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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학교 가면 끊기는 아동수당… “18세까지 분산 지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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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다시 '1.0대'로] 2부

청년들 71% “대상 연령 높여야”

출산 전후 집중된 지원 재편 목소리

동아일보

사진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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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정부 지원 덕분에 어린이집 비용을 따로 안 냈는데 올해부터 특별활동비로 월 10만 원씩 내라고 하더군요. 이제 교육비 지출이 시작되는구나 싶어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서울 송파구에서 아들(3)을 키우는 이모 씨(34)는 “가정에서 정말 지원이 필요한 건 초등학교 이후부터인데 정부 지원이 영유아기에 집중된 건 문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동아일보와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이 올 2월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진행한 19∼39세 설문에선 ‘출산을 망설이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 43.7%가 ‘양육비와 교육비 등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이를 두고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교육비 등으로 부담이 가중되는 청소년기까지 국가가 양육 부담을 함께 져야 한다며 아동수당 대상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동아일보의 저출산 전문가 20명 설문에서도 13명(65%)은 “현재 만 7세까지인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영아·아동수당을 합쳐 만 0세 부모는 월 110만 원, 만 1세는 월 60만 원을 받는다. 그러다 만 2∼7세가 되면 월 10만 원으로 금액이 뚝 떨어진다. 지방자치단체 지원도 출산 전후 집중돼 아이가 태어난 직후 연간 수천만 원을 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원금이 연간 1000만 원을 넘으면 지원금에 비례해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아이 낳은 직후 수천만 원을 주는 건 큰 효과가 없다”며 “청소년기 경제적 부담이 훨씬 크다는 걸 부모들이 아는 만큼 만 18세까지 지원을 분산시키는 게 낫다”고 말했다.

“출산 전후 수천만원 반짝 지원, 1000만원 넘으면 효과 떨어져”


새로 쓰는 저출산 예산
[출산율, 다시 '1.0대'로] 〈3〉 일시금 대신 아동수당 분산 지원을
지원금, 소득 중상위층에만 효과… 출산전후 집중 지원금 재편 필요
유럽-日처럼 만18세까지 아동수당… 양육비 부담 큰 중고생도 지원해야


연세대 대학원 석사 과정에 다니는 백모 씨(26·여)는 남자친구와 결혼에 대해 얘기할 때마다 금전 관련 대목에서 대화가 멈춘다고 했다. 백 씨는 “결혼해 가정을 꾸리고 출산하는 건 큰일인데 성급히 진행했다가 제대로 책임지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있다”며 “특히 교육비가 만만치 않게 들어간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감당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온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2030 남녀 15명 중 7명은 출산 이후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로 자녀 사교육비를 꼽았다. “남들만큼은 해주고 싶은데 그럴 자신이 없어서 출산을 망설이게 된다”는 것이었다.

● “부담 커지는 청소년기까지 지원 확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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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출생 후 24개월까지는 영아 및 아동수당으로 월 60만∼110만 원을 준다. 그리고 이후에는 만 7세까지 월 10만 원의 아동수당을 준다.

반면 유럽의 경우 아동수당을 만 16∼18세까지 주는 게 보통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하는 이선우 씨(34)는 “독일의 경우 만 25세까지 월 30만∼40만 원씩 준다. 이 돈을 모아서 자녀가 독립할 때 주는 부모도 있고, 이민자들의 경우 생계에 보태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일본 정부도 연간 3조5000억 엔(약 32조 원)을 들여 모든 아이에게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매달 최대 3만 엔(약 27만 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내용의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현재 중학생까지인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확대하고, 부모의 소득 기준도 없애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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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우 사교육비 등의 영향으로 양육 비용은 중고등학교 때 최고점을 찍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교육비 의료비 교통비 용돈 등을 포함한 자녀 양육 비용은 영유아 때 월평균 60만6000원이었지만 초등학생 때는 월 78만5000원, 중고등학교 때는 월 91만9000원으로 높아졌다. 정부 및 지자체 지원과 양육 비용 지출 사이 시차가 있는 것이다. 동아일보 의뢰로 진행한 KSOI 조사에서도 19∼39세 남녀 중 71.1%는 “아동수당 대상 연령을 높여야 한다”고 했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지난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아동수당 지급 대상을 만 17세까지로 늘리고 지급액도 첫째는 월 10만 원, 둘째는 월 15만 원, 셋째는 월 20만 원 등으로 차등화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하지만 수조 원이 들어가는 만큼 재원 마련이 쉽지 않다는 현실론 때문에 실현되지 않았다. 저고위는 학령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내국세의 20.79%로 고정돼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 교부금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지만 교육 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 일부 지자체 “만 18세까지 지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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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국가가 아동수당 확대를 주저하는 사이 지자체 차원에서 만 18세까지 지원금을 주겠다고 나서는 곳이 적지 않다.

인천은 지난해 12월 인천에서 태어나는 아이에게 만 18세까지 총 1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는 아동수당이 끊기는 만 8세부터 만 18세까지 매월 15만 원씩 지원하는 ‘아이꿈수당’ 등이 포함됐다. 충북 제천시도 정부의 아동수당 지급이 끝난 후 만 18세까지 ‘꿈모아 바우처’로 연 10만 원을 주고 있다.

대학 등록금이 목돈이란 점에 착안해 이를 지원하는 지자체도 있다. 강원 화천군은 보호자가 3년 이상 화천에 거주한 경우 대학 등록금 전액과 함께 월 50만 원 한도 내에서 주거비를 지원한다.

반면 정부는 2018년 만 5세까지를 대상으로 도입한 아동수당을 2019년 만 6세까지, 2022년 만 7세까지로 확대했지만 찔끔찔끔 늘리는 바람에 출산율 제고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출산지원금 1000만 원 넘으면 별 효과 없어

전문가들은 현재 출산 전후에 집중된 지원을 재편하는 방식으로 아동수당 확대 재원 일부를 마련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연간 지원금이 일정 수준 이상 올라가면 출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이철희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저고위 의뢰로 작성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경우 일시금으로 환산했을 때 출산지원금이 1000만 원을 넘으면 금액 대비 한계 효과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연간 누적으로 지원금을 1000만 원 넘게 줄 경우 그에 비례해 출산율이 올라가진 않는다는 것이다.

또 출산지원금은 소득 중상위 계층에 한해 유의미한 출산율 증가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지원이 필요 없는 최상위층과 출산지원금만으로는 행위를 바꾸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제외하고 경계에 있는 이들에게 효과를 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규모 출산지원금의 효과가 제한적이란 뜻이다.

김정석 한국인구학회장은 “일본 등 앞서 저출산 문제를 겪은 나라들이 아동수당 연령과 금액을 계속 확대하는 걸 눈여겨봐야 한다”며 “부모에게 일시금을 주는 대신 추후 자라난 아이들이 경제활동을 하는 것에 대한 장기투자, 선(先)투자라고 생각하고 아동수당 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예윤 기자 yeah@donga.com
제천=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화천=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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