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6 (월)

[일사일언] 추억의 구슬 아이스크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어린 시절 못내 채우지 못한 욕망은 어른이 되어서도 아쉬움으로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프라모델이나 레고처럼 키덜트 아이템을 통해 내 안의 어린이를 위한 성인의 보상 심리를 만족시키는 것은 진정한 성장을 위한 과정이기도, 현실 속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창구이기도 하다. 어른이 된 장점을 이러한 문화를 통제 없이 자유롭게 누리게 된 것으로 꼽으며 공감을 끌어내는 트렌드는 요식 업계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구슬 아이스크림이다.

영하 196도 액체 질소로 액상 원료를 공 모양으로 냉동해 만드는 구슬 아이스크림은 1987년에 처음 등장했다. 당시에도 혁신적인 간식이었다. 액체를 빠르게 냉동할수록 생성되는 얼음 결정의 크기가 작아진다는 점에 착안해 초저온 급속 냉동을 도입한 디핀다트사는 ‘미래의 아이스크림’이라는 슬로건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는 1997년에 도입된 이후 주로 놀이공원 등의 한정된 장소에서 비교적 고가로 만나볼 수 있는 먹거리였다. 특수한 제조 기법 덕분에 극저온에서 생성된 탄탄한 질감과 모양을 지키려면 영하 40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유통에서 보관까지 별도의 관리가 필요했던 탓이다.

특별한 장소에서 가끔 얻어먹을 수 있었기에 언제나 아쉬움을 안겨줬던 추억의 음식. 그런 구슬 아이스크림이 전용 무인 키오스크와 더 다양한 맛의 조합으로 돌아와 ‘어른의 플렉스(과시)’ 대상으로 주목받고 있다. 어린 시절 처음 맛본 세대가 성장하는 동안 구슬 아이스크림도 많은 변화를 겪었다. 원조 기업 디핀다트는 후발 주자 미니멜츠와의 특허권 소송에서 패소하며 파산 위기를 겪었다. 이후 극저온 기술을 다방면으로 적용해 프로바이오틱스, 식물성 고기 등의 분야에 진출하며 새로운 사업으로 다시 일어섰고, 이를 갓 인수한 J&J 스낵푸드는 현재 아이시(ICEE) 등 인기 브랜드와 협업하며 새로운 맛으로 다시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양대 산맥 중 하나인 미니멜츠는 고유 기술로 무인 자동화 키오스크를 개발하여 더욱 많은 장소에서 구슬 아이스크림을 쉽게 만날 수 있게 했다. 한때 우리의 동심을 자극했던 구슬 아이스크림. 이제 그 ‘미래의 아이스크림’이 어느덧 추억과 함께 팔리는 상품이 되었다.

[정연주 푸드 에디터·요리책 전문 번역가]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