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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기자수첩] ‘사직 교수’ 몇 명인지, 언제부터인지 “모른다”는 복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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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의료 개혁 특별위원회 첫 회의에 입장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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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9시 40분. 정부세종청사 복지부 기자실로 복지부 간부가 들어왔다. 매주 한 번 주요 현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는 정례 브리핑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날은 전국 의대 교수 단체들이 사직을 시작하겠다고 예고한 날이다. 지난 2월 전공의가 집단 이탈한 데 이어 교수들까지 병원을 떠나면 중환자 치료가 막히는 ‘의료 대란’이 벌어진다. 이날 아침부터 환자 단체 인터넷 카페엔 ‘오늘 교수님 몇 분이 나가시나요?’ ‘○○○ 교수님은 계속 계신 거 맞죠?’라는 글이 올라왔다.

기자들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오늘 자로 교수 몇 명이 사직하는 것이냐” “의대 교수 800명이 사표를 냈다는 보도가 나왔는데 사실이냐”는 질문을 쏟아냈다. 그런데 복지부 간부는 “의대 교수 (사직) 관련 상황 (파악)은 교육부 소관” “(사직 교수) 수치가 많지 않다”고만 답했다.

정년이 보장된 전국 40개 의대 1만2000명의 전임 교수 관련 상황은 교육부 소관인 게 맞는다. 교육부는 이들 중 실제 사표를 제출한 교수가 몇 명인지 파악하고 있다. 반면 병원에서 1~2년간 계약을 맺고 근무하는 ‘기금 교수’ ‘진료 전담 교수’ 등 비전임 교수는 복지부가 챙긴다. 비전임 교수의 잔류 여부도 환자에게 큰 영향을 미친다. 복지부 관계자들은 “비전임 교수가 몇 명이냐”는 기자의 거듭된 질문에도 “잘 모른다”고 했다.

25일은 환자들 사이에서 ‘죽음의 갈림길’이라고까지 불렸다. “교수들이 병원을 떠나면 수술을 받을 수 없고, 수술을 못 받으면 죽기 때문”(한 암 환자)이다. 최근 며칠간 서울대병원의 소아 투석 등을 하는 교수 전원(2명)이 사표를 냈고, 이 병원의 응급 뇌혈관 수술 교수도 사의를 밝혔다는 뉴스가 나왔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선 속이 타들어 가는 ‘끔찍한 소식’이었다. 환자 단체 홈페이지에도 ‘수술 날짜 취소되는 것 아닌지 잠이 안 온다’ ‘정부도, 의사도 환자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불안감에 절규하는 환자들과 ‘교수 몇 명이 사직 예정인지 모르겠다’는 이날 복지부 간부의 모습은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의대 교수들의 사직 여부와 규모는 지난 한 달간 관심이 집중된 사안이었다. 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복지부는 환자 생각을 한번이라도 해본 것일까, 아니면 무능한 것일까.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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