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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아파트 창문 셌어요”..멍때리기 우승자들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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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멍때리기 대회’ 10주년...‘왕중왕전’은 불발

조선일보

지난해 5월 서울 서초구 잠수교에서 열린 '2023 한강 멍 때리기 대회'에서 참가자들이 멍하니 앉아 있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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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대회에서 흔히 들릴 법한 쩌렁쩌렁한 응원가도 없다. 역동적인 몸짓도 없다. 봄볕이 덥다고 스스로 부채질을 하면 감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수록 1등이 되는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10주년을 맞았다.

서울시는 5월 12일 반포한강공원에서 ‘한강 멍때리기 대회’가 열린다고 27일 밝혔다. 이 대회는 2014년 서울광장에서 처음 열린 후 10주년을 맞았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뒤처지거나 무가치한 것이라는 통념을 깨자는 취지의 대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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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멍 때리기 대회' 입상자들. 왼쪽부터 1등을 차지한 김명엽(31)씨, 2위를 차지한 임우석(26)씨, 3위를 차지한 프랭크 레인(28)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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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건너에 있는 아파트의 창문을 셌어요”

지난 2016년 ‘한강 멍때리기 대회’에서 70명 가량의 경쟁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가수 크러쉬는 1등을 차지한 비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 대회에서 3시간 동안 말 한마디도, 졸지도, 노래를 흥얼거리지도 않았다. 그는 일상이 너무 정신없이 바빠 뇌에 휴식을 주기 위해 대회에 참가했었다고 한다.

2022년 대회 우승자 김명엽씨는 프로야구팀 ‘한화 이글스’ 경기를 보며 멍 때리기 실력을 갈고 닦았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우승 비결로 “10년 째 한화 팬으로서 선수들에겐 미안하지만 경기를 보면 멍 때리는 순간이 많았다”며 “앞에 앉은 사람의 등이 TV라고 치고 우리 한화 선수들이 지고 있는 경기가 틀어져있다고 상상했다”고 말했다. 한화 선수들이 서운해하지 않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대해서 김씨는 “저희도 많이 서운했다”고 답하며 웃었다.

첫 외국인 우승자의 비결은 양말이었다. 2019년 대회 우승자 미국인 ‘리 라디’다. 그는 “패턴이 복잡한 양말을 신고 가서 대회에서 패턴을 하나 하나 셌다”고 했다. 당시 라디오 영어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라디는 매일 새벽 3시반에 방송국에 도착해 멍한 표정을 짓는 게 일상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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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 우승자이자 역대 최연소 우승자인 김지명양이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을 본뜬 트로피를 안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다.


역대 최연소 우승자는 첫 대회인 2014년 김지명 양이다. 당시 9세 초등학생이었다. 김양은 평소에도 학원에서 종종 멍때리기를 잘했던 터라 스스로 대회에 나갈 결심을 했다고 한다. 당시 김양은 우승 비결에 대해 “아무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열심히 멍 때리겠다”고 했다.

서울시는 이번 10주년 대회를 맞아 역대 우승자들을 한 자리에 모아 대회를 펼치는 ‘왕중왕전’을 추진하려 했지만 참가자들의 일정 등이 맞지 않아 불발됐다고 한다. 대신 역대 우승자들의 소감과 노하우가 담긴 메시지를 대회 현장에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대회 규칙도 예년과 비슷하다. 90분 동안 어떤 행동도 말도 하지 않고 멍한 상태를 유지하면 된다. 팔에 착용하는 심박 측정기로 얼마나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는지 확인한다. 현장의 시민들의 투표 점수를 더해 순위를 가린다. 참가 신청은 29일까지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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