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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정진석 “대통령 비서, 정치하는 사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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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수석회의서 ‘비선 논란’ 경고

동아일보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이 24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실 또는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부정확한 얘기가 산발적으로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인선과 정책 등 고도의 정무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서 일부 발언이 노출돼 불거진 메시지 혼선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또 ‘비선’ 논란까지 불거진 대통령실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해 내부 기강을 확립하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5선 의원 출신의 정 실장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대통령실은 일하는 조직이지 말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대통령실의 정치는 비서가 아닌 대통령이 하는 것”이라며 “대통령 결정은 최종적인 것이다. 보좌에 한 치의 빈틈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정 실장 발언은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각각 국무총리 후보자와 비서실장에 기용하는 방안을 윤석열 대통령이 검토했다는 보도로 불거진 비선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대통령실은 “검토된 바 없다”고 공식 부인했으나, 인선 업무와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윤 대통령 측근 등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검토된 것은 사실”이라는 보도가 나오며 논란이 확대됐다. 야권이 곧장 ‘비선 보좌’ 의혹을 제기하며 공세 수위를 높였던 만큼 “정 실장이 이를 우회 지적하며 엄밀한 메시지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여권 관계자는 “5선 의원에 당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까지 지낸 정 실장은 관료 출신 비서실장들보다 당연히 그립을 더 세게 쥐려고 할 것”이라며 “정 실장이 대통령실 내부 의사 결정 과정과 흐름도 면밀히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진석 “부정확한 얘기, 산발적으로 나가선 안돼”


비서실장, 기강 잡기
박영선-양정철 기용설 혼란 염두
尹心 내세운 영향력 행사 차단나서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이 24일 첫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부정확한 얘기가 산발적으로 무분별하게 밖에 나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한 것은 내부 기강을 확립하는 한편으로 “참모는 참모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인선 검토 보도를 두고 ‘대통령실 관계자’라는 이름으로 입장이 혼선된 상황이 이날 경고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여권 관계자는 “인선 논란이 불거진 이후 곧바로 야당에서 ‘비선 논란’ 의혹을 제기하며 대통령실을 향한 공세를 바짝 강화하고 나섰다”며 “3기 대통령실 체제 초기부터 메시지도 통일성 있는 단일 대오를 갖추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또 “인선 등 해당 업무와 관련성이 떨어지는 참모들이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을 암묵적으로 전파하며 공식 라인의 의사 결정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시도를 차단하는 성격도 깔려 있다”고 여권 인사들은 평가했다.

이에 인사 발표 날 “공화국 국민의 눈높이”를 강조했던 정 실장이 대통령실 내부 문제점을 발견할 경우 윤 대통령에게 직언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검찰 출신과 부처 관료 출신 참모들, 측근 그룹 간 보이지 않는 내부 경쟁이 대통령실 내부에 있다”는 게 여권 인사들의 언급이다. 여권 관계자는 “기존에 형성된 내부 의사결정 구조에 정 실장이 문제점이 있다고 보고 변화를 시도할 경우 긴장과 알력이 생길 수도 있지만 정무 경험이 많은 정 실장이 이에 유연하게 대응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 실장은 “내일 그만둬도 내 할 일을 하겠다는 각오로 살았다”며 “대통령을 잘 보필하고 국가에 충성하는 일에 나부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실장은 또 “대통령 보고는 원 페이퍼(종이 한 장)로 해달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대통령이 최근 참모들에게 “간결하게 보고해달라”고 지시한 것에 발맞춰 보고를 핵심 내용으로만 채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다.

정 실장은 이날 22일에 함께 임명됐던 홍철호 신임 정무수석비서관과 함께 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수여받았다. 정 실장은 대통령실 조직 개편, 인적 쇄신 등을 놓고 고심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무수석이 바뀐 만큼 산하 비서관 교체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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