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황현희의 눈] 야구 오심 은폐논란…진정한 권위는 스스로 지켜야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월드

“음성은 분명히 볼로 인식했다고 들으세요. 아셨죠? 이거는 우리가 빠져나갈 궁리는 그거밖에 없는 거예요. 음성은 볼이야, 알았죠? 우리가 안 깨지려면 일단 그렇게 하셔야 돼요.”

지난 14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NC 다이노스의 경기에서 보고도 믿기지 않고 듣고도 귀를 의심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났다. 심판위원들이 ABS 판정 오류를 놓고 일종의 담합을 하는 장면이 벌어졌다. 오류를 바로잡는 여러 단계의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으면서 빚어졌다. 전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 볼 판정시스템이 부른 어처구니없는 상황이었다.

심판들의 입에서는 ‘빠져나갈 궁리’라는 말과 ‘우리가 안 깨지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그대로 생중계됐다. 그리고는 심판들의 단합이 의심에서 사실로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그동안의 야구에서 나오는 오심들의 장면들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고 야구팬의 한 사람으로서 오심이 나올 때마다 분노해야만 했던 장면들까지 떠올랐다. 이 한 장면으로 그동안의 모든 오심의 장면들이 이해가 돼버렸다. 결국 오심을 인정하지 않으려 한 것으로 결론이 나버린 것이다.

난 이 일이 일어나고 바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이번 한 번뿐이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심판의 담합이 있었을까. 본인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며 몰입했던 선수와 코치진, 그리고 그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기만한 것인지 생각하게 했던 순간이다. 그동안 중요한 순간에서의 명백한 오심으로 팬들의 마음은 무너져 내렸다. ‘사람이 하는 일이니 이런 실수 정도는 일어날 수 있다’라는 생각도 했지만, 이번 일로 ‘그것을 알고도 책임을 덮으려 했다’는 결론이 나왔다.

결국 문제는 그동안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려 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알고도 그냥 넘어가는 일이었다는 것이다. 야구팬의 한사람으로 뻔히 보이는 일들을 어찌 저렇게 넘어가는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한 두 번 한 것이 아니다. 야구는 전 경기가 방송으로 생중계되지 않는가. 중계로 잡힌 모습들을 한 번만 집중해서 본다면 너무나도 명백하게 드러나는 일들을 왜 인정하지 않았는가 생각을 했다. 아니었다. 알고도 넘어가는 것이었다. 감정을 실어가며 응원했던 나 자신이 너무나도 허탈했다.

결국 KBO는 “해당 경기의 심판위원과의 계약을 해지한다”라고 발표했다. 심판에게 해고 징계를 내린 것은 처음이다. 나머지 2명의 심판위원에겐 3개월 정직(무급) 처분을 내렸다. 한 심판의 경우 정직 기간 종료 후 추가 인사 조처를 진행키로 했다. 나름대로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판단된다.

한국프로야구는 처음으로 정규리그에 ABS를 도입하며 미국, 일본 등 다른 나라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로 심판의 권위와 신뢰가 큰 타격을 입었고, 리그 공정성도 훼손이 불가피하다. 당연한 결과라 생각한다. 야구는 응원하는 팬이 없다면 존재의 의미가 없다. 이런 일이 나올 때마다 ‘오심도 게임의 일부고 심판의 권위에 반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제는 아니다. 오심은 바로잡아야 하고 심판의 권위는 이런 식으로 지키는 것이 아니다. 권위는 다른 사람들의 존경심에서 나와야 한다. 진정한 권위는 스스로 지키는 것이란 것을 알았으면 한다.

세상이 변한만큼 시스템도 바뀌어야 하고, 더 이상의 오심에 얽힌 변명과 담합과 덮고 넘어가는 모습은 야구장에서 안 봤으면 한다.

ⓒ 스포츠월드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