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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단독]니카라과, 10년만에 한국대사관 철수…최근 북-중-러와 밀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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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자유홀에서 열린 신임장 제정식에서 제니아 루스 아르세 제페다(왼쪽) 주한 니카라과 대사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박진 외교부장관. 2023. 10. 17. 대통령실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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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국가 니카라과가 한국 대사관을 철수하기로 한 것으로 확인됐다. 니카라과가 2014년 한국 대사관을 다시 개설한지 10년 만이다. 니카라과는 대표적인 반미 국가 중 하나로 최근 북한은 물론 중국, 러시아 등과 밀착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4일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니카라과 정부는 최근 재정난 등을 이유로 한국 대사관 폐쇄를 결정했다. 또 이를 우리 정부에도 통보했다. 니카라과 정부는 23일(현지시각) 관보를 통해 “한국에 주재 중인 제니아 루스 아르세 세페다 대사의 임명을 17일자로 철회한다”고 밝혔는데, 대사관 철수에 따른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풀이된다.

니카라과가 한국 대사관을 철수한 주요 배경은 재정난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등의 경제제재 여파로 재정난이 심각해져 대사관 유지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는 것. 니카라과는 최근 영국, 독일 등 일부 서방국가에서도 주재 중인 외교관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고, 공관을 폐쇄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 이후 17년째 연속 집권 중인 니카라과의 다니엘 오르테가 정권은 2018년 대규모 시위에서 반대파에 대한 구금과 고문을 자행한 이후 미국 등으로부터 경제 제재를 받아왔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 러시아 등과의 관계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니카라과는 북한에 대사관을 설치하기로 합의했고, 조만간 평양에 대사를 부임시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니카라과가 한국과 단교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과 니카라과는 1962년에 수교한 이후 1979년 산디니스타 정권 수립을 이유로 외교관계가 동결됐다가 비올레타 차모로 정부 출범 이후인 1990년 8월에 외교관계를 정상화했다.과거 반(反)독재 운동에 앞장섰던 오르테가는 1979년 산디니스타 혁명으로 친미(親美) 성향의 소모사 정권을 무너뜨렸다. 중미의 대표적 반미(反美) 정치인으로 꼽히는 그는 본인이 정권을 잡게 되자 독재자로 변했다.

한국 대사관이 철수하면 일본 도쿄에 주재 중인 대사가 겸임 형식으로 한국 대사관 업무까지 맡아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니카라과는 1995년 한국 대사관을 개설한 뒤 재정난을 이유로 2년 만인 1997년 대사관문을 닫았다. 그리고 2014년 한국 대사관을 다시 개설할 때까지 도쿄 주재 중인 대사가 한국 관련 업무를 담당해왔다.

재정난 속에서도 니카라과 정부는 지난해 7월 북한에 대사관을 개설하기로 합의하는 등 북한과의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다니엘 오르테가 대통령의 부인인 로사리오 무리요 니카라과 부통령은 지난해 12월 니카라과 매체 ‘카날 4 니카라과’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마누엘 모데스토 뭉기아 마르티네스 신임 북한 주재 니카라과 대사의 부임을 승인했다”며 북한 대사 파견이 추진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니카라과 정부는 최근 미국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 러시아와도 외교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무리요 부통령은 지난 22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제재를 ‘불법 침략’으로 간주하면서 러시아와 함께 이에 공동 대응하기로 협정을 맺었다. 지난해 러시아는 현대화한 군사용 장비를 니카라과에 제공하기로 했으며, 의학과 농업 등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핵기술을 공유하기로 했다. 니카라과는 2021년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 중국과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으면서 반미 전선을 두텁게 했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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