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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1분기 '깜짝 성장'했지만…내수 회복 확신 못하는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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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기관들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속속 상향

1회성 요인 있어 하반기 성장동력 떨어질 우려도

깜짝성장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 지연 예상도

올해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이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시장에서 올해 성장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 수출 호조가 지속되는 데다 내수도 예상보다 빠르게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진다. 다만 고금리와 고물가가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어 회복의 지속성을 확신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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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 속속 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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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주요 민간 투자기관들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크게 올리는 중이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속보치)이 기존 전망을 크게 뛰어넘는 1.3%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한은 발표 후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8%로 대폭 상향 조정하면서 "1분기 순수출과 제조업 성장이 예상대로 견조했고 내수까지 강세를 보이면서 성장률을 상향했다"고 평가했다. 바클레이스는 종전 1.9%에서 2.7%로, 골드만삭스는 2.2%에서 2.5%, BNP는 1.9%에서 2.5%로 상향 조정했다.

UBS도 1분기 성장률 발표에 앞서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2.3%로 상향 조정했고, 시티는 2.0%에서 2.2%로, HSBC는 1.9%에서 2.0%로 높여 잡았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보다 잘 나오면서 이들 IB 역시 추후 성장률 전망치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투자기관들도 한은 발표 후 올해 우리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속속 상향 조정 중이다. 삼성증권은 종전 2.4%에서 2.7%로 전망치를 높였다. 하이투자증권은 2.0%에서 2.6%로, 유진투자증권은 2.1%에서 2.5%, 메리츠증권은 2.1%에서 2.4%로 올려 잡았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위원은 "1분기 우리 경제성장률은 내수와 수출이 동반 성장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놀라운 서프라이즈였다"며 "이번에는 기저효과와 부양 효과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기록한 성장률"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정성태 삼성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반도체와 자동차를 중심으로 하는 수출이 1분기 성장을 견인했다"며 "예상을 상회한 1분기 성장률을 반영해 연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상향했다"고 밝혔다.

정부에서도 1분기 우리 경제를 높게 평가하며 향후 성장세가 확대될 것을 예고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전일 브리핑에서 "1분기 성장률은 우리 경제 성장 경로에 상당히 선명한 청신호"라며 "올해 경제성장률이 당초 정부 측에서 예상한 2.2%를 넘어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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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성장에 일회성 요인 포함, 성장세 지속 확신 어렵다는 견해도
다만 시장에서는 1분기 우리 경제가 일회성 요인에 의해서 깜짝 성장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2분기 이후에도 지속되면서 하반기로 갈수록 내수 측면에서 성장 동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다.

전규연 하나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깜짝 성장을 이끈 주역은 민간소비와 건설투자 등 내수"라면서도 "연초 건설기성이 상승하며 건설투자 증가가 나타났지만 이는 일시적인 것으로 향후 회복이 제한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 이코노미스트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는 점차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고금리와 고물가의 이중고로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도 "1분기 우리 경제의 깜짝 성장 이면에는 정부의 예산 조기 집행에 따른 내수 반등 효과가 커 지속성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대내외 물가 안정이 더디게 나타나며 금리 인하 시점이 후퇴하고 있는 것도 투자 회복을 제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1분기 건설투자 개선은 예산 조기 집행 요인이 반영된 것이라 하반기까지 모멘텀이 이어지는 것은 어려워 보인다"고 진단했다.

한은도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을 예고하면서도 하반기 성장경로에 대해서는 보수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일 1분기 성장률 발표 후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만 놓고 보면 민간소비,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가 상당히 높아 내수가 회복세를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성에 대해선 지켜봐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건설투자와 관련해서도 신 국장은 "여전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불확실성이 상존해 있고, 건설 관련 지표들이 안 좋았던 영향이 본격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부진한 흐름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직 고물가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1분기 성장률이 예상을 뛰어넘으면서 금리 인하 시점이 뒤로 밀리는 것도 우리 경제에는 부담요인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2일 기준금리 동결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에서는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 시점을 늦췄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이 기대보다 높게 나오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3분기에서 오는 4분기로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우리 경제도 2분기부터 성장세가 다시 둔화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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