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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저 차 이상해" '발바닥 수사'에 딱 걸린 범죄…매일 3만보 찍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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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 김기준 경위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13만건(2022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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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 김기준 경위가 속한 12팀이 차량을 도난하고 훔친 번호판을 붙인 캄보디아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을 검거하는 모습. /사진제공=인천경찰청


"저 차 좀 이상한데?"

지난달 12일 오후 3시40분쯤 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 12팀 김기준 경위가 관할 구역의 한 공사장 주변을 도보 순찰하고 있었다. 수 많은 주차 차량 중 비뚤어진 번호판이 눈에 들어왔다. 번호판을 고정하는 볼트도 찌그러져 있었다. 불현듯 최근 번호판을 무작위로 훔치는 범죄가 늘어난다는 사실이 뇌리를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차량 조회결과 도난 차량이었다. 본래 차종 또한 해당 차량과 달랐다. 자동차 등록도, 자동차 보험 가입도 안 된 차량이었다. 그리고 잠복 수사를 결정했다. 팀원들이 역할을 분담해 범인을 기다렸다. 도주로도 미리 차단했다.

1시간 남짓 후 차량 주인들이 나타났다. 이들은 차량 문을 열고 짐을 싣더니 시동을 걸었다. 김 경위를 비롯해 팀원들이 다가가 불심 검문을 시도했다. 그 순간 피의자들은 재빠르게 도주했다. 도주로는 동료들이 차단한 상황이었다. 5m도 가지 못하고 오후 5시쯤 도주를 시도한 이들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피의자들은 캄보디아 국적 불법체류 외국인 2명이었다. 체류 기간은 한참 전에 만료됐다. 경찰은 이들을 특수절도, 자동차관리법 및 출입국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검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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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가 도보 순찰에 나선 모습. /사진제공=인천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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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기엔 하루 3만보…"오늘도 시장, 공원 곳곳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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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가 도보 순찰에 나선 모습. /사진제공=인천경찰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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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경위가 속한 기동순찰대는 지난 2월 출범했다. 기동순찰대는 주요 거점을 지정하고 도보 순찰을 하는 게 주요 임무다. 범죄 취약 요소를 직접 발견해 즉각 조치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잇따라 벌어지며 국민 불안을 야기했던 흉악 범죄의 재발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설치됐다. 기동순찰대원이 직접 범죄 취약지, 다중운집시설, 공원, 둘레길 등을 걸으며 주민을 만나고 범죄 예방 활동에 나선다.

김 경위는 "우리 대원들이 순찰차로 이동할 수 없는 골목 곳곳을 걸어서 순찰한다"며 "직접 시민들을 만나 무섭다고 느끼는 지역이나 기타 어려운 점 등을 많이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보다 도보 순찰을 하면 행인이나 건물, 차량도 더 세심하게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경위는 순찰로만 하루 약 3만보를 걷는다고 밝혔다. 근무일에는 매번 6시간에서 8시간을 걸어서 순찰한다. 김 경위는 "안 힘들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적응되고 오히려 건강에도 도움이 돼 순기능이 더 많다"고 미소 지었다.

기동순찰대에 대한 자부심도 감추지 않았다. 김 경위는 "범죄가 일어나기 전 그 범죄를 예방하는 역할이 기동순찰대의 업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도 시장과 공원 곳곳을 순찰하고 있다"며 "2006년 경찰이 돼 현재까지 일하고 있는데 요즘처럼 시민을 가까이서 뵙고 공감할 수 있었던 때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도보 순찰을 하며 시민들에게서 '수고하십니다' '순찰 돌아줘서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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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경찰청 기동순찰1대 김기준 경위. /사진제공=인천경찰청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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