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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단독] 법원, 공탁금 받아야 할 15만명 카톡으로 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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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탁금 횡령’ 방지 대책 시행

공탁관·법원 직원 업무 권한도 분리

대법원이 부산지법 7급 공무원이 저지른 거액의 공탁금 횡령 사건 발생 이후 공탁금 수령 권한이 있는 사람(피공탁자)에게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를 전면 확대하는 등 후속 조치에 나선 것으로 24일 확인됐다.

조선일보

서울 서초구 대법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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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지난 16일 피공탁자를 대상으로 카카오톡 알림을 전면 확대하고 공탁금 수령 절차를 강화하는 등 내용을 담은 공문을 전국 법원에 보냈다. 장기 미수령 공탁금을 최소화하기 위해 카카오톡 공탁금 알림 서비스를 피공탁자의 등기우편 송달 여부와 상관없이 제공하는 것이 주요 내용으로 알려졌다. 공탁금은 민형사 사건의 당사자들이 채무 변제, 담보 제공, 손해배상금 제공 등을 위해 법원에 맡겨 두는 돈이다.

이는 작년 말 불거진 ‘부산지법 직원 공탁금 횡령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라고 한다. 범행을 저지른 직원 A씨는 2022년 11~12월 주로 피공탁자가 ‘불명’으로 표시된 다수 사건을 대상으로 삼았는데, 공탁된 지 10년 이상이었던 공탁금이 22건이었다. 이 중에는 국고로 회수되기 직전이었던 2007년 공탁금도 포함됐다. A씨는 당시 범행 과정에서 전산상 피공탁자란을 누나 이름으로 바꾸고, 인감 증명서 등을 첨부해 공탁금 출급 청구서를 작성한 뒤 공탁관의 인감을 몰래 사용하는 수법으로 공탁금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공탁금은 15년이 지나면 전액 국고로 귀속된다. 이 때문에 법원은 채무자가 공탁을 한 시점부터 2년, 4년, 6년, 8년차마다 격년으로 피공탁자에게 등기우편을 보내 공탁금 보관 사실을 알려왔다. 국고 회수 직전인 14년차에도 우편을 보냈다.

법원은 작년 6월부터 등기우편과 함께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다만, 기존 알림 서비스는 등기우편이 송달되지 않은 피공탁자에 한해 이뤄져 공지 규모가 한정적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따라 등기우편 송달 여부와 상관없이 매년 피공탁자에게 카카오톡으로 공탁금 보관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대법원은 전국 법원의 공탁금 수령 대상자를 약 15만 명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 중 10만 원 이상 공탁금 사건을 대상으로 피공탁자의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하고, 새로운 기준에 따른 카카오톡 알림 서비스를 제공하기로 했다.

대법원은 공탁관과 업무 보조 직원의 업무 권한도 분리하기로 했다. A씨는 범행 당시 공탁금이 잘못 송금되는 것을 막기 위해 직원에게 준 정보 확인 권한과 공탁관의 피공탁자 명의 변경 권한이 연동돼 있는 허점을 활용해 수령자 명의를 자신의 가족으로 바꿨다. 공탁관과 업무 보조 직원의 공탁 업무가 엄격히 분리되지 않은 탓에 직원의 공탁금 횡령 범행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를 감안해 대법원은 공탁 업무 처리시 직원은 공탁금을 받을 사람이나 계좌 정보 등 사건 내용 입력만 담당하고, 공탁금 수리와 정정 사항 확인 등은 공탁관만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하기로 했다. 법원 관계자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접근 권한 자체를 달리 해 잠금장치를 만든 것”이라고 했다.

또 5년 이상 찾아가지 않은 1000만 원 이상 공탁금이나 10억 원 이상 고액 공탁금 수령을 청구할 경우 인가에 앞서 각 법원 소속 과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등 감독도 강화했다. 대법원은 이 같은 내용을 반영한 ‘장기미제 공탁사건 등의 공탁금 지급시 유의사항’ 예규 개정안도 시행했다. 대법원은 공탁금 횡령 사건 이후 전수조사 결과 이와 유사한 문제 사례는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부산지법 직원 A씨는 공탁금 48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앞서 울산지법 근무 시절에도 경매배당금 7억8000만원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나 검찰 수사를 받는 중이다. A씨는 지난 2월 파면됐다.

[허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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