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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尹에 거부권 자제·특검 수용… 野, 늘어나는 ‘영수회담 청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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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尹, 시행령 통치 대국민 사과를”

尹 소통 강화 행보에 ‘들러리’될라 우려

당초 민생 현안 우선서 강경 모드 전환

김 여사 특검 수용 등 민감한 사안 거론

대통령실·野 오늘 의제 등 2차 실무협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영수회담을 앞두고 양측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회담 의제를 둘러싼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당장 총선 압승을 등에 업은 민주당이 압박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의 회담 제안 직후만 해도 민생 현안에 집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했지만, 실무협의가 본격화하면서 채 상병·김건희 특검 수용·대통령 대국민사과·거부권(재의요구권) 자제 약속 등이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당내에서 터져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자칫 윤 대통령의 소통 행보에 ‘들러리’만 서는 꼴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민감도 높은 사안에 대한 의제화 요구 필요성이 힘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李 “채 상병 특검 국민 뜻” 연일 압박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경태·정청래 최고위원, 이 대표, 홍익표 원내대표. 서상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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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24일 공개 발언을 통해 정부·여당을 향해 채 상병 특검 수용을 압박했다. 그는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마키아밸리가 ‘모든 진실의 아버지는 시간’이라고 말했듯, 해병대원 사망사건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시간이 흐르니 진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드러난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국방부 법무관리관 간 통화 사실 등을 거론하면서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과 여당은 (채 상병) 특검법 수용해서 국민의 명령을 따르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영수회담 실무협의가 진행 중인 만큼 이 대표가 채 상병 특검의 의제화를 압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22일만 해도 이 대표는 회담과 관련해 “정치가 국민의 먹고사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며 민생을 사실상 ‘0순위 의제’로 강조한 터였다.

채 상병 특검뿐 아니라 민주당 지도부에서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사과·거부권 자제 약속 또한 의제로 다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터다. 진성준 신임 정책위의장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대통령이 의회를 무시하고, 의회 민주주의 원칙을 무시한 거부권 행사를 남발했는데 이걸 당연히 자제하고 앞으로는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겠단 약속이 있어야 한다”며 “‘시행령 통치’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중대한 과실 중 하나다. 반드시 사과하고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민주당 내에서는 영수회담 의제에 대해 윤 대통령 측의 ‘수용성’에 기반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왔지만 최근 들어 그런 분위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강경 성향인 정청래 최고위원만 해도 19일 라디오에서 “민감하고 민망한 부분보다는 민생 위주로 (회담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선 “고 채 해병 특검은 영수회담 의제에서 피해갈 수 없는 외나무다리”라고 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한 뒤 기자의 질문을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이 공식 석상에서 기자들 질문을 받은 건 2022년 11월 이후 1년5개월 만이다. 대통령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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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 일각에서는 22일 윤 대통령이 정진석 신임 비서실장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영수회담 관련 질문에 “하고 싶은 말을 하려 초청했다기보다 이 대표의 이야기를 좀 많이 들어볼라고 (한다)”고 한 언급이 기류 변화를 촉발했다는 평이 나온다. 실제 진 의장은 이 언급을 염두에 둔 듯 “(윤 대통령이) 마치 야당 대표를 만나주는 게 큰 변화인 것처럼, 무슨 은전이나 시혜를 베푸는 것처럼 생각한다”며 “(대통령이) ‘내가 어떻게 바꾸겠다’는 얘기를 분명히 국민 앞에 밝히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결국 이 대표가 말하는 걸 ‘들어는’ 보겠다는 식 아니냐”며 “그저 지지율 방어용으로 사진 한 장 찍겠단 심보 같다”고 평했다.

세계일보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당선인.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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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기류 변화 속에서 차기 국회의장 후보로 뛰고 있는 추미애 당선자는 CBS 라디오에서 “(민주당이) ‘이채양명주’(이태원참사·채 상병 사건·서울-양평고속도로 의혹·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및 주가조작 의혹)를 내걸고 총선에서 많은 표를 받았기 때문에 이 대표가 대통령을 만나면 이를 반드시 의제로 올려야 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세계일보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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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회담 관련 대통령실과 민주당 측 두 번째 실무협의는 25일 진행될 예정이다. 이 협의가 길어질 경우 다음주 중 영수회담이 열릴 가능성도 있다. 대통령실은 이 대표가 민생회복 긴급조치 중 하나로 제안한 전 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해 ‘선별적 지원’을 전제로 관련 안건을 의제로 올리는 안을 검토하는 분위기다.

국민의힘은 이날 영수회담에 대해 “지금이야말로 오직 ‘국민’과 ‘민생’을 최우선으로 머리를 맞대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정희용 수석대변인은 논평에서 “무엇보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시급한 민생 현안을 해결하는 데에 그 방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승환·최우석·곽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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