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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이슈 대한민국 저출산 문제

“15년 뒤엔 10채중 1곳 빈집, 도심엔 슬럼가”...저출산 시대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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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미래인구硏의 경고

고령층 작은 평수로 옮기고
새 가족은 4인용 집 얻게 해
선제적 주택공급 조절 필요

2040년 주인없는 집 239만호
도시공동화로 슬럼화 늘지만
주택수요 줄며 집값 상승 꺾여
노후주택 재정비 쉽지 않을것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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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저출생·고령화 국면이 계속될 경우 국내 부동산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이란 암울한 연구가 나왔다. 가임기 여성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신생아 수를 의미하는 합계출산율이 0.8명에도 못미치고 있는데, 전세계적으로도 유례없이 낮은 상태다. 이때문에 전국 주택 10채중 1채 이상이 빈집으로 버려져 도시 슬럼화가 가속화하고, 재개발·재건축을 비롯한 도시 재정비도 더디게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다.

23일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은 저출생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변화가 국내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이용만 한성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인구구조 변화로 국내 총가구수가 하락하는 2040년을 전후로 실질주택값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주택 수요가 가구수 감소와 함께 줄어들며 집값 반등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중장기적인 주택가격 연착륙을 위해선 선제적인 공급 조절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은 노령가구의 주택 규모축소(다운사이징)가 이뤄지질 않아 인구가 줄어들고 있음에도 3~4인용 주택을 계속 공급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이용만 교수는 “3~4인용에 거주하던 노령가구가 자식들을 분가시킨뒤 1~2인용으로 이전하고, 새로운 가족이 3~4인용으로 들어오는 구조가 정착돼야 주택 공급을 조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노령가구의 주택 규모축소가 거래비용 부담으로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교수는 “고령층 가구가 작은 평수로 집을 옮기기를 유도하는 세제 혜택을 통해 세대간·가구원수간 주택의 미스매칭을 해소해야 한다”고 했다.

저출생·고령화는 전국 여기저기에 빈집을 늘리는 결과도 낳을 것으로 보인다. 2020년 기준 국내의 빈집은 151만호로 전체 주택의 8.2% 수준이다. 이중 집이 빈 기간이 1년 미만인 곳을 재산권 마찰 등으로 인한 일시적 빈집이라고 가정하면 실질적인 빈집은 38만7000호, 전체의 약 2% 수준이다. 소멸 위험에 놓인 지방은 심각하다. 면단위 행정구역은 전체의 17.9%가 빈집이고 8.5%는 사람이 없는 기간이 1년이 넘은 상황이다.

이 교수는 연구결과 2040년께 집값 하락이 시작되면 빈집도 급격히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0년엔 전체의 9.1%(239만호)가, 2050년엔 13%인 324만호가 주인 없는 집이 될 것이란 예상이다. 2050년의 실질적인 빈집 비율은 7.8%로 전망했다. 이 교수는 “빈집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면 주거환경의 악화와 함께 지역이 슬럼화하는 현상도 곳곳에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집값 하락이 시작하면 슬럼화를 막는 재건축·재개발을 비롯한 도시재정비도 쉽지 않을 것이란게 이 교수의 분석이다. 그는 “도시재정비는 주택가격 상승에 힘입어 이뤄지는데 주택가격이 정체되면 도시재생이 멈추게 된다”며 “결국 일단 빈집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도시 공동화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결과 2040년께 40년 이상 노후 주택이 855만호로 전체 주택의 30% 수준에 이를 것으로 봤다.

이 교수는 노후주택의 빠른 재생과 빈집 관리를 강조했다. 그는 “도시재정비에는 긴 시간이 소요된다. 총주택수요량 감소까지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노후화된 주택의 재생 속도를 높여야 한다”며 “결혼 기피나 출산 기피의 요인이 될 수 있는 청년층의 주거불안을 해소할 정책으로 민간임대주택 시장을 활성화해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선 우토 마사아키 일본 도쿄도시대학 도시생활학부 교수가 일본의 인구감소와 부동산 시장간 관계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한국은 앞으로 일본보다 더빠르게 저출생·고령화 문제를 겪을 것”이라며 “일본은 도심 재정비, 지방 활성화를 비롯한 여러가지 대책을 벌였지만 좀처럼 좋은 결과 도출을 못했다”라고 했다. 이어 “출퇴근 시간이 1시간 넘는 지역의 주택은 절반이하로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자산 디플레이션으로 노후생활에 엄청난 충격이 미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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