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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장관은 밀크티 끓이고 우리동네 월드컵도 개최…중국에 맞선 대만의 ‘아이디어 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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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중국’ 원칙 앞세운 中 공세에
8년간 수교국 절반 잃고 小國 12곳 남아
유튜브·스포츠…창의적 공공외교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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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디지털외교협회(TDDA)가 주도한 대만-인도 간 우호협력 캠페인 ‘밀크티 동맹’ 관련 게시물. [TDDA X(옛 트위터) 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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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과 기회의 나라, 대만을 가다◆

지난 17일 타이베이의 대만 외교부 청사 1층.

대만 국기인 청천백일기 옆에는 생소한 국기 12개가 내걸려 있었다. 이는 대만과 여전히 외교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투발루·마셜제도·세인트키츠네비스·에스와티니 등 소국(小國)들의 깃발이었다. 대만에는 이순신 장군에게 남은 열두 척의 배처럼 소중한 이웃들인 셈이다.

대만은 차이잉원 집권 시기인 2016년부터 지금까지 수교국 10곳으로부터 단교 통보를 받았다. ‘하나의 중국’ 원칙과 국력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밀려 지난 8년 동안 기존 수교국의 거의 절반을 잃은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대만 외교의 어려움은 역설적으로 민간·공공 외교에서의 창의성에 불을 지폈다.

18일 만난 궈차오 대만디지털외교협회(TDDA) 회장은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완의 소리(RTI)’ 방송국에서 세계에 대만의 소리를 알리기 위해 해온 노력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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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차오 대만디지털외교협회(TDDA) 회장이 18일 타이베이에 위치한 ‘타이완의 소리(RTI)’ 방송국에서 한국 등 인도·태평양 지역 기자들과 만나 협회 활동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타이베이=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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궈 회장은 “대만의 목소리를 (공개적인 외교 무대에서) 국제사회에 전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이에 TDDA가 선택한 대안은 스포츠와 역사, 웹툰과 유튜브 콘텐츠 등이다. 궈 회장은 “TDDA의 주요 활동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트랜드를 세심하게 살핀다”고 설명했다.

TDDA는 대만에 살고 있는 여러 나라 사람들을 축구라는 공통분모로 묶었고 ‘대만 월드컵(World Cup Taiwan)’이라는 행사를 기획해 호응을 얻었다. 이 행사는 여러 나라에서 온 축구 동호인들이 국가대항전을 펼치고 서로의 음식과 문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대만과 친구가 되는 기회를 만들었다.

‘밀크티 동맹’ 캠페인으로 인도에 손짓
中대륙 향해 20개 언어 라디오 방송도
민주주의적 가치를 공유하는 인도와의 연대를 ‘밀크티 동맹(Milk Tea Alliance)’으로 형상화한 온라인 캠페인을 이끈 것도 TDDA였다. 두 나라 사람들 모두 밀크티를 국민음료처럼 즐긴다는 점에 착안한 아이디어였다.

이 캠페인은 미국 타임지와 디플로맷 등 유명 매체에도 공공외교의 모범사례로 소개됐다. 이에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으로도 유명한 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부 장관은 직접 대만식 밀크티인 ‘쩐주나이차’를 만들며 디지털 민주주의의 의미를 소개하는 유튜브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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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 탕 대만 디지털부 장관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대만식 밀크티인 ‘쩐주나이차’를 만들며 디지털 민주주의의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유튜브 채널 PJ Wu Studio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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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국영 라디오인 RTI도 국제사회와 중국 대륙에 대만의 생각을 전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날 셰릴 라이 RTI 이사장은 방송국을 찾은 기자들에게 “RTI는 96년의 역사를 가졌으며 (중국 소수민족 언어를 포함해) 20개 언어로 중국 본토와 세계에 방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RTI 방송국 1층에는 각기 다른 언어로 제작된 방송 전파가 닿는 범위들이 표시된 중국 대륙 지도가 걸려 있었다.

라이 이사장은 RTI가 지난 1989년 중국 톈안먼 사태 당시 정확한 내부 상황을 전했던 드문 방송 중 하나였다며 자부심을 표시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 내의 많은 활동가들을 나름의 방법으로 인터뷰하고 있고, 많은 중국인들이 우리에게 영상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보받은 내용에 대해서는 팩트체크가 매우 중요하다”면서 “미국의소리(VOA)나 자유아시아방송(RFA) 등 해외의 여러 제휴 방송국들로부터도 정보를 공유받고 있다”고 밝혔다.

[타이베이=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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