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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북미 시장 잡아라”… 中 ‘가격 공세’ 韓 해외생산 구축 ‘착착’ [뉴스 인사이드-한·중 배터리전쟁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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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위 CATL 등 세계 생산량 74% 중국산

韓은 LG엔솔·SK온·삼성 SDI 3곳 뿐

자국서 몸집 불린 中기업 가격 경쟁력 ↑

국내 3개사, 稅 혜택 겨냥 美 공장 건설

해외생산 95% 육박… 수출효과는 줄어

“美 인플레법 대응 정부 지원 정책 필요”

삼성, 전고체 배터리 2027년 양산 목표

日 닛산, 내년 초 시험 생산 라인 가동

글로벌 이차전지(배터리)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의 공세가 강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배터리 기업은 강력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의 최대 격전지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와 유럽에 적극 진출하려는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또 이런 중국 배터리 기업의 성장은 고스란히 한국 배터리 3사의 위기로 이어질 전망이다.

세계일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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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생산되는 배터리 74%는 ‘중국산’

26일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출하량은 총 865기가와트시(GWh)로 나타났다. 배터리팩 기준 전체 매출액은 약 1320억달러(약 182조원)로 집계됐다.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중국 CATL이 30.6%로 1위를 지켰다. LG에너지솔루션(16.4%)이 뒤를 이었고 내수시장을 넘어 해외 진출을 확대하는 중국 BYD가 10.6%로 3위에 올랐다. 삼성SDI(7.8%)와 SK온(7.5%)은 각각 4위와 5위로 집계됐다. 출하량 기준으로는 중국의 CATL(35.6%)과 BYD(15.6%)가 각각 1위와 2위를 기록했다. 그다음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14.9%), SK온(6.6%), 삼성SDI(5.7%), 일본 파나소닉(4.7%) 순이었다. 이밖에 7위부터 10위까지는 모두 중국의 CALB, 이브에너지, 궈쉬안, 파라시스로 나타났다. 즉,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은 중국 기업이 절반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가운데 한국 기업이 어렵게 점유율을 지키고 있고, 일본은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에 따르면 중국 배터리 산업은 ‘빅2’인 CATL과 BYD 등을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중국 내수시장에서 중소 배터리 업체들의 이탈은 가속화되고 있다. 또 CATL은 최근 배터리 원료인 탄산리튬을 공급하는 회사들에게 공급가 10% 인하를 요구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결국 CATL과 같은 업체들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면서 더욱 강한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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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차전지 최대 ‘격전지’가 될 북미 시장 현황

한국과 중국의 이차전지 총력전은 전기차 수요가 많은 북미와 유럽에서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2024년 주요 전기차 시장이 모두 완만한 성장세에 들어선 가운데 2∼3년 내 유럽과 북미에서 안정된 공급망을 갖춰 가격 경쟁력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향후 배터리 시장에서 가장 큰 이점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한국 배터리 3사는 미국에 대규모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제품 양산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미국 애리조나주에 신규 원통형 및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생산공장을 각각 36GWh, 17GWh 규모로 건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단독 공장 및 합작법인 건설을 통해 북미에서만 총 352GWh의 생산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삼성SDI도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 함께 미국 인디애나주에 합작공장 2곳을 건설하고 있다. SK온도 미국 포드와 총 129GWh 규모 합작법인 3곳을 미국 켄터키·테네시주에 건설 중이다.

다만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북미 시장까지 점유율을 넓히면서 더욱 실질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CATL은 포드와 협업해 미시간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미국 정부의 규제에 대응해 직접 자본 투자가 아닌 배터리 기술 라이선스를 완성차 기업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또한 CATL은 포드 이외에 GM과 테슬라와 같은 미국의 완성체 업체와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등 북미 시장 진출에 적극적이다. 이와 관련해 최근 블룸버그는 “CATL의 가격 경쟁력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각국 정부의 지원에도 다른 기업의 경쟁을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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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차원에서 지원이 이뤄져”

이차전지 시장을 두고 미국 정부의 규제와 중국 배터리 기업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배터리 3사는 국내 생산이 아닌 해외생산 전략을 선택했다. 해외에서 생산하게 되면 관세 측면에서 유리하고, 생산 지역 국가의 보조금까지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곧 가격 경쟁력으로 이어지게 된다.

한국무역협회의 ‘이차전지 수출 변동 요인과 향후 전개 방향’ 보고서에서 따르면 한국 배터리 3사의 해외생산 비중은 92.4%로 집계돼 국내 생산 비중은 10%를 밑돌았다. 회사별 해외 생산 비중은 SK온(95.0%), LG에너지솔루션(91.3%), 삼성SDI(89.7%) 순이었다. 여기에 미국 생산이 본격화되면 한국 배터리 3사의 해외생산 비중은 최대 95% 이상 올라갈 전망이다.

한국 기업의 해외생산은 이익을 본사로 이전하는 ‘자본 리쇼어링’ 형태로 국내로 돌아올 수 있어 한국 경제에 도움된다. 다만 해외에서 생산할 경우 국내 통관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한국산 이차전지 수출 감소 현상으로 보이게 된다. 즉, 한국의 수출로 집계되지 않는다. 또한 생산 시설이 해외에 있어 고용창출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국내 이차전지 제조 시설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도원빈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안정적 공급망 구축 차원에서 국내 이차전지 제조 시설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며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자국 배터리 제조 시설에 30%에 달하는 투자 세액공제를 제공하는 만큼 우리도 경쟁국과 동등한 투자 환경 제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꿈의 배터리 선점”… 업계, 연구 개발 박차

한국 배터리 기업이 가격 경쟁력으로 중국을 이기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차세대 배터리 등 ‘초월적’ 기술 개발이 필수적으로 보인다.

세계일보

서울의 한 전기차 주차장에서 충전 중인 전기차.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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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에서 열린 ‘인터 배터리 2024’에서 독일 프라운호퍼 소재·광선기술연구소(IWS)의 ‘건식 전극’(Dry Electrode)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건식 전극은 배터리의 생산성을 높이고 에너지 용량을 크게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친환경 기술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화재·폭발 위험성이 낮아, ‘꿈의 배터리’라는 전고체 배터리에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건식 전극은 현재 ‘미완’의 단계다. 앞서 2020년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4680 원통형 배터리에 건식 전극을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현재까지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어려운 기술이란 말이다.

이 분야에서 기술이 가장 앞선 것으로 평가받는 기업은 삼성SDI다. 삼성SDI는 900Wh/㎏의 에너지 밀도를 자랑하는 전고체 배터리 양산 로드맵을 처음 공개했고,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 정부도 2028년 개발을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해 리튬메탈·리튬황 배터리 등 3개의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해 1172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본도 전고체 배터리에선 물러서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일본 닛산은 내년 3월까지 전고체 배터리 시험 생산을 위한 라인 가동을 시작한다. 이를 통해 2028년에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일각에선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들이 꾸준히 용량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성능 개량을 하는 만큼, 전고체 상용화 시점에는 기존 배터리도 전고체 배터리와 성능이 큰 차이가 없을 거라는 주장이다. 또한 차세대 배터리가 개발돼도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널리 쓰이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시장 초기이고, 리튬황 배터리는 리튬이온 배터리 원료 대비 매우 높다”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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