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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K팝 '엇박자'에 외신들 "고수익 산업 내 권력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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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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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간 세계를 휩쓴 K팝 산업이 각종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로이터통신)

방탄소년단(BTS)을 키운 하이브와 뉴진스를 키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이에 불거진 극한 대립에 주요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외신들은 양측의 진실 공방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K팝 산업 특유의 구조적 배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음악 매체 빌보드는 한국 매체 보도들을 인용해 민 대표의 기자회견 현장 분위기까지 자세하게 다뤘다. 빌보드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경찰에 고발할 계획을 밝혔고, 민 대표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면서 이번 사태를 "K팝 내 권력 투쟁"이라고 보도했다. 하이브는 26일 민 대표 등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외신들은 K팝 산업이 커지면서 이권 다툼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 갈등을 "수익성 높은 K팝 산업에서 가장 최근의 분쟁"이라고 소개하고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 '피프티피프티 사태' 등을 언급했다.

외신은 인수·합병(M&A) 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데도 한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내부 분쟁이 일어난 데에 주목했다. 그 원인으로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지목됐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은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의 소속사에 묶어두고 몇몇 유명 아티스트에 의존해 성장하는 기존 K팝 기획사들과 다르다"며 "BTS를 키운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는 윤준원 DS자산운용 펀드매니저 의견을 인용해 하이브가 멀티레이블을 제대로 운용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빌보드는 2022년 뉴진스의 데뷔 직후 민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하며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조명했다. 빌보드는 "어도어는 자율성이 보장된 채로 시작한 레이블이기 때문에 하이브 경영진과는 관계없다"는 민 대표의 말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진은 뉴진스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까지 그 내용을 몰랐다"고도 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주술 논란은 풍자 대상이 됐다. 영국 더타임스는 "K팝 '보스'가 BTS와 관련해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은 뒤 경찰에 고발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날 하이브와 민 대표는 이른바 '노예계약' 주장 등을 둘러싸고 진실 공방 여론전을 이어갔다. 하이브 측은 "이 시기에 회사를 압박하면 억지에 가까운 보상 요구안을 받아들여줄 것으로 생각한 것 아니냐"고 했다. 민 대표는 "하이브가 나를 망가뜨리려고 한다"고 밝혔다. 노예계약은 민 대표가 하이브 경영진과 지난해 3월 체결한 어도어 주주 간 계약을 지칭한 것으로, 현재 불거진 갈등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해당 계약서상 민 대표는 어도어 주식을 1주라도 보유하고 있거나 보유하지 않더라도 어도어 대표이사 혹은 사내이사로 재직 중이면 경업금지 방침을 지켜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업금지란 주주가 지분 매각 후 동일 업종에서 창업하는 것을 막는 개념이다.

민 대표는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 18% 중 13%를 향후 하이브에 팔 수 있는 권리(풋옵션)를 갖는데, 나머지 5%는 하이브 동의 없이 양도·매각할 수 없게 규정돼 있다. 민 대표는 이들 조항을 조합하면 하이브 측이 이 5% 지분을 쥐고 자신의 경업을 무기한 막을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계약상 이 풋옵션 행사가격은 행사 시점 연도와 그 전년도 평균 영업이익의 13배 값으로, 올해 말 기준 약 10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하이브는 계약 해석상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이브는 "해석이 모호하다면 모호한 조항을 해소해 문제가 되지 않도록 수정하겠다고 전한 바 있다"는 입장이다.

또 하이브는 보상 규모가 약 1000억원에 달한다는 점에서도 노예계약 의혹을 반박했다. 민 대표는 보상 규모를 2배로 상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이브 측이 "논의를 촉발한 핵심 쟁점은 보상 규모였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날 하이브 측은 "민 대표의 지난해 성과에 대한 인센티브는 20억원이고 연봉과 장기 인센티브는 별도로 책정됐다"며 "하이브 본사와 한국 자회사 구성원 가운데 압도적인 연봉 순위 1위"라고 했다.

양사 간 분쟁이 불거진 지난 22일부터 이날까지 하이브 주가는 12.58% 빠졌다. 하이브의 시가총액으로 계산하면 1조2079억원이 증발한 셈이다.

[김상준 기자 / 정주원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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