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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단독] 중국·멕시코 얽힌 점조직…필로폰 큰손 미국인 국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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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로 대량의 필로폰을 밀수입한 혐의를 받는 미국인 T씨(33)가 26일 국내에 인도된다. T씨는 국내 필로폰 공급책 중 가장 큰 손으로 꼽히는 인물이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필로폰 약 2.5kg을 국내에 밀매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로 T씨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인도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T씨는 지난해 8월 여행용 가방 안감 속에 필로폰 1.95kg을 숨겨 국내에 들인 혐의를 받는다. 앞서 지난 2022년 11월 야구 방망이에 필로폰 약 500g을 숨겨 항공특송화물로 밀수입하려다 그친 혐의도 있다. T씨가 취급한 필로폰은 약 8만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양으로, 시가 83억원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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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씨의 공범 S씨가 가방 안감 속에 필로폰을 숨겨 은닉하려다가 경찰에 적발됐을 당시 사진.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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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지난해 9월 T씨에 대해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에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같은 달 27일 유럽으로 이동하려던 T씨는 독일 공항에서 현지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범죄인 인도 재판 확정판결이 나온 뒤 한국 경찰에 인계됐다. 인터폴 강제인도는 검거된 국가에서 범죄를 저질렀거나 불법체류 중이었던 피의자에게 적용되는데, T씨는 이 경우에 해당하지 않아 범죄인 인도 재판을 받았다고 한다.

T씨는 ‘조선족 마약왕’으로 불리는 중국 국적의 주밍신(29)과 접촉해 국내에 필로폰을 공급한 혐의를 받는다. 주밍신은 국내 마약 유통시장을 장악한 것으로 추정되는 인물로, 동남아시아·중국 등으로부터 마약을 대량으로 확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밍신 역시 마약 밀수입 혐의로 인터폴에서 적색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T씨는 주밍신을 통해 한국·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 필로폰 등을 대량 유통하려고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T씨는 텔레그램을 통해 지인에게 “일본에도 (마약) 판매망을 거의 다 구축했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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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남성신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계장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시킨 조선족 범죄 집단 관련 브리핑을 하는 모습. 주밍신의 지시를 받아 마약류를 국내에 밀수입하고 유통시킨 피의자 37명이 검거됐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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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태국 등의 마약밀매조직에 몸담았던 T씨는 멕시코 시날로아 등 남미 거대 마약 카르텔과도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국내에 들여온 필로폰 역시 멕시코산일 가능성이 있다고 수사당국이 의심하는 이유다. T씨는 2022년 3월 마약을 밀수한 혐의로 부산지검 수사 선상에도 올라있다.

경찰은 총책 주밍신을 중심으로 T씨 등이 연루된 다국적 마약 밀수 점조직이 있다고 보고 이들을 추적해왔다.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과 마약단속국(DEA)과도 공조를 해왔다. 그 결과 항공특송화물에 마약을 숨겨 들여온 뒤 고속버스 등을 이용해 국내에 유통하고, 야산 땅속에 마약을 파묻는 방식으로 단속을 피한 마약사범 16명을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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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2년 11월 미국발 항공특송화물을 이용해 야구 방망이에 은닉한 필로폰 500g을 압수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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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씨의 공범인 미국인 S씨는 국내에서 마약을 유통하다가 경찰에 적발돼 지난해 1심에서 징역 10년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S씨의 소식을 들었던 T씨는 본국보다 마약 관련 형량이 센 한국에 인도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같은 마약밀매 조직에서 활동하다가 지난 2015년 조직 두목인 호주 국적의 A씨를 살해한 용의자로 의심받았다. 마약 판매로 얻는 이권을 두고 두목과 대립각을 세우다가 살인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T씨가 국내에 도착하는 대로 추가 범죄 여부와 구체적인 마약 밀매·유통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T씨의 신병을 인계받는 즉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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