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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빅딜이냐, 스몰딜이냐"...尹 사과·거부권 자제·회담 정례화까지 몰아붙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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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사전협의 40분 '탐색전'
민생지원금에 횡재세 카드도 검토
채상병특검·이태원법 수용 '약속'도
회담 정례화·민생상설협의체도 제안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023년 10월 31일 2024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을 위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악수하는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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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사전 실무 협의가 23일 본격 가동되면서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의 신경전도 한층 고조되고 있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의제 제한 없이, 이재명 대표 얘기를 많이 듣겠다"고 공언한 만큼 민주당은 회담 테이블에 올릴 의제 보따리를 한가득 채우며 단단히 벼르는 모습이다.

다만 민주당이 구상하는 현안에 대한 입장차가 커 성과를 내기는 쉽지 않은 분위기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실무라인 회동도 원론적인 얘기만 주고받은 채 40분 만에 끝났다. 양측은 "시급한 민생 정책과 중요한 국정현안을 가감 없이 본회의 의제로 삼자고 논의했다"고 했지만, 사실상 상견례 수준의 탐색전에 그쳐 영수회담 시기도 이번 주를 넘길 가능성이 제기된다.

"총선 민심은 국정쇄신" 尹 대국민사과·거부권 자제 요구할듯

한국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23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협정 MOU 서명식 도중 얼굴을 만지며 생각에 잠겨 있다.대통령실 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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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준비 중인 의제는 △민생 패키지 △정권심판 △정치복원으로 나뉜다.

우선 야권에 압승을 안겨준 총선 민심은 윤정권의 국정 기조 전환을 의미하는 만큼, 지난 2년 국정운영에 대한 윤 대통령의 유감 표명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일종의 기선제압용 카드다. 채 상병 특검과 이태원참사 특별법 등 윤 정권의 실정을 겨눈 상징적 법안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자제하고 수용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는 것이 민주당 목표다. 민주당 지도부 의원은 "민생과 윤 정권을 심판한 총선 민심을 투트랙으로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게 영수회담의 최종 목표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민주당은 두 법안 공히 21대 국회 처리를 못 박고 있다.

'민생 패키지'에 횡재세도 부상...민생지원금 선별지원도 검토

한국일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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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가 맨 앞에 내걸고 있는 민생 현안은 양측 모두 가시적 성과가 필수적인 만큼, 치열한 힘겨루기가 준비단계부터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정책위 차원에서 각 상임위를 스크린하며 '민생 패키지'에 올릴 의제를 추렸는데, 전날 이 대표가 "고유가 시대 국민 부담을 덜어줄 실질적, 적극적 조치"라고 언급한 횡재세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횡재세는 천재지변이나 정부 지원 등 외부 요인으로 갑자기 발생한 과도한 수익을 올린 기업에 대해 법인세 이외에 추가로 물리는 세금이다. 정부 여당과 재계에선 반(反)시장 정책이라며 강하게 반대하는 내용이다. 실제 윤 대통령 입장에서도 핵심인 감세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이 돼 쉽게 운을 떼기 어려운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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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영수회담 의제' 리스트. 그래픽=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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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1인당 25만 원 민생지원금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에선 지급 범위와 액수를 조정해 선별지원하는 수정안까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정책위 관계자는 이날 "영수회담까지 열었는데 국민들한테 최소한의 선물은 드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잠잠하던 국민의힘이 이날 공세모드로 전환한 것도 이런 민주당을 향한 사전 견제 성격과 맞닿아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전 국민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민주노총마저도 포퓰리즘이라 질책하는 정책"이라며 비판했다.

의료개혁과 관련해서도 민주당은 대통령 직속 특위가 아닌 국회 특위에서 논의하되 공공의대 설립 및 지역의사양성법 등을 통과시켜 필수·지방 의료 확충 대안까지 마련해야 한다는 복안을 준비 중이다. 이 밖에 전세사기 특별법과 농수산물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제2양곡법 등을 민생 패키지 앞순위에 올려놨다.

영수회담 정례화·여야정민생협의체로 정치복원 물꼬 터야

한국일보

지난 20대 대선 기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으로 서울 상암 SBS 오라토리움에서 열린 후보자 토론회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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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을 물꼬로 협치의 연속성을 이어가는 틀을 다양하게 만들어 놓는 것도 중요하다는 판단이다. 한 중진 의원은 "역대 영수회담에서 얼굴을 붉히고 헤어진 경우도 적지 않다"며 "통 큰 담판(빅딜)보다는 낮은 단계의 협치 틀(스몰딜)을 모색하면서 회담 결렬(노딜)만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시도했다 흐지부지됐던 △분기별 여야국정상설협의체를 비롯해 △영수회담 정례화 등이 최소한의 합의 지점으로 거론된다. 실제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여소야대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여야정민생실무협의체를 추진한 바 있기 때문에 양측의 의지에 따라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는 카드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문재인 정부 시절 청와대 경험이 있는 민주당 인사는 "일단 소통 창구가 한번 열리면 각 정당 원내대표 회동 등 다양한 방식의 만남이 생겨나고, 대통령실과 국회 공히 현안을 풀어나가기 훨씬 수월해질 것"이라 전했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우태경 기자 taek0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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