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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폴 도너번의 마켓 나우] 체중 감량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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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투자자들이 새로운 체중 감량법을 주목하고 있다. 원래 당뇨병 치료제인 GLP-1이 비만 치료제로 전용되고 있다. 비만율이 40%로 치닫는 한국을 포함해 체중 조절용 약물 시장의 잠재력은 매우 크다. 비만이 아닌 사람들까지 더 날씬하게 보이려고 비만 치료제를 복용한다. 또 GLP-1 계열 약물은 치료 중단이 부를 요요현상 때문에 지속해서 복용해야 한다.

비만 치료제는 경제적으로 세 가지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소비 패턴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 그리고 사회 분열의 증가다. 다이어트 치료제에 돈을 더 쓰려면 저축을 줄이거나 다른 품목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치료제 구매는 결국 다른 곳에 쓰던 돈의 일부가 제약회사로 흘러간다는 의미다. 약값은 대부분의 사람에게 식비보다 비싸다. 즉 외식을 덜 한다고 해서 약품 구매비가 충당되는 것은 아니다. 비만 치료제는 또 다른 방법으로 소비 패턴을 변화시킬 수 있다. 체중 감량으로 사회적 자신감을 얻은 사람들은 의복이나 엔터테인먼트에 더 많이 지출할 수 있다. 이 역시 다른 부분에 나가던 기존 지출을 줄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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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 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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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치료는 세 가지 방식으로 노동 시장을 변화시킬 수 있다. 첫째, 비만으로 인한 편견을 완화할 수 있다. 비만인 사람, 특히 비만 여성은 사회적 편견을 경험한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실제 능력을 과소평가 받는다. 편견으로 인해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할 수 없다면 생산성도 그만큼 떨어진다. 비만을 개선하면 이러한 편견으로 인한 영향이 줄 수 있겠지만, 계속 비만 상태인 사람들은 더 큰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 둘째, 비만이 개선되면 비만 관련 질병도 감소하기 때문에 근로자의 결근 횟수가 줄어든다. 이는 경제적으로 노동 공급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셋째, 비만이었던 근로자의 체중이 줄면 생산성이 높아진다. 결근 횟수가 줄면 기술을 쌓을 기회가 늘어나고,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좋아지면 업무 효율성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치료의 가장 부정적인 위험은 사회적 긴장을 부추기는 것이다. 소셜미디어때문에 과체중인 사람들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이 더욱 강화될 위험이 있다. 고소득 소비자는 부담 없이 비만 치료제를 즐겨 복용하며 외모를 가꿀 수 있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은 비만과 저소득층을 자동으로 연관 짓는 편견에 더욱 시달릴 것이다. 저소득층은 고가의 비만 치료제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분개할지 모른다.

GLP-1과 같은 비만 치료제는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만, 이 약물이 초래하는 변화는 경제의 여러 부문과 사회 집단에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폴 도너번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 수석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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