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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K방산에만 3연패...中 방산, 시진핑까지 나서도 죽쑤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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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전투기 수출 실패 이어 중동 미사일 수주전선 한국 KTSSM에 고배

“천궁에 이어 K방산에 3연패, 치욕스러운 일” 한탄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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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우리 군의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 발사 모습. /국방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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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만 열면 중국 무기가 미국·러시아에 필적한다며 선전에 열을 올려온 중국 군사 블로거들이 요즘 코가 쑥 빠졌습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대규모 무기 수출 프로젝트에서 줄줄이 고배를 마신 탓이죠.

태국에 수출하려던 S26T 위안급 디젤 잠수함 프로젝트는 작년 10월 독일제 엔진 수입이 막혀 결국 계약이 취소됐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아르헨티나에 파격적인 금융 지원과 가격 할인을 약속하면서 판촉에 나섰던 JF-17 경전투기도 덴마크 공군의 중고 F-16에 밀려 수출에 실패했어요.

연초 중동에서 있었던 단거리탄도미사일 수주전에서도 중국북방공업그룹(Norinco)의 훠룽(火龍) 300 미사일이 국산 전술지대지유도무기(KTSSM)에 밀렸다고 중국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소셜미디어에는 “K9 자주포, 천궁-2 방공 미사일에 이어 단거리탄도미사일까지 한국에 밀린 건 치욕적인 일”이라는 글까지 올라왔어요.

◇시진핑 주석까지 나섰지만…

태국에 수출하려던 3억달러짜리 위안급 디젤 잠수함은 엔진이 문제가 됐습니다. 계약 당시 독일제 엔진을 장착하기로 했는데, 유럽연합(EU)의 대중 금수 조치로 이 엔진 수입이 막힌 거죠. 중국은 같은 급의 중국제 디젤 엔진 장착을 제안했지만, 태국은 거절했습니다.

국유 방산 기업인 청두항공이 2003년 개발해 파키스탄과 공동으로 생산한 JF-17은 가성비 좋은 경전투기라고 할 수 있어요. 국제시장에서 여러 차례 우리나라 FA-50과 경합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제 이 전투기를 사용하는 나라는 파키스탄과 나이지리아, 미얀마 정도에 불과해요.

아르헨티나가 경전투기 도입에 나서자 중국은 JF-17 수출을 위해 공을 들였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에게 싼 가격과 금융 지원을 제시하면서 JF-17 34대를 공급하겠다는 제안을 했어요.

하지만 작년 11월 대선에서 반중 성향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상황이 급변했습니다. 덴마크가 F-35 전투기를 도입하면서 시장에 나온 중고 F-16 전투기와 중국산 JF-17 사이에서 고심하던 아르헨티나가 F-16 도입 쪽으로 결론을 냈어요. 지난 4월 17일 덴마크 공군기지에서 계약식이 열렸는데, 중고 F-16 24대를 3억달러에 넘기는 조건이라고 합니다. 중국에서는 “미국이 뒤에서 손을 쓴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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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와 덴마크 당국자들이 4월 17일 덴마크의 한 공군기지에서 중고 F-16 전투기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덴마크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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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러 필적한다면서 왜 지나”

중국에서는 이 두 건보다 단거리탄도미사일 수주전에서 우리나라에 밀린 게 더 뼈아팠던 모양입니다. 소셜미디어에는 “중국산 미사일과 로켓이 미국, 러시아에 필적할 정도로 성능이 좋다고 했는데,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느냐”는 글이 쏟아져요.

군사 관련 소식이 자주 올라오는 소셜미디어 ‘싱훠(星火)싱크탱크’에는 4월 14일 ‘훠룽 미사일 수출 실패, 중국 방위산업이 직면한 도전’이라는 제목을 단 장문의 글이 올라왔는데, 이번 수주전의 내막을 자세하게 전했습니다. 올 연초 중동 현지에서는 KTSSM을 천무 다연장 로켓에서, 훠룽 300을 중국산 SR-5 다연장 로켓에 각각 장착해 발사하는 시험 사격이 진행됐다고 해요. 사우디아라비아 또는 아랍에미리트가 발주자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결국 KTSSM을 선택했다고 합니다. 한 국내 소식통은 “최종 확정된 건 아니지만 비슷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했어요.

훠룽 300은 사거리가 300㎞로 KTSSM(180㎞)보다 길지만 성능과 사용성, 가격 등에서 밀렸다고 해요. 싱훠싱크탱크는 “작년에 있었던 32억달러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방공 미사일 수주전에서 중국산 LY70 방공 미사일 시스템이 한국의 천궁-2에 밀렸고, 그 전 34억달러짜리 아랍에미리트 입찰도 한국에 내줬다”면서 “중국산 수출 무기의 품질 관리, 성능, 데이터의 투명성 등을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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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바이두에서는 최근 중국 훠룽 단거리 미사일이 중동 수주전에서 한국에 패했다는 기사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바이두 캡처


◇무인기 시장선 튀르키예에 고전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무기 수출 동향을 보면 러시아와 중국은 시장점유율이 내림세인 반면, 미국과 한국, 튀르키예 등은 상승세를 그리고 있어요. 2019~2023년 5년간 중국의 세계 무기 수출 시장 점유율은 5.8%로 그 직전 5년(2014~2018년)의 5.9%보다 줄었습니다. 같은 기간 한국은 1.7%에서 2.0%로, 튀르키예는 0.7%에서 1.6%로 올랐어요. 미국은 34%에서 42%로 상승했고, 프랑스도 7.2%에서 11%로 오르면서 러시아를 제치고 세계 2위 무기 수출국이 됐습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중국은 상황이 더 심각해요. 전체 수출의 절반을 넘는 61%가 파키스탄으로 갔어요. 파키스탄은 대표적인 대중 채무국으로 중국에 진 빚이 400억달러를 넘죠. 중국서 빌린 돈으로 중국산 무기를 사는 셈인데, 성능 부실 등의 문제로 여러 차례 논란이 제기됐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주포와 탱크, 미사일 등이 선전하면서 세계 10위 무기 수출국으로 올라섰어요. 튀르키예도 바이락타르 무인기 수출 호조로 11위를 차지했습니다.

중국 내에서는 “한국 미사일은 미국 기술을 사용해 중동 지역에서 성공할 수 있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와요. 암암리에 미국이 밀고 있다는 거죠. 반면, “한국과 튀르키예 산 무기가 서방 기술을 사용하지만, 서방 무기와 대등한 성능에 가격은 저렴하니까 국제 시장에서 환영받는 것”이라며 중국의 반성을 촉구하는 글도 적잖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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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가 지난 3월 발표한 2023년 국제 무기 거래 시장 통계. 한국은 시장점유율 2.0%로 세계 10위를 차지했다. /SIP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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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유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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