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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묫바람 났어, 구천 떠돌 거야”…굿 값으로 거액 편취 50대 무속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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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문제로 신당을 찾아온 이들을 상대로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속여 거액을 받아낸 50대 무속인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세계일보

기사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 게티이미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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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법 원주지원 형사2단독(박현진 판사)은 스토킹처벌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무속인 A(51)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고 27일 밝혔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치료 프로그램 수강과 8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A씨는 2020년 6월 18일 자신을 찾아온 항공사 승무원 B씨를 속인 뒤 3차례에 걸쳐 297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엄마에게 상문살이 끼었다.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엄마가 죽는다’고 말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같은 해 11월 22일 직장 문제로 점을 보러 온 30대 직장인 C씨에게 ‘이혼살이 있어 자꾸 남자와 헤어진다. 묘 탈이 있으니 풀어야 한다’며 굿 비용으로 627만원을 편취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A씨는 신당에서 무속음악을 연주하며 연인 사이였던 유부남 D씨로부터 이별 통보를 받자 지난해 1월 ‘마귀가 돼 구천을 떠돌 거다’라는 등 문자 메시지를 62차례 보낸 혐의도 있다.

자신의 유튜브 영상을 보고 찾아온 피해자들에게 A 씨는 죽은 사람 몸에서 나오는 귀신의 기운을 일컫는 ‘상문살’이나, 조상 묘에 문제가 생겨 후손에게 해가 가는 ‘묘탈’ 등을 이유로 당장 굿을 하지 않으면 큰일이 날 것처럼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씨는 재판에서 “굿을 하지 않으면 당장 해악이 실현될 것처럼 고지한 사실이 없다”며 “손님들은 속아서 굿을 한 게 아니라 마음의 위안을 얻기 위해 자발적으로 굿을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길흉화복에 관한 어떠한 결과를 약속하고 기도비 등의 명목으로 대가를 받는 경우 전통적인 관습 또는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나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굿을 서두를 합리적인 이유가 없음에도 호통을 치면서 그 자리에서 카드 한도를 상향하게 만들어 당일에 거액의 굿 값을 결제하게 만드는 등 종교 행위로서 허용될 수 있는 한계를 벗어났다”고 판시했다.

다만 “우리 사회가 무속 행위의 사회적 기능을 어느 정도 용인하고 있고, 실제로 일정한 구색을 갖춘 무속 행위를 진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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