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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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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앞에도 ‘연트럴파크’ 생길까?…철도 지하화 사업의 모든 것[부동산 빨간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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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철도는 도시 공간을 단절시킨다. 서울역(사진 가운데) 서쪽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동쪽 대비 개발이 지연됐다. 사진 속 공터인 서울역 북부 역세권 개발 용지는 ㈜한화 건설부문이 올해 개발할 계획이다. 서울시 SMA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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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산업2부 기자


지난 10일 제22대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이 열렸습니다.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는 여야 모두 ‘철도 지하화’ 공약을 내세우며 표심을 두드렸습니다. 사실 철도 지하화 논의는 약 10년 넘게 거론된 주제입니다. 2012년 12월 제18대 대선을 앞두고 그해 7월에는 수도권 서남부(서울 용산·동작·영등포·구로·금천구, 경기 안양·군포시) 7개 지자체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경부선 지하화 추진협의회가 구성됐습니다. 서울역~당정구간 지하화 요구 200만 서명운동이 열렸고 이듬해 6월에는 경부선 지하화 공동용역도 이뤄졌죠. 하지만 실행으로 옮겨지기보다는 선거를 위한 정치적 구호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상 철도가 깔려있는 지역, 특히 수도권 지역 주민이라면 철도 지하화가 주거 환경이나 지역 경쟁력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많으실 겁니다. 지하화의 단계적 과정을 이해하고 있으면 실제로 실현 가능할지 좀더 판단하기 쉽지 않을까요? 이번 부동산 빨간펜 주제는 ‘철도 지하화’입니다.

Q. 왜 지상철도 지하화 논의가 계속 나오는 건가요?

“크게 3가지로 나눠서 볼 수 있습니다. 먼저 생활권 단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서울역 주변을 볼까요. 서울역은 남북으로 길게 늘어져 동쪽과 서쪽을 나누고 있습니다. 27개의 선로가 9개 승강장으로 엉키듯이 연결되는데 너비가 약 400m에 달합니다. 서울역 동쪽은 광화문, 을지로 등 도심업무지구(CBD)로 연결돼 고층빌딩이 많이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서쪽은 접근성이 열악해 대규모 개발이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남영~용산역 구간에는 지하차도, 굴다리 등이 설치되어 있지만 도시 연결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죠. 이런 단절 문제를 해결하면 개발이 더뎠던 지역이 수혜를 입을 수 있습니다.

철도 주변 건축물 노후화 및 생활환경 저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영등포 일대 철도 주변지역 소음을 측정하니 일반지역 소음 기준(40㏈)보다 높은 70㏈ 이상으로 소음진동관리법 등에서 규정하는 법정한도를 초과했습니다. 이처럼 지상철도와 인접한 곳은 개발 여건이 열악해 주택, 오피스보다는 고물상, 창고 등과 같은 도시에 적합하지 않은 건물이 들어서기 쉽습니다. 장기간 개발이 지체되어 슬럼화가 이뤄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소음 차단 목적으로 방음벽을 설치하면 도시미관에도 부정적입니다.

이외에도 도시 중심지에 있는 철도 부지 지상부를 고밀개발하거나 공원으로 활용할 수 있어 토지이용 효율성이 높아지는 것도 지하화의 장점으로 꼽힙니다.”

Q. 철도 지하화는 어떤 단계로 진행되나요?

“철도 지하화는 동일한 역, 구간을 지나는 지하철도를 신설한다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먼저 신규 대체노선을 지하에 우선 조성합니다. 지하 공사 중에도 기존 철도는 그대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지하 선로 신규개설 후 지상부 철도는 운행을 중단하고 공원, 복합개발 등 다른 용도로 활용합니다.

‘연트럴 파크’라 불리는 경의선 숲길을 살펴볼까요. 먼저 가좌역부터 효창공원역 인근까지 놓인 경의선 지상철도 약 6.3㎞를 지하 20m 깊이에 새로 지었습니다. 상부 폐철길은 457억 원을 들여 공원으로 조성했습니다. 면적은 약 10만2000㎡에 이르는데, 현재는 연간 885만 명이 오가는 명소가 됐죠.

경의선 숲길에서는 서울시가 토지주인 국가철도공단으로부터 땅을 무상으로 빌려 공공에 개방했습니다. 대신 관리비용으로 매년 20억 원 가량을 쓰고 있다고 하네요. 서울행정법원 판결에 따르면 공단은 경의선숲길 조성에 따른 공덕역, 홍대입구역 등 개발을 통해 2700억 원의 수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Q. 철도 지하화에서 고려해야 할 점은 없나요?

“지하화하는 역은 화물을 취급하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지상 선로에는 일반 및 고속열차, 도시철도 등 일반여객용 선로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화물열차 통과선, 객차유치선, 검수선 등 다양한 용도의 선로가 있죠. 현재 서울에는 9개 화물 취급역(수색·서울·용산·영등포·오류동·서빙고·청량리·망우·광운대역)이 있습니다.

화물 기능까지 지하화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합니다. 화물을 취급하는 역사를 지하에 짓는 상황을 가정해보겠습니다. 상·하역 장비, 사일로(원통형 창고) 등을 설치해야 하고 레미콘 등 대형차량이 출입할 수 있는 대규모 경사로도 확보해야 합니다. 진입로 확보를 위해 매수해야 하는 땅도 늘어납니다. 국가철도공단에 따르면 여객 전용 선로는 기울기가 35.0‰(천분율·1/1000) 이하면 되지만 화물운송기준은 12.5‰로 더 완만해야 하거든요. 화물 취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매연, 소음 등 환경문제는 지하에서 해결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철도 기능이 중요한 구간, 화물열차가 많이 지나가는 구간의 경우엔 지하화가 어렵다고 봐도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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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 취급역을 지하에 신설하면 경사로 신설, 매연 발생 등의 이유로 비용 대비 효과가 줄어든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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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신규 철도건설 계획과 통합해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기존의 지하 노선 및 정거장이 신규 노선을 조성하는데 제약 조건이 되기 때문입니다. 앞서 거론한 경의선 지하화를 다시 살펴볼까요. 이때 같은 구간 지하 50m 깊이에서 인천공항철도 공사가 함께 진행됐습니다. ‘듀얼 지하철 공사’라고 부르는데 이 덕분에 전체적인 공사기간이 단축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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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입구역에서는 기존 지하철 2호선 상부로 경의선 지하화가, 하부로 경의중앙선 신설 공사가 진행됐다. 서울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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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비용은 얼마나 들까요?

“2022년 8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지상철도 지하화 추진전략 연구’에 따르면 지하화에 드는 사업비는 2010년 기준 서울 국철 구간(71.6㎞)과 도시철도 구간(29.6㎞)이 각각 32조6000억 원, 5조4600억 원으로 추산됩니다. 합계 금액이 약 38조 원인데 2010~2021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 약 18.7%를 적용하면 45조2000억 원에 이릅니다. 최근 공사비 인상 등을 고려하면 이 비용은 더 오를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일단 서울시는 사업 대상지를 국철 구간으로 좁힌 상황입니다.

자금 조달 방안도 필요하겠죠. 정부는 1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철도 부지를 출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채권을 발행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후 상부 공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회수할 계획입니다. 지자체로부터 용적률, 주차장 등 개발 인센티브 등을 받으면 기대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Q. 자금 확보가 어렵지는 않을까요?

“철도 지하화로 조성된 토지가 개발하기 좋은 땅인지가 관건입니다. 사람들이 자주 오가는 지역이라면 개발 차익이 크겠죠. 하지만 대체로 좁고 길쭉한 선형(線形)이라 개발하기 어렵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인근 토지를 추가로 매입해야 사업성 확보가 가능한 땅이라면 민간에서 관심이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Q. 앞으로의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정부는 올해 6월까지 사업 제안 가이드라인을 작성할 계획입니다. 서울, 부산, 인천, 세종 등 16개 광역지자체에서는 이를 근거로 사업을 구상해 제출하게 됩니다. 완결성이 높은 사업은 올해 12월에 1차 선도사업으로 선정된다고 하네요. 이를 위해 4일 지자체와 철도기술·도시개발·금융 등 다양한 분야별 전문가가 모인 협의체도 구성했습니다. 국토부는 2025년 12월까지 철도지하화 통합개발 청사진을 담은 종합계획을 수립하는데 그 이전부터 행정적으로 지원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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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축복 기자 bl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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