리오 등을 고려하면 중국 국방비는 더욱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러시아는 작년 기준 국방비 지출 3위 국가가 됐다. 미국이나 중국에 비해서는 적지만 병력과 핵 억지력, 군사 인프라스트럭처 현대화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 특히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86% 증가했다. 지난해 국방비 지출도 GDP 대비 7.5%에 달했다.

또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 증가 속도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4.5% 증가했고,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은 평균 1.6%였다. 반면 아시아 국가들의 국방비는 전년 대비 7% 증가해 2배 가까이 가파르게 늘었다. GDP 대비 비중도 평균 1.8%를 기록해 더 높았다.

실제로 상당수 아시아 국가들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 사이에서는 지지부진한 '국방비 비중 GDP 2% 내외' 목표를 이미 달성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서 발표한 2022년 국가별 국방지출 통계에 따르면 싱가포르(2.8%), 호주(1.9%)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남중국해를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으로 GDP 대비 국방비 비중을 높게 유지하고 있다.

사실상 재무장에 나선 일본도 지난해 7조9496억엔(약 71조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국방예산을 편성했다. 일본은 2027년까지 방위비를 총 43조엔으로 늘려 미국과 중국에 이은 세계 3위 군사대국에 등극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1976년 이후 방위비를 GDP 대비 1% 이내로 유지해온 원칙도 폐기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국가들의 군비 지출 확대가 연쇄적 작용인 만큼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지금 아시아의 국방비 증가를 견인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라며 "중국 같은 강대국이 남중국해와 동북아에서 세력 확장을 시도하면 필리핀과 대만을 비롯한 주변 국가들도 방어적 차원에서 군비를 늘리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중동 군비 경쟁도 불가피하다. 이미 이스라엘은 지난달 한도가 5841억셰켈(약 213조원)로 상향 조정한 전시 추가경정 예산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란도 이스라엘에 대한 대대적인 보복을 감행한 상태다. 이번 사태가 이란과 이스라엘 간 전면적인 충돌로 번질 시 역내 군비 경쟁은 더욱 격화될 수밖에 없다.

군비 경쟁이 진영 간 군사 세력화를 더 부추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일본의 오커스 편입 논의가 단적인 예다. 김 교수는 "(이 같은) 군비 경쟁은 결국 강대국을 축으로 하는 진영화·세력화가 다시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분석했다.

[한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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