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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싸게 내놔도 찬밥신세" 빌라 집주인들 곡소리…전세비율 '역대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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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20일 오후 서울 은평구 빌라 밀집 지역의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있다. 부동산 정보제공 업체 경제만랩에 따르면 올해 1월 전국 빌라 전·월세 거래량은 총 2만1146건으로, 이 중 전세 거래량은 9268건, 월세 거래량은 1만1878건으로 집계됐다. 임대차 계약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56.2%로 국토교통부가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월 기준) 가장 높은 수치다. 2024.03.20. xconfind@newsis.com /사진=조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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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권을 중심으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반등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빌라 시장은 아직 겨울이 끝나지 않았다. 정부가 전세사기를 잡기 위해 만든 규제가 적용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떨어지면서 인기도 없어졌다. 빌라를 아무리 싼값에 내놔도 시장에선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전세 기피 현상이 심해지면서 빌라 집주인들은 '돈맥경화'를 겪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전세 보증금 미반환 사고 이후 빌라 중심으로 전세 거래량이 줄면서다.

28일 부동산정보 제공업체 경제만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지난 1분기 전체 주택 전·월세 거래량은 총 12만3669건, 이중 전세 거래는 5만7997건, 월세는 6만5672건으로 나타났다. 주택 임대차 거래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9%로 집계됐다. 이는 국토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1년 이후(매년 1분기 기준) 가장 낮은 수치다.

특히 서울 주택 임대차시장에서 전세 비중은 최근 4년(2020~2023년)째 계속 감소세다. 연도별로 △2020년 61.6% △2021년 58.0% △2022년 50.3% △2023년 47.6%로 점차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1분기 서울 빌라와 단독주택의 전·월세 거래량은 6만6170건인데, 이중 전세는 2만4002건에 그쳤다. 전세비중이 36.3%까지 떨어진 것이다.

전세입자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 반영된 결과다. 업계에선 빌라 시장이 초토화 상태라고 입을 모은다. 전세사기가 이슈가 되면서 빌라 전세 기피현상이 심화됐다. 빌라에 거주하려면 전세 대신 월세를 고집하는 수요자가 많아졌다.

빌라 전세 시세가 떨어졌어도 수요자들은 월세를 선호한다. 정부는 앞서 빌라 보증한도를 공시가의 150%에서 126%로 줄였다. '깡통전세'를 막기 위한 취지인데, 집주인 입장에선 당혹스럽다. 보증에 가입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드는 만큼 당장 만기가 도래하는 세입자들에게 전세금 일부를 낮춰줘야 하기 때문이다.

전세 기피 현상으로 새 세입자를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손해를 감수하고 빌라를 매도하려고 해도 선뜻 집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 전세보증금이 낮아진만큼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세보증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기존 빌라 보유자들은 당장 '부도위기'에 놓인 경우가 적지 않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빌라나 단독주택 등 비아파트 집주인들은 진퇴양난에 빠졌다"며 "아파트처럼 빌라도 주거의 한 유형인데 빌라 시장이 무너지면 아파트 가격이 더 오르고 시장이 왜곡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생활고를 겪는 집주인들이 늘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도 크다"며 "정부 대책의 부작용인만큼 수정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평화 기자 peac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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