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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한국 빅맥지수 역대 최저…“원화가치 28% 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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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가 절하된 원화



‘빅맥 지수’를 기반으로 계산한 원화 가치 저평가 수준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올해 1월 한국의 빅맥지수는 4.11달러를 기록했다. 햄버거 브랜드 맥도날드가 판매 중인 빅맥의 단품 가격 5500원에 1달러당 1338.9원인 당시 원·달러 환율을 적용해 달러로 나타낸 수치다. 기준 국가인 미국 빅맥지수(5.69달러)보다 27.8% 낮다.

이를 두고 이코노미스트는 원화 가치가 달러화보다 27.8% 저평가됐다고 해석했다. 동일한 상품은 어떤 시장에서든 가격이 같다는 ‘일물일가(一物一價)의 법칙’에 기초를 둔 판단이다. 해당 법칙에 따르면 5500원(한국 빅맥 가격)과 5.69달러(미국 빅맥 가격)가 같은 가치를 가져야 하는데, 이때 환율은 달러당 966.61원이다. 그러나 실제 환율은 1달러당 1338.9원이었기 때문에 원화 가치가 27.8% 저평가됐다는 이야기다.

이는 이코노미스트가 2000년 4월 빅맥지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1월 기준으로 올해 원화 가치가 가장 심하게 저평가된 것이다. 최근 10년간(2015~2024년)만 보면 2015년부터 2021년까지 -15% 안팎 수준을 나타내다 2022년 -20%대를 돌파하더니 올해까지 꾸준히 심화했다. 다만 중국(-39.0%)이나 일본(-46.5%) 등 주변국보다는 덜한 수준이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환율 상승) 수입 물가를 올려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준다. 일부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한국에선 가격보다는 기술력을 강점으로 삼는 수출 기업이 늘고 있어 고환율의 이점은 쪼그라드는 추세다.

장민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출과 비교해 내수가 침체한 경제 구조의 불균형 ▶중국·일본 등 주변국 화폐 가치 하락 흐름에 동조화 경향 ▶미국이 2022년 3월부터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리고 ‘나홀로’ 경제 호황을 보이면서 나타나는 강달러 현상 등을 지목했다. 이달 1일부터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이란 분쟁 등 지정학적 긴장도 원화 가치를 저평가하게 하는 요소로 꼽힌다.

물론 빅맥 지수만으로 원화 가치 저평가 현상을 판단하는 건 한계가 있다. 국가마다 점포 임대료, 직원 임금, 세금 등이 달라 빅맥 지수의 이론적 뿌리인 일물일가 현상이 유지되기 어려워서다.

한편, 엔화가치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달러당 155엔 코앞까지 밀려났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한국시간으로 이날 오후 3시 30분 기준 엔화값은 달러당 154.78엔에 거래됐다. 전날엔 장중 달러당 154.85엔까지 급락했다. 엔화값이 달러당 154엔 후반대로 내려앉은 건 1990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하락 속도도 빠르다. 연초(달러당 140.88엔) 이후 넉달여 만에 9.9% 수직 낙하했다.

최근 엔화값이 추락한 데는 투자자가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는’ 움직임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탄탄한 경제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피벗(통화정책 변화) 결정에 신중해지면서, 미국과 일본의 금리 격차가 당분간 벌어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면서다.

달러 강세에 따른 수퍼엔저는 국내 외환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반적으로 엔화가 절하 압력을 받으면 원화도 동조화 흐름을 보이기 때문이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엔화값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55엔을 뚫으면 170엔까지도 밀릴 수 있다”며 “엔화값이 급격히 하락하면 ‘1달러=1400원’ 돌파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했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날보다 달러당 0.9원 오른(환율은 하락) 1378.3원에 거래를 마쳤다.

세종=김민중 기자, 염지현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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