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APPG 보고서 "흉기 소지는 호신용…'놈(Norm)' 현상"
잉글랜드·웨일스 지난 10년간 흉기 범죄 81% 증가…"추세 우려"
암만밸리 중등학교 전경. (출처 : Ysgol Dyffryn Aman 누리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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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에서 10대 청소년이 저지르는 흉기 범죄가 갈수록 빈번해지면서 사회 전반에 충격과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오전 11시15분쯤 영국 웨일스 남부 카마던셔에 있는 암만밸리 중등학교에서 13살 소녀가 흉기를 휘둘러 모두 3명이 다쳤다.
특수교사는 흉기에 4차례 찔렸고 교감 1명과 학생 1명도 흉기 난동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가 다음날 퇴원했다.
해당 13세 소녀는 살인 미수 혐의로 체포됐다. 사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부모 수 백여명이 자녀를 데려가기 위해 학교 정문에 모여들기도 했다.
지난 2월 14일 오후에는 잉글랜드 브리스톨에 있는 론슬리 공원에서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16세 소년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15세 소년 2명이 체포됐다.
이 사건은 지난 1월 27일 오후 같은 도시 브리스톨 노울웨스트에서 메이슨 리스트(15)과 맥스 딕슨(16)이 흉기에 찔려 숨진 지 불과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 발생했다. 당시 경찰은 살인 혐의로 17세 소년 1명과 범행을 도운 46세 남성 1명, 49세 여성 1명, 14세 소녀 1명을 체포했다.
지난해 12월 31일 런던에서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보려고 기다리던 한 16세 소년 해리 피트먼도 흉기에 찔려 숨졌다.
경찰이 이날 오후 11시40분쯤 도착했고 구급대원이 심폐소생술(CPR)을 시도했으나 결국 숨졌다. 피트먼과 같은 나이인 16세 소년이 피트먼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피트먼은 지난 2023년에 런던에서 살해당한 22번째 10대 청소년이었다. 22명 가운데 18명은 흉기에 찔려 숨졌다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최근 영국 사회에 가장 큰 충격을 준 사건은 지난해 2월 11일 범행 당시 15세 동갑내기 커플이었던 스칼렛 젠킨슨과 에디 래트클리프가 트랜스젠더 여학생 브리아나 게이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것이었다.
이들은 사전에 범행을 치밀하게 계획했고 잉글랜드 북서쪽 체셔에 있는 리니어 공원에서 사냥용 흉기로 게이의 머리, 목, 가슴 부위를 28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지난 2월 젠킨슨과 래트클리프는 각각 징역 22년과 2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영국 내무부가 지난 2008년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 응답자 대부분은 경찰이나 부모가 자신을 24시간 지켜줄 수 없기 때문에 호신용으로 무기를 소지한다고 응답했다.
지난 2019년 8월 발간된 흉기 범죄에 대한 상·하원 의회 초당파적 그룹(APPG)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청년층 사이에서 흉기를 소지하는 것은 하나의 사회적 규범인 '놈(Norm)'으로 자리 잡았고 또래 친구들도 흉기를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자신도 그렇게 한다는 답변이 주를 이뤘다.
의사 결정권자들은 단순히 나쁜 사람들이 폭력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실제로 흉기를 소지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이유 대부분은 자신의 안전에 대한 두려움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또한 범행의 경계가 모호한 경우도 많고 청년층이 흉기 범죄의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외에도 사건의 배경을 살펴보면 갱단에 연루된 10대 청소년이 마약 거래에 관여하거나 조직 생활하다 살해당하거나 반대로 살인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최근 브라아나 게이 사건에서는 젠킨슨이 범행 전에 고문과 살인과 관련된 영상을 반복적으로 시청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16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에게 소셜미디어 접근을 차단해야 한다는 여론에 불이 붙었다.
영국 통계청(ONS)이 이날(25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발생한 흉기 범죄는 4만 9489건으로 2022년 같은 기간 범죄 건수인 4만6153건과 비교 했을 때 7%가 증가했다.
2021년 이후부터 흉기 범죄는 지속해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10년 동안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흉기 범죄 추이를 살펴보면 무려 81%나 치솟았다.
흉기 범죄를 방지하는 자선단체 '벤 킨셀라 트러스트(The Ben Kinsella Trust)'의 패트릭 그린 대표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지난 한 해 동안 흉기 범죄가 7% 늘어난 것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동안 감소한 이후 흉기 범죄가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는 우려스러운 추세를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이어 "바로 어제(24일) 카마던셔에서 학교 내에서 발생한 끔찍한 흉기 난동 사건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며 "단순한 통계 수치가 아니라 실제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삶을 파괴당하는 경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흉기 범죄에 대한 사전 교육과 예방 조치로 범죄 인식과 태도를 바꿀 수 있다"며 "해결책이 없는 절망적인 문제가 절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tigeraugen.ch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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