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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기고] 반려동물 키우는 인구 1000만 시대... 동물기본법 신설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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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림축산식품부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현재 국내 반려동물 양육 인구 비율이 28.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3분의 1에 가까운 국민이 반려동물과 생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반려동물을 물건이 아닌 생명체로 인식하는 사회적 분위기도 점점 확산되고 있다. 이러한 인식 변화에 부응하고자 법무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는 조항을 포함한 민법 개정안을 발의하였으나, 법원행정처의 반대로 논의가 중단되었다. 이는 사회적 인식과 법적 보호 간의 괴리를 드러낸다.

동물보호법을 여러 차례 개정했지만 심지어 동물 성학대 같은 범죄도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2017년 5월 부천에서 발생한 개 성학대 사건, 2018년 9월 천안에서 발생한 암소 성학대 사건, 2019년 5월 이천에서 발생한 개 성학대 사건 등이 그 사례다. 법원에서 재판하고 판결한 사례만 이 정도니, 드러나지 않은 동물 성학대 범죄는 더 많을 것이다.

현행 법 체계 내에서는 동물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행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규정되지 않아 법적인 처벌이 어렵다. 법원은 ‘정당한 사유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를 동물 학대로 판단하고 있지만, 성학대 자체가 동물에게 물리적 상해를 입히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이러한 행위들이 법의 맹점을 피해 가고 있다. 또한, 동물 학대 장면을 촬영하여 인터넷에 게재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현행 동물보호법의 조항도, 영상만으로는 동물의 신체적 고통 발생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워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법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에서는 동물 성학대를 범죄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법령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미국 연방수사국(FBI)은 2016년부터 동물 성학대를 주요 범죄 유형 중 하나로 포함시켜 관리하고 있으며, 독일은 2012년 동물 복지법을 개정하여 동물을 이용한 성행위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가장 동물복지법이 발전한 국가 중 하나로, ‘동물의 권리’에 초점을 맞추어 각종 법적 보호를 제공한다. 네덜란드는 동물을 고의로 학대하는 행위에 대하여 최대 3년의 징역 또는 높은 벌금을 부과하고, 동물 학대 사건을 전문으로 다루는 경찰 부서를 운영하고 있다. 영국은 ‘동물복지법’을 통해 모든 동물 보호자에게 동물의 ‘기본적인 복지 요구’를 충족시킬 법적 의무를 부과한다. 이 법은 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필요한 표준을 설정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엄중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

한국의 동물보호법도 이러한 국제적 추세에 맞게 개정할 필요가 있다. 현행법상 동물 학대의 범위가 매우 좁게 규정되어 있어 실질적인 보호가 어렵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에 ‘동물기본법’을 신설하여 동물 보호 및 복지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동물 성학대에 대한 명확한 정의와 처벌 규정을 포함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동물 학대 행위의 구체적인 범위를 명확히 규정하여 법의 사각지대를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은 단순한 애완동물이 아니라, 인간과 공존하는 생명체이다. 법적 보호를 강화해 동물이 고통받지 않고 존중받는 생활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사회적, 법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 동물 보호는 단순히 동물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도덕적, 윤리적 발전을 위한 필수적인 조치이며, 사회 전체의 성숙도를 반영하는 중요한 지표이다.

[류원용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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