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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올해 대기업집단 발표, 보름가량 지연… “‘내홍’ 하이브는 이변 없이 지정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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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매년 5월 초 발표되는 대기업집단 지정 일정이 올해는 보름가량 밀릴 것으로 보인다. 올해부터는 ‘자연인’이 아닌 ‘법인’이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될 수 있는 조건이 구체화해 적용되는데, 이 내용을 담은 공정거래법 개정 작업이 지연되면서다. 이에 따라 일부 대기업집단 중에는 현재 자연인인 총수가 법인으로 변경되는 경우가 생겨날 수도 있다.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는 관전 포인트가 또 있다. 하이브·파라다이스·대명소노 등 전에 없던 엔터·호텔·레저 기업들이 대기업집단으로 급부상할 것으로 점쳐지면서다. 최근 ‘내홍 사태’를 겪었던 하이브는 일련의 소동과는 관계없이 그대로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 ‘한진’ 이후 5년만 대기업집단 지정일 15일 연기될 듯

2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5일 이전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지정 결과’ 발표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 중이다. 통상 그해 대기업집단 현황은 5월 1일에 공표되는 것이 보통인데, 이번엔 법정 마감 시한(5월 15일)까지 밀릴 위기다. 대기업집단은 정부가 일정규모 이상인 대기업을 지정, 경제력 집중 억제를 위해 각종 규제를 가하는 제도다.

과거 비슷한 전례로는 2019년 4월 8일 고(故)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돌연 작고함에 따라 동일인을 재지정해야 하는 문제가 얽혀 그해 발표가 5월 15일로 이뤄진 바 있었다. 그만큼 이 일정이 밀리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번에 발표를 늦추게 된 계기는 ‘동일인’ 판단을 구체화하는 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한 뒤 이를 적용하기 위해서다. 동일인이 누구냐에 따라 기업집단의 범위가 달라질 수 있는 데다 의무적으로 공정위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 범위도 달라지기 때문에, 대기업들은 매년 이 지정 절차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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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석 쿠팡Inc(쿠팡 모회사) 이사회 의장 겸 최고경영자(CEO)의 모습.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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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 국적 무관 ‘법인=총수’ 가능토록” 법 개정 막바지

이번 개정안은 대기업집단에 ‘자연인’인 총수가 있더라도 특정 예외 요건을 충족하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쿠팡처럼 외국 국적의 오너가 있는 기업집단은 자연인인 ‘김범석 의장’이 아닌 ‘쿠팡’이란 법인이 총수로 지정됐었다. 외국인을 총수로 지정한 사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자연인이 아닌 법인 총수가 되면 ‘사익편취’ 등 불공정행위 감시를 받지 않게 돼 내·외국인 역차별 논란이 일었다. 결국 이번에 오너가 내·외국인인지를 불문하고 동일인이 법인으로 설정될 수 있는 판단 기준이 세워진 것이다.

그 조건은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도 기업집단 범위에서 자연인이 지배하는 집단과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 참여·출자도 없는 등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제공 등의 우려가 없는 경우다. 즉 동일인이 사람이든, 회사든 그 계열 회사가 똑같아야 하고, 개인의 친족이 보유한 회사가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최초엔 이렇게 법인 총수가 됐다고 하더라도, 추후 이런 요건을 더 이상 충족하지 못하게 되면 다시 자연인 총수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조항도 명시됐다. 지난 25일까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시행령’(공정거래법) 일부 개정령안 재입법 예고를 마치고, 현재 규제 심사-법제처 심사-차관 회의-국무회의의 절차를 남겨두고 있다.

공정위는 시행령 개정이 완료된 후 ‘자연인→법인’으로 총수 변경을 원하는 기업 중 일정 심사를 거쳐 재지정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친족 경영이 워낙 활발한 한국 기업 구조 특성상, 이번에 법인 총수로 변경 지정되는 경우는 한 자릿수 정도에 머물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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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 관련 입장을 밝히는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마이크를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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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희진 반란’ 하이브 등 대기업집단 지정 앞둬

이번에 새로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는 기업들에도 관심이 쏠린다. BTS·뉴진스 등을 거느린 엔터테인먼트업체 하이브, 호텔·리조트업체 대명소노, 카지노업체 파라다이스 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전까지 제조업 기업들에 치우쳤던 대기업집단 분야가 더욱 다양화하는 모습이다.

최근 내홍으로 시끄러웠던 하이브는 이변 없이 올해 대기업 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 철저히 지난해 말 자산 규모를 기준으로 지정이 이뤄지는데, 이미 그 규모(공시대상기업집단 기준 5조원 이상)가 상당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문제 된 민희진 대표 레이블(lable·소속사)인 어도어의 자산 총액도 그다지 크지 않고, 지분 구조가 복잡한 탓에 단시일 내 지분 정리 등이 이뤄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전체 (하이브) 기업집단에 큰 영향을 주는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라고 말했다.

세종=박소정 기자(soj@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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