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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서울대병원 초유의 주1회 휴진…전국 20개 병원도 논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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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에 이어 주중 하루 외래진료 및 수술을 중단하기로 23일 결정했다.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국의대교수 비대위)도 같은 결정을 내림에 따라, 주 1회 휴진이 주요 대형병원 전체로 확산할 거라는 우려가 커졌다. 반면에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이날 정부가 추진하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 의사단체의 참여를 촉구하며 “특위 출범 전까지 의료계의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대 의과대학, 서울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총회를 열고 “오는 30일을 시작으로 매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대위 소속 교수들이 근무하는 병원은 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이다.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도 이날 총회 직후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총회에서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30일 하루는 전원 휴진하고, 이후로도 매주 1회 진료·수술을 중단하기로 뜻을 모았다. 총회에 참석한 한 서울대병원 교수는 “응급실, 중환자실을 제외하고 예약된 환자들을 조정해서라도 가급적 휴진에 대거 참여해 달라는 비대위 요구가 있었다”며 “더 강경하게 이끌어 달라는 내부의 요구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서울대병원의 주 1회 휴진은 처음”이라며 “대응책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비대위 측은 “전공의 사직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두 달 넘게 이어지며 이들 공백을 메우는 교수들의 피로도가 한계에 다다랐다”고 휴진 결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한 교수는 “당직을 서기 때문에 일주일에 5일 일하기 어렵다. 하루 한 시간 자기도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의대 교수 522명 가운데 40.6%는 주 80시간 이상 일하는 것으로 설문조사에서 나타났다.

다만 응급·중환자를 다루는 필수의료 인력은 휴진 참여 대상이 아니라고 비대위 측은 밝혔다. 서울대 비대위에서 언론 대응을 맡은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심뇌혈관 질환 등을 빼고, 일반 외래 환자를 보는 과나 중한 수술을 다루지 않는 과들이 (휴진)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울산의대 비대위도 이날 “25일 교수 사직을 예정대로 진행한다”며 “장기간 비상의료 상황에서 교수들은 정신적·신체적 한계로 인해 진료와 수술을 재조정해야 한다.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서울대병원, 전체 휴진은 처음…“응급·중환자 담당교수는 참여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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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대 비대위는 또 “어린아이를 둔 교수들의 경우 계속되는 당직 등으로 육아에 문제가 있다”며 육아휴직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도 이날 제8차 정기총회를 온라인으로 진행한 뒤 “다음 주 하루 휴진을 결정했는데, 날짜는 대학별로 자율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 이후로 주 1회 휴진할지 여부는 병원 상황에 따라 금요일(26일) 정기총회 때 상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 회의에 참여한 의대(병원)는 20여 곳이다.

전국의대교수 비대위에 참여해 온 충남대병원·세종충남대병원 교수 비대위 측은 오는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를 휴진한다고 이미 밝혔다. 원광대병원 비대위도 26일부터 매주 금요일 수술을 중단하고, 다음 달 3일부터는 매주 금요일 외래진료도 하지 않기로 했다.

세브란스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 비대위는 24일 임시 전체교수회의를 열고 휴진 여부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날 전국의대교수 비대위가 휴진을 결정한 만큼, 빅5 병원 등 주요 병원들이 주 1회 휴진에 동참할 가능성은 커졌다.

의료계 내부적으로는 휴진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대병원 소속 한 교수는 “(23일) 총회에 참석하지는 않았는데, 휴진에 동의할 수 없다”며 “진료를 거부할 이유가 없어 예정대로 진료할 거다. 휴진에 참여하는 교수들도 진료나 수술 일정을 조정해 환자한테는 큰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의대 교수 차원에서 주 1회 휴진을 논의하고 결정한 것은 이달 말로 예정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확정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해당 시점에 맞춰 대정부 공세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배우경 교수는 “(의대 교수들 사이에선) 정말 지쳤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이렇게라도 정부에 항의하려는 분도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부 의대 교수가 사직서를 내기 시작한 지 한 달째인 25일부터 순차적으로 사직 효력이 발생하는 가운데, 주요 대형병원이 잇따라 주 1회 휴진을 논의하고 결정하면서 환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전화를 오매불망 기다리는데 기약 없이 수술이 미뤄지고 있다”는 환자들의 하소연이 인터넷 카페 등에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지난 22일 “생명과 직결된 필수 중증 의료가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교수들은) 25일 이후에도 부디 의료 현장에 남아 달라”고 호소했다.

채혜선·문상혁·남수현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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