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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기록적 엔저 이어가는 日…우에다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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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 26일 기준금리 동결
우에다“완화적 금융환경 지속”

달러당 엔화값 34년만에 156엔
100엔당 원화값도 880원 초반
엔저로 수입물가 급격히 오르면
6~7월 회의 때 금리 오를 수도


매일경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26일 도쿄 일본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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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하며 금리를 인상했던 일본은행이 이번에는 ‘동결’을 택했다. 금리동결 소식에 달러당 엔화값은 156엔대로 급락하며 34년 만에 최저치를 이어갔다. 일본은행은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엔저 추가 하락 가능성도 커지는 분위기다.

26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만장일치로 0~0.1%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지난달 회의에서 -0.1%이던 기준금리를 17년 만에 인상했던 일본은행은 이번에 시장 예상대로 동결을 선택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조적으로 물가가 상승한다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정해 나가겠지만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금리 수준은 2%의 물가상승률을 안정적으로 실현하는 수준에서 적절히 설정해 나갈 것”이라며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설 경우 정책금리를 올리고 금융완화 정도를 조절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일본은행이 이날 발표한 ‘경제·물가정세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2024년 4월~2025년 3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8%로 3개월 전 전망치인 2.4%보다 0.4%포인트 올렸다.

또 2025년도와 2026년도는 각각 1.9%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일본 소비자물가는 2022년도부터 3년 연속 2%를 넘을 전망이며, 이후 2년간도 2% 안팎의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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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엔대로 떨어진 달러당 엔화값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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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행이 기준금리 동결 결정을 내리자 달러당 엔화값은 156엔대를 넘어섰다. 이날 오후 4시 30분 현재 도쿄외환시장에서 156.70엔에 거래되고 있다.

엔화값은 올해 1월 2일만 해도 1달러당 140엔 수준이었으나 이후 가파르게 우상향 기조를 보여왔다. 최근에는 1990년 6월 이후 최저 수준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엔화값 상승의 배경에는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요인으로 꼽힌다. 일본 기준금리가 현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미국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엔 매도, 달러 매수를 통한 차익거래 기회가 여전히 존재하는 것이다. 여기에 내주 일본 연휴 기간(골든 위크)을 앞두고 대금 결제를 위한 기업들의 달러 매수 수요도 늘었다는 설명이다.

최근의 엔저 흐름에 대해 우에다 총재는 “엔저로 인해 기조적인 물가 영향은 무시할 수 있는 범위는 아니지만 현재로서는 기조적인 물가상승률에 큰 영향을 주고 있지는 않다”고 답했다. 다만 그는 “엔저로 인한 위험은 ‘제로(0)’가 아니기 때문에 주의해서 지켜보고 있다”며 “무시할 수 없는 영향으로 커지면 금융정책 결정에 고려하겠다”고 덧붙였다.

엔저가 지속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현재까지 구체적인 개입에 나서지 않고 있다. 스즈키 슌이치 재무상은 이날 “제대로 대응해 나가겠다”고 언급했지만 시장에서는 직접적인 개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분위기다.

시장에서는 엔저로 인해 수입 물가가 오를 경우 일본은행이 예상하는 범위의 물가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기업들이 연초 임금을 대거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물가 수준을 반영한 실질임금을 끌어올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시장에서는 달러당 엔화값이 157엔을 넘어설 경우 지난 2년간 이어온 실질임금 마이너스 흐름을 바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당초 10월로 예상했던 기준금리 인상 시점을 6~7월로 당겨서 전망하고 나섰다.

재계에서도 엔화 약세에 대해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니이나미 다케시 일본경제동우회 대표간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최근 기업들이 임금인상을 통해 임금과 물가의 선순환을 진행하고 있지만 엔저가 이를 방해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정부는 단순한 시장 개입을 넘어 엔이 매력적인 통화가 되도록 국내 투자 환경을 정비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엔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100엔당 원화값은 880원 초반대로 올라섰다. 글로벌 강달러 때문에 원화가 약세이지만, 이날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엔화가 더 약세를 보인 영향이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100엔당 원화값은 장 마감 시간인 오후 3시 30분 기준 881.80원을 기록했다. 이는 올해 들어 최고치이며 작년 12월1일(871.21원) 이후 약 5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은행이 하반기 추가 금리 인상을 검토하기 전까지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서 100엔당 원화값은 900원대 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달러당 원화값은 엔화 약세 심화에도 전 거래일보다 0.3원 내린 1375.3원에 거래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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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 지수 등이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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