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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이슈 국악 한마당

국립창극단 스타들이 선보이는 '힙한' 국악...절창 개막 3주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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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에서는 혼자 3분 이상 소리를 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등장하는 배우가 많으니 합창이나 연창이 많죠. 절창 공연에서는 10~20분 간 독창을 합니다. 제가 소리를 한 게 25년인데도 혼자 10분을 채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소리라는 게 정말 어렵구나, 또 한 번 느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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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완창 판소리 '춘향가'를 100분으로 압축한 '절창' 공연을 선보이는 두 소리꾼. 왼쪽이 조유아, 오른쪽이 김수인이다.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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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창극단 소속 소리꾼 조유아(37)는 다음달 17일 '절창' 공연 개막을 앞두고 25일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국립창극단 입단 9년 차인 조유아는 그간 창극 '정년이'의 '윤정년' 역과 '베니스의 상인들'의 네리사 역 등을 맡으며 국악팬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킨 소리꾼. 3대째 이어진 소리꾼 가문 출신으로 전남 무형문화재 제40호 조도닻배노래 예능보유자 조오환씨가 그의 부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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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립극장에서 열린 창극 '정년이' 공연에 선 조유아 배우(왼쪽에서 세 번째). 사진 국립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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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아버지의 소리를 듣고 자라며 초등학생 때부터 소리꾼 외길을 걸어 온 그에게도 절창 공연은 "쉽지 않은 도전"이다.

"제가 창극단에 입단한 이후로 한 번도 정통 판소리를 들려드린 적이 없더라고요. 창극 안에서 캐릭터를 연기하며 짧게 소리를 들려드린 것이 전부였죠. 창극이 많은 사랑을 받아 기쁘지만 전통 소리 무대가 고팠습니다. 그 첫 무대가 '절창'이라 기쁘면서 긴장도 됩니다. 공연을 찾은 분들이 '진짜 좋은 소리 듣고 간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유아)

조유아와 함께 호흡을 맞추는 것은 2021년 창극단에 입단한 소리꾼 김수인(29). 2022년 국내 최대 국악제로 꼽히는 임방울국악제에서 장원을 차지한 김수인은 같은 해 크로스오버 그룹 '크레즐'의 멤버로 JTBC '팬텀싱어4'에 출연해 3위에 오르기도 했다.

이들은 "전통 판소리 공연이 잘 열리지 않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무대가 더 뜻 깊게 다가온다"고 했다.

"저는 국립창극단 레퍼토리 중에 '절창'이 제일 재미있어요. 그래서 이 공연을 해보고 싶었지만 동시에 피하고도 싶었죠. 저 스스로를 창극 배우이기 전에 소리꾼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절창'은 소리꾼으로서의 자질이 여실히 드러나는 공연입니다." (김수인)

절창은 완창 판소리를 압축한 공연이다. 이번 절창 공연은 8시간 짜리 완창 판소리 춘향가를 100분으로 줄였다. 지고지순한 마음을 갖고 이몽룡의 귀환을 기다리는 춘향은 당차고 능동적인 '신여성' 캐릭터로 각색했다. '사랑가', '이별가', '어사출도' 등 춘향가의 하이라이트는 모두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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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절창1 공연에서 수궁가를 선보이고 있는 국립창극단 유태평양(왼쪽)과 김준수.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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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인은 절창 공연을 준비하는 과정을 집 짓는 과정에 빗대 "땅을 다지는 것부터 모두가 함께 하는 점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창극을 연습할 때는 대본과 캐릭터가 주어지고 그 안에서 연습을 하지만 절창은 주어지는 것 없이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어야 합니다. 완창 판소리를 어떻게 압축할지 작가·연출·배우가 다 같이 상의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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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절창4 음악감독을 맡은 박승원, 국립창극단원 조유아·김수인, 임지민 연출. 사진 국립극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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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영상, 의상에는 현대적인 색을 입혔다. 가야금·거문고·생황 등 전통 국악기를 중심으로 박승원 음악감독이 직접 고안한 스트링뱀부 등 특수악기와 전자 음악을 두루 쓴다. 국악에 관심이 있지만 완창 판소리를 보는 것은 부담스러운 입문자들에게 두루 추천할 만한 공연이다.

공연은 다음달 17일과 1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볼 수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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