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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네이버, 13년 키운 라인 경영권 일본에 뺏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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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라인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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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소프트뱅크가 라인(LINE)의 지분 인수 협상에 나서면서 네이버가 13년 동안 성장시킨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의 경영권이 일본에 넘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라인야후’의 문제가 ‘보안 대책’ 마련이 아니라 ‘경영권 뺏기’로 전환되는 모습이다.

25일 교도통신·산케이신문 등 일본 언론을 보면, 소프트뱅크가 개인 정보 유출을 문제 삼아 라인 서비스를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인 에이(A)홀딩스 주식을 네이버로부터 매입하기 위한 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에이홀딩스 주식을 조금이라도 취득해 에이홀딩스 출자 비율이 높아지면 라인야후 경영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라인야후의 근본적 개혁을 위해서는 약간의 주식을 취득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해서 일정한 비율의 주식을 매입하려 한다”며 “소프트뱅크는 다음 달 9일 결산 발표를 분기점으로 삼아 협의를 서두르고 있다” 덧붙였다.

라인야후 주식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설립한 합작법인 에이홀딩스가 약 65%를 보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와 네이버는 라인야후의 중간 지주회사에 해당하는 에이홀딩스에 각각 50%씩 출자하고 있어 두 회사가 실질적인 모회사다. 소프트뱅크가 네이버로부터 주식을 인수해 독자적인 대주주가 되면, 네이버는 라인의 경영권을 잃게 된다. 네이버는 2011년 6월 일본에서 라인 서비스를 시작했고, 한 달에 1번 이상 이용하는 사람 수가 9600만명에 달하는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타이·대만·인도네시아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이용자가 2억 명에 달한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는 라인야후에 대한 영향력이 하락할 것을 우려해 주식 매각에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라인야후의 주식 협상은 일본 정부가 압박하는 모양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달 5일 라인야후가 시스템 업무를 위탁한 네이버에 과도하게 의존해 사이버 보안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네이버와 자본 관계 재검토’를 포함한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라인야후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보고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총무성은 대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지난 16일 또다시 행정지도를 내렸다. 총무성은 두번째 행정지도에서 “‘자본관계에 관한 재검토 요청’에 대한 진보를 포함해 보안 거버넌스 대책을 위한 필요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검토를 가속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하게 압박했다. 일본 언론에서도 라인야후의 자본 관계를 검토하라며 총무성이 두 차례나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하는 보도를 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강경한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내에선 ‘라인야후의 경영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며 “라인야후의 정보관리 허술함은 경제안보상의 리스크”라고 강조했다.

라인야후는 지난해 11월 “라인 이용자와 거래처, 종업원 등 개인 정보 44만 건이 유출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관계 회사인 한국 네이버 클라우드를 통해서 제3자의 부정한 접근이 있었다고 밝혔다. 라인야후는 당시 네이버 클라우드와 함께 업무를 위탁하고 있는 회사 직원이 사이버 공격을 받았고, 이를 계기로 네이버와 일부 시스템을 공유하는 라인야후에도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후 추가 조사를 통해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51만여 건으로 늘어났다.

네이버 쪽은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금으로서는 아직 정해진 것이 없어 공식 입장을 내기는 이르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월간 활성 사용자수가 9600만명에 달하는 일본 내 독보적인 1위 메신저인 ‘라인’에 대해 일본 규제당국이 ‘일본 지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논리의 시발점이 지난해 벌어진 라인 정보유출 사고이기 때문이다. 사고 이후 총무성은 단순한 보안 강화 지시를 넘어 지분관계, 즉 ‘한국 플랫폼’이란 점에 문제제기를 하는 상황이다. 네이버는 오는 7월1일까지 지난해 라인 정보유출 사고에 대한 개선안을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법적 구속력은 없다고 해도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부에서도 이 문제가 통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들여다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지분 매각에 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 확고한 경우, 통상 문제로 갈 가능성이 있다”며 “그 경우 과학기술정통부와 외교부, 산업자원부 등 정부 차원에서 공동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김소연 특파원 정유경 기자

dand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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