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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韓 바다서 일본에 맞섰던 3000톤급 해경함… 에콰도르선 ‘지역 최강’ 전함 [취재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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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1함’ 2005년 신풍호 사건 당시 日 순시선과 대치해

에콰도르 3000톤 함정 갖추자 페루 韓에 3400톤 군함 발주

2030년 전까지 남미 북서부서 ‘최대·최강’ 전함 전망

헤럴드경제

1994년 3월 취역한 해양경찰청의 ‘3001함’ 전경. ‘3001함’은 지난 30년 동안 지구 15바퀴를 도는 대장정을 했으며, 때로는 일본 순시선과 대치했고, 때로는 한국인을 구조하면서 해경의 역사와 함께 했다.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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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한국 부산 앞바다를 지키던 3000톤(t)급 해양경찰청 ‘3001함’이 남미 국가 에콰도르에 무상 양여 된다. 우리에겐 30년된 고령 선박에 불과하지만 에콰도르 군에 인도되는 ‘3001함’은 지역에선 ‘최강 전함’으로 여겨질 전망이다. 길이 100m가 넘는 거대 함정에다 자체 무장까지 가능해서다. ‘무상 양여’지만 한국 조선업 수주에도 일정 부분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에콰도르 인접국인 페루가 최근 한국 조선사에 군함 발주를 맡긴 것 역시 ‘3001함’ 여파 탓이란 분석도 있다. 한국 중소 조선사들에 경제적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있다.

2005년 日 순시선 대치했던 ‘3001함’… 에콰도르에서 ‘2막’25일 해경 등에 따르면 히안카를로 로프레도 에콰도르 국방부 장관은 지난 24일 한국에 도착했다. 한국 해경으로부터 ‘3001함’ 양여를 받기 위해 공식 방문하는 것이다. 해경은 로프레도 장관이 한국을 방문해 양여 공식화 약정서에 서명하고 자국 인수를 위한 세부 사항을 점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에 한국 해경함정이 인수된 것은 이번이 세번째다. 지난 2020년 300톤급 해경함정 두척이 무상 양여된 바 있다. ‘3001함’ 양여는 해군을 포함해 현재까지 가장 큰 선박의 해외 무상 양여 사례로 기록됐다.

‘3001함’은 지난 1994년 건조된 선령 30년의 노후함이다. 지난 7일 부산 해경은 ‘3001함’에 대한 퇴역식을 진행했다. 도입 당시 선박 가격은 약 400억~500억원 가량이다. 건조는 HD현대중공업이 맡았고 1994년 3월에 부산해경에 배속됐다. 최초 함명은 ‘태평양 1호’ 였다. 최초 배속된 당시 ‘3001함’은 최신식 경비함정이었다.

30년의 세월 동안 우여 곡절도 많았다. 지난 1996년에는 페스카마 15호에서 선상 반란이 일어나 11명이 살해된 사건이 터졌을 때엔 출항해 범인들을 국내로 압송했다. ‘3001함’은 지난 2005년에는 부산 기장군 대변항 바다에서 조업하던 ‘신풍호’가 일본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해 나포될 위기에 처했을 때도 투입됐다.

당시 신풍호를 사이에 두고 일본 순시선 7척과 3001함 등 국내 경비정 6척이 대치했고 ‘3001함’은 한국 선원 9명을 모두 구조했다. 지난 2019년에는 울산 염포부두 내 석유제품 운반선에 화재가 발생 됐을 때도 동원돼 불길을 소화포로 완전히 진압하는 데 공을 세웠다.

흑역사도 있다. ‘3001함’에는 수중 수색에 필요한 감압챔버가 설치돼 있다. 애초 ‘3001함’의 도입 목적 가운데 하나가 구난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2014년 세월호 사고 당시엔 관리 부실로 인해 감압챔버를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초 도입 목적인 구난 대신 경비 목적으로만 사용됐다는 비판도 있다. ‘3001함’의 관리부실은 수차례 국정감사에서 지적을 받기도 했다.

‘30년’ 동안 해경에 배속돼 각종 사고와 문제 해결에 큰 공을 세웠던 ‘3001함’은 이제는 에콰도르로 인도된다. 목포 소재 ‘드라이 도크’에서 약 6개월 동안 엔진 수리, 무장 장착 등의 과정을 거친 뒤 오는 10월께 에콰도르 측이 자력 항해로 태평양을 건너 남미 에콰도르까지 약 30일간을 항해하게 된다. 에콰도르에 인도 되는 과정엔 한국 해경 소속 인원 5명도 ‘3001함’에 동승한다. 혹여 있을지 모를 항행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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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3001함’은 퇴역했다. ‘3001함’은 길이 104미터, 전폭 15미터, 최고속도 21노트의 함정이다. 해외에 양여된 한국 함정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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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 지원한다’ ODA 정신… 에콰도르 지원해 ‘지역 밸런싱’ 효과‘3001함’을 양여 받는 사안에 에콰도르 경찰청장이나 해경청장이 아니라 국방부 장관이 온 것 역시 의미 있다. 에콰도르 정부 직제엔 해경이 해군 소속으로 돼 있고, 해군을 통솔하는 장관이 국방부 장관이다. 한국의 경우 해경은 해양수산부의 외청으로 편재 돼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부의 외청이다. 국방부 장관이 직접 온만큼 무장 여부도 관심 포인트다. 해경은 양여 전 배치 돼 있던 발칸포를 모두 제거했다. 에콰도르 측은 6개월 수리 기간 동안 무장을 포함한 기관 정비 작업을 거쳐 에콰도르로 가게 된다.

왜 많은 국가들 가운데 에콰도르였을까. 여기엔 여러 사연이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지난 2020년 한국은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제 3국에 대한 ‘개발원조(ODA)’ 확대를 공언했고, 이 때문에 3국에 대한 지원 강화방책을 세웠다. 남미 대륙의 경우 에콰도르 인근국인 칠레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가입 국가여서 대상에서 제외됐고, 페루 역시 상대적으로 부유한 국가에 속한다. 한국의 해경함정을 무상으로 받는데엔 경쟁이 치열했는데, 대신 조건이 붙었다. 인수에 필요한 비용은 모두 양여 받는 국가가 지불한다는 조건이었다.

해경은 여러 국가에 양수 의향을 물었고, 이후 수차례 회의를 통해 한국과의 관계 개선 가능성 등을 꼼꼼히 살핀 뒤 결국 ‘인수 비용’을 댈 수 있는 국가 가운데 한국과의 외교 관계, 추후 발전 가능성 등이 두루 검토된 끝에 에콰도르가 최종 낙점을 받은 것이다. 특히 한국은 2020년 3월 해양경비법을 개정해 용도 폐기된 함정을 개발도상국에 무상 양여가 가능토록 했다. 해경 관계자는 “해경은 물론 해군까지를 포함해 한국 선박 가운데 가장 큰 배가 해외에 양여되는 사례”라며 “에콰도르에 선박이 인도되면 해당 지역에선 아마 가장 큰 함정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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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이 지난 4월 16일(현지시각) 리마 해군회관에서 열린 시마 페루·HD현대중공업 간 함정 현지 공동생산 계약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페루 대통령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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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가 ‘3000톤’ 함정 갖추자… 페루 뒤질세라 ‘3400톤’ 함정 韓에 발주이번 ‘3001함’의 에콰도르 무상양여는 남미 북서지역 내에선 일부 파장도 일으켰다. 에콰도르의 인접국인 페루 국영 방산업체가 ‘3001함’을 건조한 HD현대중공업과 사상 최대 규모의 특수선 발주 계약을 최근 맺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페루가 현대중공업에 발주한 군함의 규모는 3400톤급(호위함)으로 ‘3001함’에 비해 만재배수량 기준 400톤 가량이 크다. 페루는 현대중공업에 발주를 맡겼고, ‘3001함’의 건조사도 현대중공업이다. 때문에 페루가 ‘3001함’ 대응용으로 이번 발주가 이뤄진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남미에서 인접국인 에콰도르와 페루는 경쟁국 관계다. 양국은 스페인어권에 안데스공동체 일원국이지만 대개의 인접국들이 그렇듯 크고 작은 국경 분쟁이 200년 넘게 이어져 왔다. 지난 1941년에는 ‘에콰도르-페루 전쟁’이 벌어졌고, 관련 분쟁은 1998년까지 여러차례 반복됐다. 양국 국민들 사이의 감정은 비교적 최근 까지도 좋지 않다. 지난 2017년에는 페루가 에콰도르의 접경지역에 장벽을 세우자 갈등이 시작됐고, 코로나19 당시엔 에콰도르에 환자가 늘어나자 페루가 국경을 봉쇄해 에콰도르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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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함정사업은 3400톤급 호위함 1척, 2200톤급 원해경비함 1척 및 1400톤급 상륙함 2척을 페루 현지 조선소에서 건조하는 방식이다.HD현대중공업은 시마조선소와 협력해 오는 2030년까지 이들 함정을 순차적으로 페루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이 함정의 설계, 기자재 공급 및 기술 지원을 수행하고, 시마조선소가 최종 건조를 맡게 된다.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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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콰도르에선 ‘군함’… 남미 북서부 內 당분간 최강 전함한국에선 해양 경찰이 사용하던 ‘3001함’이 에콰도르에선 군함으로 사용될 예정인만큼 어떤 무기가 탑재될 것인지도 관심거리다. 해경에 따르면 에콰도르 측은 수리 기간 동안 함포를 포함한 무장 장비도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한국 방산업체들이 무장 계약 대상인데 관건은 비교적 소규모 계약인 탓에 납품 기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각종 분쟁 때문에 한국에서 제조된 무기들은 대부분 해외 수출이 이뤄지고 있고 때문에 ‘3001함’에 필요한 장비 납품이 어려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명목은 ‘무상 양여’지만 경제적으로도 우리에게 도움이 된다. 무상 양여가 불가능했다면 고철 값만을 받고 해체 되는데, 고철 가격으로 ‘3001함’을 환산하면 불과 3억~4억원 가량이다. 선박 해체 대부분의 과정 수작업으로 이뤄지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인건비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대신 ‘3001함’을 해외에 무상 양여 할 경우엔 앞선 ‘페루-현대중공업’ 수주와 같은 부수적 경제 효과와 함께 ‘유지-보수’ 발주가 꾸준히 이뤄질 개연성이 있다. 해경 관계자는 “국내 중소형 조선사들엔 추후 부품 조달 매출이 발생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퇴역한 ‘3001함’의 빈자리는 오는 5월 취역이 예정돼 있는 최신예 경비함이 메울 것으로 알려졌다.

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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