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5 (일)

[오건영의 경제읽기]원·달러 환율의 ‘Higher for Longer’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다시 한번 ‘3고(高)’가 돌아왔다. 미국의 물가가 안정세를 보이면서 미국 금리 인하와 함께 달러는 약세를 띨 것이라는 기대감은 지난해 4분기에 기승을 부렸던 3고 현상을 완화시켰다. 그러나 끈적끈적한 인플레이션은 다시금 미국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낮추었고, 재차 달러화를 자극하며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3고가 처음 언급됐을 때가 2022년 상반기였다. 2년 동안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3고 현상에 금융시장 역시 피로감을 느끼는 듯하다.

특히 3고 중에서도 원·달러 환율에 대한 관심이 상당히 높다. 재차 장중 1400원을 넘어서는 등 원·달러 환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로나19 사태 이전 원·달러 환율은 1050~1250원에서 장기 박스권을 형성하였고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고조될 때에도 1300원 선으로 쉽게 오르진 않았기에 1300원을 훌쩍 넘어 1400원을 건드리자 국내 경제 펀더멘털에 관한 우려까지 함께 제기되는 것이다.

환율이 오르는 원인 중 가장 큰 것은 미국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 약화라고 할 수 있다. 연초 7차례 금리 인하를 전망했던 시장은 워낙 끈적한 미국의 인플레이션과 탄탄한 고용시장에 그 기대를 크게 낮추고 있다. 5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앞둔 현재로선 1~2차례 기준금리 하향 조정을 예상하고 있는데, 큰 폭 인하를 예고하면서 약세를 보였던 달러화가 그 기대가 크게 희석되며 강세 전환했다고 볼 수 있다.

환율을 금리뿐 아니라 성장의 측면에서 보면 보다 중장기적인 상승 원인을 엿볼 수 있다. 시장에선 미국 금리가 현지의 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더 오랜 기간 이어갈 것이라는 ‘Higher for Longer’의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미국 금리가 장기간 높게 유지된다면 어떻게 될까? 단기적으로는 높은 금리에 달러가 강세를 보일 수 있지만 중기적으론 고금리 부담으로 성장이 둔화되면서 결국 달러가 약세 기조를 나타낼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리는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미국 경제는 고금리 장기화에 어느 정도 견딜 힘이 있지만 다른 국가들의 경우 그 충격이 크게 다가올 수 있다. 즉 고금리로 인한 성장 둔화는 미국보다 이외 국가들에서 더 큰 폭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율은 상대 가치를 보여준다. 미국 경제가 정체된단 건 달러의 약세를 의미하지만, 이외 국가들의 타격이 보다 크다면 해당 국가들의 통화 대비 달러는 되레 강세를 보이는 역설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최근 원화뿐 아니라 대다수 국가 통화 대비 달러가 일방적 강세를 띠는 흐름을 볼 때 미국 금리의 ‘Higher for Longer’ 전망에 기반해 중장기적인 강달러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은 일본, 중국 등과 수출 경합을 보이는 만큼 상대국의 통화가 절하되었을 때 원화 가치 역시 상당한 영향을 받곤 한다. 마이너스 금리 폐지에도 추가적인 금리 인상에 소극적인 일본은행의 스탠스는 엔화 약세를 촉발했는데 원화 또한 그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아울러 부동산 버블 붕괴 우려와 코로나19 봉쇄 후유증으로 내수 경제가 크게 위축된 중국에서도 수출 경기 부양을 위한 위안화 절하 기조가 형성될 경우 현재의 고환율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

물론 달러가 큰 폭의 강세를 보이자 이에 대한 경계감에 한·미·일 재무장관의 환율 국제 공조 발언이 나오면서 일정 수준 안정세를 찾은 것은 사실이다. 다만 국제 공조로 환율의 일방적인 쏠림은 제어할 수 있겠지만 달러 강세라는 펀더멘털이 바뀌진 않는다. 미국 금리가 ‘Higher for Longer’ 기조를 이어가고 일본과 중국의 통화 약세 기조 역시 이어진다면 원·달러 환율도 기존보다 높은 수준을 꽤 오랜 기간 지속할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과거 장기간 이어왔던 흐름에 익숙하다. 그렇기에 과거보다 사뭇 높은 현재의 환율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향후 원·달러 환율의 ‘Higher for Longer’ 가능성 역시 상존함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향신문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오건영 신한은행 WM본부 팀장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국회의원 선거 결과, 민심 변화를 지도로 확인하세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