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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사설]“올해는 증원, 내년 재논의”… 그럼 올해도 혼란, 내년은 더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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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000명 의대 정원 확대와 관련해 “일정상 조정이 불가능한 2025학년도 정원을 제외하면 어떤 논의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올해 증원은 하되 그 이후부터는 증원 규모를 열어두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의료계가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따라 통일된 안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그제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구체적인 의대 정원을 논의할 계획은 없다”며 올해 정원 조정에는 선을 긋고서는 장기적인 의사 수급은 논의하자고 했다. 정부가 대학별 자율 증원을 통해 2025학년도 증원 규모 조정에 나선 데 이어 2026학년도부터 증원 규모를 재논의하겠다고 다시 물러선 셈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등 의사단체는 의대 증원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의료개혁특위에 끝내 불참했다. 단 한 명도 늘릴 수 없다는 의료계의 외통수가 답답하지만 “올해 증원에 맞춰 인력과 시설을 늘리고 내년부터 감원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깜짝 의대 증원으로 교육 현장은 이미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 각 대학이 의대 모집 인원을 결정하지 못하면서 대입 전형 시행 계획 확정이 다음 달로 미뤄졌다. 의대 증원에 맞춰 교수 채용과 시설 투자도 서둘러야 하지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올해 증원, 내년 재논의’라는 변수까지 등장하면서 대학들은 이런 투자를 망설이게 될 공산이 크다.

일단 올해만 증원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5년간 의사 1만 명을 늘리겠다는 장기 계획이 결국 과학적 추산이 아니었음을 자인하는 꼴이다. 의대 증원을 재논의하는 과정에서 의대 교육 현장의 혼란이 반복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그 과정에서 의료 공백 사태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정부가 사태 해결의 진정성도 보이지 않고, 마땅한 대안도 될 수 없는 카드를 내놓았다.

의료계의 거센 반발은 2월 의대 2000명 증원을 발표할 당시부터 예고된 것이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의대 증원 2000명이라는 숫자가 “꼼꼼하게 계산해 산출한 최소치”라며 전공의 면허 정지, 집단행동 수사 등 밀어붙이기로 일관했다. 정부가 정책 실패에 대한 성찰 없이 문제를 거칠게 봉합하려다 보니 올해만 증원하겠다고 의료계에 매달리는 처지가 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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