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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첫 영수회담 尹 '소통' 李 '협치'…정치적 노림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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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李 29일 첫 영수회담, 협치의 시작?
김건희 특검법 테이블? "양 측 모두 정치적 이득 거둘 것"


더팩트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오는 29일 오후 영수회담을 열 예정이다. 양 측은 각각 3인이 배석한다. 지난 2022년 3월 2일 두 사람이 대선 후보일 당시 법정 TV 토론회에서 만났다. /국회사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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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의제 협의로 난항을 겪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윤석열 대통령의 영수회담이 29일로 정해졌다. 이 대표가 사전 조율없이 일단 만나자는 태도를 취하자, 대통령실이 이를 수용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 간 회담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채상병 특검,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 지원금 등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실과 민주당의 영수회담 합의는 26일 전격적으로 합의됐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양측은 '이 대표로부터 많은 이야기를 듣고 싶다'는 윤 대통령의 뜻과 '의제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신속히 만나겠다'는 이 대표의 뜻에 따라, 29일 월요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차담 회동을 진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회동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 간 허심탄회한 대화를 통해 민생을 살리고 국정 현안을 푸는 계기가 되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양 측이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출범 후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두고 계속해 신경전을 이어왔으나, 끝내 성사되지 않았다. 지난 2022년 5월 윤 대통령은 여야 3당 대표와 "김치찌개 집에서 소주 한 잔하며, 야당 측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뜻을 밝힌 바 있지만, 민주당 측의 불참 통보로 무산됐다. 같은 달 추경 정국에서 민주당은 영수회담을 제안했지만, 대통령실은 "추경안이 먼저"라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이번 영수회담도 마찬가지로 무산될 위기에 처하자 민주당이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보인다. 두 차례나 실무협의를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양 측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다. 당내에서도 "이렇게 하다가는 윤석열 대통령이 쳐놓은 덫에 걸려가지고 영수회담이 불발될 수도 있다고 염려한다(박지원 전 국정원장)"는 우려가 나왔다. 이 대표는 26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복잡한 의제가 미리 정리됐으면 좋았을 텐데 쉽지 않은 것 같다"며 "정리하는 데 시간 보내는 게 아쉬워서 신속하게 만날 계획을 잡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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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오는 29일 영수회담에서 국정 기조 변화와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배정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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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표는 2022년 8월 당대표로 선출된 직후부터 윤 대통령과 영수회담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당시 이 대표는 "경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주도권을 갖고 있는 정부 여당,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 협력할 수 있는 최대치로 협력하겠다"며 "민생과 경제 위기 해결에 도움이 될 정책들을 신속하게 공통으로 추진하는 것을 요청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영수회담 성사는 대통령실과 야당의 팽팽한 대치로 무기한 미뤄졌다. 윤 대통령은 22대 총선 직전까지도 "반국가세력들이 국가안보를 흔들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모아야 하겠다"며 야당을 '반국가세력'으로 칭했다.

이번 회동 성사는 총선 참패 이후 윤 대통령이 국정 기조 변화를 꾀하려는 태도로 풀이된다. 이준석 개혁신당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당선인은 "이재명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대통령"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에게 국정 기조 변화와 채 상병 특검법 통과 등을 요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천준호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장은 "총선에 나타난 민심을 가감없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국민이 원하는 민생 협업과 국정기조 전환의 방안을 도모하는 그런 회담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지난 총선 과정과 총선 이후에 여러 차례 민주당이 이야기했던 의제들, 국민들이 총선 민심으로 전달했던 의제들에 대해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전달하고 방안을 찾을 예정"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영수회담을 통해 양 측 모두 정치적 이득을 거둘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불통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야당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이미지로 개선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이 대표의 경우에는 그간 윤 대통령에게 받았던 굴욕에도 불구하고 협치하는 정치 지도자 상을 보여줬다는 이미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치 정국을 쉽사리 해결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 평론가는 "대통령이 손을 내밀고, 야당이 화답해야 하는데 대통령이 손을 내밀지 않을뿐더러, 야당이 이를 거부할 것"이라며 "양쪽 모두 굳이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해 회동하는 것뿐"이라고 강조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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