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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사설] 헌재 ‘유류분 위헌’ 결정, 국회 조속히 ‘가족 가치’ 살리는 보완입법 마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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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종석 헌법재판소장이 25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민법 제1112조 등 유류분 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및 헌법소원 선고를 위해 자리에 앉아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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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고인의 뜻과 관계없이 부모와 형제자매, 자식에게 일정 비율 이상의 유산 상속을 보장하는 유류분 제도를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유류분 제도는 고인의 재산을 물려받을 권리를 가진 유족이 상속을 못 받는 경우를 대비해 법으로 일정 재산을 받도록 한 것이다. 장남에게 유산을 몰아 주던 관습에 따라 다른 형제, 특히 딸들이 상속에서 배제되는 불합리함을 막기 위해 1977년에 도입됐다. 하지만 부모와 담을 쌓고 지낸 패륜 자식, 또는 반대로 평생 자식들을 돌보지 않다가 불쑥 나타난 부모에게도 상속을 보장하는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하면서 제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러자 2013년까지도 합헌이라고 했던 헌재가 시대 변화에 맞게 판단을 내린 것이다.



헌재는 25일 유류분 제도를 규정한 민법 1112~1116조, 1118조 등 위헌 제청 및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민법은 피상속인의 유언이 있더라도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상속의 2분의 1을, 부모와 형제자매는 3분의 1을 보장받는다. 헌재는 이처럼 획일적으로 상속을 규정한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먼저 피상속인의 형제자매에 대해선 “상속재산 형성에 대한 기여나 기대 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위헌 결정을 내렸다. 또 “유기나 학대 등 패륜적 행위를 일삼은 상속인의 유류분을 인정하는 것은 국민 법 감정에 반한다”며 상속을 못 받는 사유 등을 따로 규정하지 않는 것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불효자는 상속에서 배제하고, 부모를 오래 모시거나 재산 형성에 기여한 자녀는 상속을 더 받게 해야 한다는 취지다. 가수 구하라씨의 사례처럼 자식이 어렸을 때 제대로 돌보지 않은 부모가 숨진 자식의 유산을 받아 가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이다.



민법의 형제자매 유류분 관련 조항은 즉시 효력을 잃었지만, 배우자와 직계존비속 조항은 국회에서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헌재가 시한으로 정한 내년 말까지 보완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 혼란이 불가피하다. 유류분 제도가 일부 없어지고, 기여 정도에 따라 상속이 이뤄진다면 상속 분쟁은 더 심해질 수 있다. 헌재 결정의 취지는 유산의 기계적 배분에서 벗어나 ‘가족의 가치’를 지키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유산이라도 가족의 가치보다 더 소중하지는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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