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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이슈 연금과 보험

은퇴 후 소득공백 메울 개인연금 중요한데… 상품 판매 축소한 생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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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대구 서구 평리동에서 손수레에 폐지를 싣고 가던 노인이 한 가로수 아래 앉아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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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경제활동인구조사 고령층 부가 조사’에 따르면, 중장년층이 직장에서 퇴직할 때의 평균 연령은 49.4세다. 법정 정년인 60세보다 10년 빠르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받을 수 있는 나이는 2033년이 되면 65세다. 퇴직금으로 10년을 버틴다고 가정해도, 국민연금을 받기까지 5년의 소득공백이 생긴다.

이 소득공백을 메워주는 것이 ‘연금저축’ 상품인 개인연금이다. 지금껏 생명보험사가 시장을 주도해 왔다. 하지만 새 회계제도(IFRS17)가 도입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연금저축 상품을 판매할수록 회계상 불리하게 작용하자 보험사가 판매를 축소한 것이다. 수익률도 국고채 금리 수준에 불과해 고객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보험업계에서 개인연금 시장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개인연금 시장에서 생명보험사 점유율은 2015년 50.9%에서 2022년 45.9%로 줄었다. 반면 증권·자산운용사 등 금융투자사 점유율은 같은 기간 8.1%에서 14.3%로 증가했다.

연금저축은 연금저축보험과 연금저축펀드로 나뉜다. 연금저축보험은 정기적으로 보험료를 납부해야 한다. 보험사는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에서 수수료를 제한 금액에 이자를 붙인다. 이자율은 변동금리 성격인 ‘공시이율’이 적용된다. 금리가 높아지면 연금저축보험 수익률도 좋아지고, 금리가 낮아지면 수익률도 하락하는 상품이다.

연금저축펀드는 자유적립식으로 가입자가 원할 때 계좌에 돈을 입금하고, 이 돈으로 수천개에 달하는 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수십년 동안 펀드 투자를 통해 연금액을 불려 나가는 방식이다. 원금 보장은 불가능하지만, 장기간 투자할 수 있어 수익률 방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개인연금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은 생명보험사다. 생명보험사만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형 연금저축’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머지 상품은 은행·증권사·보험사가 모두 판매할 수 있다. 은행만 판매 가능했던 연금저축신탁은 2018년 판매가 종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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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정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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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에는 연금저축펀드를 선택하는 고객이 늘어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수익률이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연금저축보험의 평균 수익률(공시기준이율)은 3.42%였다. 그런데 같은 기간 국고채(3년) 평균 금리는 3.36%, 회사채(3년·AA-) 금리는 4.12%였다.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해도 가장 안전한 투자처로 꼽히는 국고채 수준의 수익률밖에 거두지 못한다는 뜻이다. 반면 연금저축펀드는 채권은 물론 주식형 펀드에도 투자할 수 있어 채권 이상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특히 IFRS17이 도입되면서 보험업계의 개인연금 시장은 더 위축됐다. IFRS17에서는 부채를 시가 평가한다. 연금저축과 같은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면, 앞으로 지급될 보험금을 미리 회계에 반영해야 한다. 팔면 팔수록 실적은 마이너스가 되는 구조다. 결국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의 비중을 줄이고 건강보험 등 보장성 보험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보험업계에선 제도 개선을 통해 연금저축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연금 고갈로 개인연금이 중요해지고 있는 만큼, 연금저축이 생명보험업계의 미래 먹거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해지환급형 연금이나 유병자 대상 연금보험 등 다양한 상품 개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수년 전부터 나오고 있다.

생명보험업계는 회계제도 문제와 관련, 올해 중 해외 사례를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금융 당국에 제도 개선을 건의할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회계 기준상 저축성 보험을 판매할수록 부채로 잡히기 때문에 생명보험사들이 판매를 사실상 축소했다”라며 “한국형 톤틴연금도 몇 년 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지만, 아직 본격적인 도입은 되지 않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해외는 어떻게 회계제도 문제를 뚫고 나가고 있는지 들여다보고 국내에 접목할 수 있는지 봐야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이학준 기자(hakju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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