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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K팝 키운 게 무당이었다고?”…외신들도 풍자하고 나섰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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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민희진 충돌 조명


매일경제

그룹 뉴진스의 소속사 어도어 민희진 대표가 25일 서울 서초구 한국컨퍼런스센터에서 하이브 경영권 탈취 시도와 관련한 배임 의혹에 긴급기자회견을 열었다. 민 대표가 많은 플래시 세례에 고개를 돌리고 있다. [사진 제공=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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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간 세계를 휩쓴 K팝 산업이 각종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로이터)

“K팝 ‘보스’가 BTS 관련해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은 뒤 경찰에 고발됐다.”(더 타임스)

“민희진의 주장이 사실이든 아니든,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 운용 능력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블룸버그)

BTS(방탄소년단)를 키운 하이브와 뉴진스를 키운 하이브 산하 레이블 어도어 민희진 대표 사이의 극한 대립에 주요 외신들도 주목했다. 외신들은 양측의 진실 공방보다는 이번 사태를 촉발한 K팝 산업 특유의 구조적 배경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이브가 폭로한 ‘주술 논란’은 웃지 못할 촌극으로 묘사되기도 했다.

25일(현지시간) 미 음악매체 빌보드는 한국 매체들을 인용해 민 대표의 기자회견 현장 분위기까지 자세하게 다뤘다. 빌보드는 “하이브가 민 대표를 경찰에 고발할 계획을 밝혔고, 민 대표는 ‘눈물의 기자회견’을 열었다”면서 이번 사태를 “K팝 내 권력 투쟁”이라고 보도했다.

하이브는 26일 민 대표 등 관계자들을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하이브가 이날 오전 민 대표 등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이브는 지난 22일부터 어도어를 상대로 내부 감사를 진행한 결과를 바탕으로 고발장을 제출했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하이브의 경영권을 탈취하려고 시도했다고 보고 있다. 하이브는 민 대표와 어도어 경영진들 사이 메신저 대화 내역 등을 토대로 민 대표가 어도어 경영진들에게 ‘하이브가 어도어 지분을 매각하도록 하이브를 압박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결론 내렸다.

민 대표는 전날 긴급 기자회견과 이날 라디오 방송을 통해 하이브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있다. 민 대표는 135분의 긴급 기자회견에서 “경영권 찬탈을 계획하거나 실행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하이브가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확보하고 공개한 자신과 어도어 부대표 사이의 메신저 대화록에 대해 “직장 생활을 하며 나눈 푸념일 뿐, 배임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외신들은 K팝 산업이 커지면서 이권 다툼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 갈등을 “한국의 수익성 높은 K팝 산업에서 가장 최근의 분쟁”이라고 소개하고 지난해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의 경영권 다툼, ‘피프티 피프티 사태’ 등을 언급했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4인조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외주기획사의 권유 등에 따라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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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은 M&A같은 외부 요인이 없는데도 한국에서 가장 큰 엔터테인먼트 업체에서 내부 분쟁이 일어난 데 대해 주목했다. 그 원인으로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시스템이 지목됐다.

미 경제방송 CNBC는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은 모든 아티스트를 하나의 소속사에 묶어두고 몇몇 유명 아티스트에 의존해 성장하는 기존 K팝 기획사들과는 다르다”며 “BTS를 키운 하이브의 멀티레이블 전략이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윤준원 DS자산운용 펀드매니저를 인용해 하이브가 멀티레이블을 제대로 운용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달릴 수 있다고 보도했다.

빌보드는 지난 2022년 뉴진스의 데뷔 직후 민 대표와 진행한 인터뷰를 소개하며 멀티레이블 시스템을 조명했다. 빌보드는 “어도어는 자율성이 보장된 채로 시작한 레이블이기 때문에 하이브 경영진과는 관계가 없다”는 민 대표의 말을 전했다. 인터뷰에서 민 대표는 “하이브 경영진들은 뉴진스의 첫 번째 뮤직비디오가 공개되기 전까지 그 내용을 몰랐다”고도 했다.

박지원 하이브 대표는 25일 “멀티레이블을 고도화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들로 심려를 끼쳐드려 팬들과 아티스트 그리고 구성원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23일 사태가 표면화된 이후 사내 구성원들에게 보낸 메일에 멀티레이블 고도화를 위해 보완할 점들을 고민하겠다고 적기도 했다.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 갈등 과정에서 불거진 ‘주술 논란’은 풍자 대상이 됐다. 영국 더 타임스는 “K팝 ‘보스’가 BTS 관련해 무속인에게 상담을 받은 뒤 경찰에 고발됐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 매체는 “스포티파이에서 매달 1700만명이 듣는 음악을 낸 뉴진스가 주술 의혹 등에 휘말렸고, 큰 파장이 일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하이브는 전날 민 대표의 기자회견 직전에 민 대표가 인사와 채용 등 주요 회사 경영 사안을 무속인에게 조언을 받고 이행했다는 주장이 담긴 보도자료를 언론에 내포했다. 자료에는 민 대표가 무속인과 BTS의 병역 문제에 대한 고민을 나눴고, 자신의 신규 레이블 설립 방안 관련 대화를 했다는 내용이 있다.

일본에서도 하이브와 민 대표 사이 내홍이 연일 이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번 사태를 두고 “본사와 독립 레이블 간 경영진 갈등”이라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BTS 소속 회사가 내분을 겪고 있으며, 뉴진스의 활동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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