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은 아일릿의 데뷔앨범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사진 빌리프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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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가 산하 레이블이자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민희진 대표에 대해 ‘경영권 탈취 시도’를 이유로 감사에 착수한 가운데, 23일 “구체적인 회사 탈취 기도 정황이 담긴 내부 문건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박지원 하이브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오전 하이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감사를 통해 더 구체적으로 (진상을) 확인한 후 조처를 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전날 민 대표가 입장문을 내고 “하이브 산하 신인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를 따라 했다고 문제를 제기하자, 나를 해임하려 한다”고 맞받아친 데 대해 “지금 문제가 되는 건들은 아일릿의 데뷔 시점과는 무관하게 사전에 기획된 내용들”이라고 주장했다.

방시혁.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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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데뷔한 아일릿은 하이브의 또 다른 레이블 빌리프랩 소속 신인 걸그룹으로, 방시혁 의장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긴 생머리의 청초한 소녀 이미지, 패션행사를 통해 첫 공식스케줄을 소화한 점 등이 뉴진스와 비슷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민 대표는 22일 낸 입장문에서 “아일릿은 헤어, 메이크업, 의상, 안무, 사진, 영상, 행사 출연 등 연예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뉴진스를 카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뉴진스 데뷔 이후 상당수 그룹이 청순하고 청량한 10대 콘셉트로 등장하고 있는 흐름을 볼 때, 아일릿도 그런 트렌드를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도 많다. 또 소속그룹 색깔을 비슷하게 이어가는 건 SM, JYP, YG 등 메이저 기획사들이 고수해왔던 방식이다. 엔터 전문 이용해 YH&CO 변호사는 “콘셉트, 의상, 헤어 등이 저작물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뉴진스가 가요계에서 완전히 새로운 형태가 아니라면 법적으로 해결하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브 내홍은 문어발식 레이블 경영 방식에 따른 예견된 위기란 분석도 있다.

걸그룹 뉴진스가 오는 21일 미니 2집 'Get Up'(겟 업)으로 돌아온다. [사진 어도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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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방 의장이 설립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로부터 출발한 하이브는 빌리프랩(2018), 쏘스뮤직(2019), 플레디스(2020), 어도어(2021), QC미디어홀딩스·엑자일 뮤직(2023) 등 레이블을 인수하거나 편입시키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왔다. 현재 하이브 산하 레이블은 해외 회사를 합쳐 11개에 달한다.

민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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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각 레이블의 독립적 운영을 통해 레이블 간 경쟁과 협력이 이뤄지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레이블 간 경쟁을 부추겨왔다. 사내에 컨트롤타워를 두고 레이블 운영을 하고 있는 JYP엔터테인먼트 방식과는 다른 것이다. 이를 통해 하이브는 짧은 기간 내에 르세라핌, 뉴진스, 투어스, 보이넥스트도어 등의 신인그룹을 성공적으로 데뷔시키며, 방탄소년단의 군 입대 공백을 메울 수 있었다.

이같은 레이블 경영방식은 전통적인 ‘톱 다운’ 방식보다 더 많은 가수와 음악을 양산하는 장점이 있지만, 레이블 간의 성과 경쟁으로 이번 같은 ‘카니벌라이제이션’(자기잠식, 제살깎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하이브가 80%라는 압도적 지분을 보유한 어도어에서 잡음이 빚어졌다는 사실은 하이브의 레이블 경영 및 관리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시사한다. 대중음악평론가 김작가는 “멀티 레이블 체제를 성공적으로 꾸려나가려면 모기업이 누적되는 리스크들을 관리·보완해야 하는데 하이브는 그것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면서 “체제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레이블 컨트롤이 안됐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단순히 ‘민희진 대 방시혁’ 구도로 볼 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을 요구하는 대중에 부응하는 멀티 레이블 체제와 그것이 만들어내는 콘텐트의 유사성 등을 고민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프로듀서가 소속사로부터 그룹을 빼가려했던 피프티피프티 사례를 떠올리게 한다. 만약 민 대표가 뉴진스와 함께 독립을 시도한다면, 피프티피프티 사태처럼 여론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민 대표는 23일 한 언론사와의 전화인터뷰에서 “피프티피프티 사건처럼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글로벌 무대에서 활동하는 K팝 걸그룹이 집안싸움으로 무너지는 일이 반복돼선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김도헌 평론가는 “뉴진스와 아일릿의 이미지 훼손은 이미 상당하다. 5월 컴백을 알린 뉴진스가 활동을 무사히 이어간다고 해도 이전의 파급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막 데뷔한 아일릿에 붙은 ‘아류’라는 꼬리표는 멤버들에게도 상처가 될 수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집안싸움에 하이브 주가는 연일 하락세다. 22일 전일대비 7.81% 하락한 데 이어 23일에도 2500원(1.18%) 빠진 21만원에 장을 마쳤다. 한화투자증권의 박수영 연구원은 관련 보고서에서 “민 대표의 어도어 지분이 18%에 불과하고 뉴진스 활동이 그대로 진행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뉴진스가 배제되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하이브 내 민희진 배제 쪽으로 가닥이 잡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지영·어환희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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