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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오늘 무안타지만 퇴근할 때 안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보는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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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무안타지만 집 갈 때 되니 퇴근 안타 박해민’

지난달 9일 LG트윈스와 KT위즈의 한국프로야구(KBO) 경기를 송출한 티빙에선 LG트윈스의 박해민이 적시타를 치자 이같은 자막이 송출됐다. 예능에서나 나올 법한 선수를 비아냥대는 부적절한 자막이라는 비판이 팬들 사이에서 터져 나왔다. 그뿐만 아니다. 동영상 품질에서부터 부실한 문자 중계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처음 KBO를 중계하는 티빙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하다.

세계일보

지난 3월 9일 LG트윈스와 KT위즈의 한국프로야구(KBO) 경기를 송출한 티빙의 자막. 티빙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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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티빙은 웨이브와 합병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선 티빙과 웨이브의 앱 사용자 점유율이 넷플릭스와 디즈니플러스를 합한 수치보다 크다는 분석이 나오자 장밋빛 희망을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실적은 이런 전망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출혈경쟁에 큰 고통을 받는 티빙은 구독료 인상과 KBO 중계 유료화 카드 등을 꺼내 들었다. 과연 티빙과 웨이브의 실험은 성공할까.

25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산 OTT 앱 사용자 점유율은 티빙 21%, 쿠팡플레이 23%, 웨이브 13% 등 총 57%로 넷플릭스(35%)와 디즈니플러스(8%)를 합한 43%를 넘었다.

OTT 앱 주간 사용자 수 추이를 분석한 결과는 지난달 4주 차 기준 넷플릭스 약 685만명, 티빙 435만명, 쿠팡플레이 370만명, 웨이브 252만명, 디즈니플러스 115만명으로 집계됐다. 즉 수치만 놓고 보면 티빙과 웨이브의 앱 사용자는 총 687만명으로 넷플릭스보다 2만명이 더 많다.

하지만 티빙은 2020년 CJ ENM으로부터 법인을 분할한 이후 줄곧 연간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020년 61억원을 시작으로 2021년 762억원, 2022년 1191억원, 지난해 1420억원으로 늘었다. 한해 14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뜻이다. 여기에 앞서 언급했듯 콘텐츠 운용 능력에 대한 의구심도 나타났다.

결국 티빙은 가격 인상에 나섰다. 티빙은 오는 5월1일부터 연간 구독권 가격을 기존 대비 약 20% 인상한다. 이에 따라 기존 9만4800원이던 베이직 구독권은 11만4000원, 기존 13만800원이던 스탠다드는 16만2000원, 기존 16만6800원이던 프리미엄은 20만4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된다.

프로야구 중계도 월 5500원으로 유료 전환했다. 티빙은 총 1350억원을 투자해 한국야구위원회(KBO)와 2024년부터 2026년까지 KBO 리그 유·무선 중계권사업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KBO 주요 행사의 국내 유무선 생중계, 하이라이트, 주문형비디오(VOD), 스트리밍 권리·재판매 사업권을 획득했다.

유료화 중계로 전환됐지만 티빙은 경기 중, 또 하이라이트 장면 등에서 수많은 오류를 내보냈다. 시범경기 중계 중 베이스에 있는 선수 이름이 잘못 표기되거나 ‘22번 타자’, ‘3루에서 SAVE’라는 자막을 내보냈다. 야구팬들은 야구 룰조차 모르는 관계자가 중계를 맡았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1년에 450억원, 총 1350억원을 지불하고 KBO 중계권을 획득한 티빙은 시범 경기 중계 당시 미흡한 운영 방식으로 최주희 티빙 대표까지 나서서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최 대표는 “시범경기를 통해 중계 사이트의 미흡한 점을 충분히 공감하고 인지했다”며 “더욱 책임감을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웨이브는 어떨까. 티빙보단 적지만 웨이브도 참담한 적자를 기록했다. 웨이브는 지난해 2479억원의 매출에 781억원의 적자를 봤다. 왓챠를 포함해 지난해 토종 OTT 삼총사는 총 24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쿠팡플레이와 디즈니플러스는 별도로 국내 실적을 발표하진 않는다.

업계에선 국내에 서비스되는 주요 OTT 가운데 넷플릭스만 사실상 유일하게 흑자를 낸 것으로 본다. 넷플릭스의 지난해 4분기 신규 구독자는 1310만명으로 코로나19 초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티빙과 웨이브는 출혈경쟁 속에 지속해서 적자를 기록 중이다.

시선은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으로 쏠린다. 업계에선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공격적인 콘텐츠 투자나 시너지 효과보다 출혈경쟁을 줄이기 위한 미봉책이란 시각이 많다. 즉 생존을 위한 전략이란 뜻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OTT가 합병한다면 일시적으로 앱 사용자 수치에서 상승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구독료 인상으로 인한 구독자 이탈 및 운용능력 미흡으로 인한 논란 등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내다봤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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