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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삼성의 역린' 삼성생명법, 22대 국회선 어느 의원이 불씨 되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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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대 국회서 자동 폐기 운명…박용진·이용우 낙선으로 추진력 떨어져

경향신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삼성그룹 경영권 불법승계’ 사건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성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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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경향]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이 오는 5월 말 21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될 운명에 처했다. 4년 전 21대 국회 개원 후, 박용진·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쟁적으로 일명 삼성생명법을 각각 발의했다. 보험회사의 자산 재무제표상 가액에서 채권·주식의 소유금액을 취득원가가 아닌 시가를 기준으로 하는 보험업법 제106조 개정안이다. 시가를 기준으로 하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20조원대의 삼성전자 소유 주식을 강제매각해야 한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사는 대주주 또는 계열사의 유가증권을 총자산의 3% 이내로만 소유할 수 있다. ‘이재용 회장→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전자 지배체제에서 한 축을 허물 수도 있어 상징적인 재벌개혁 법안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2022년 11월 22일 국회 정무위 법안심사1소위에서 논의된 뒤 더 이상 주목을 받지 못했고 결국 사라지게 됐다.

22대 국회에서 과연 이 법안의 불씨가 되살아날 수 있을까. 우선 박용진·이용우 두 의원이 22대 국회에 등원하지 못함에 따라 재발의 가능성은 매우 낮아졌다. 박 의원은 대표적인 ‘비명’(비이재명계)으로,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낙마했다. 이 의원 역시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다. 19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삼성생명법을 발의한 이종걸 전 민주당 의원도 이번 총선에서 서울 종로에 출사표를 냈으나 공천을 받지 못했다.

삼성그룹 ‘역린’ 건드리는 법안

삼성생명법은 19대 국회에서 이종걸 의원이, 20대 국회에서 이종걸·박용진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삼성그룹의 ‘역린’을 건드리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발의 자체가 매우 민감한 사안이 돼왔다. 이 법안의 구체적인 조항을 다듬은 김성영 보좌관(이용우 의원실)은 ‘이종걸 의원실→박용진 의원실→이용우 의원실’로 옮기는 동안 ‘삼성 킬러 보좌관’으로 세간에 알려졌다. 김 보좌관이 ‘22대 국회에서 과연 민주당 정무위 소속 의원의 보좌진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까’라는 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어느 의원실로 간다는 자체가 바로 ‘삼성생명법 발의’와 직결돼왔기 때문이다. 김 보좌관은 “지난 19대 국회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한 차례 좋은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박대동 전 의원(새누리당)이 거세게 반대해 이뤄지지 못했고, 21대 국회에서도 법안 소위에 올랐지만 통과되는 분위기는 전혀 아니었고 거의 형식적이었다”고 아쉬워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주식이 대량 매물로 나오면 대혼란을 가져온다는 논리를 내세워 반대한다. 김 보좌관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이 자사주를 사는 방식으로 시장 대혼란을 피할 방법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김 보좌관은 “이용우 의원이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은 ‘삼성생명법1’로 기존의 이종걸 전 의원이 낸 법안과 거의 비슷하지만, 박용진 의원 발의법은 ‘삼성생명법2’로 보유 주식 판매 후 차익을 나누는 방법이 들어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유배당 보험계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가게 하는 방식인데, 현행법은 이들 계약자가 아니라 주주들에게 유리하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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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김남근 당선인에 기대

이 법안이 마지막으로 논의된, 2년 전 법안소위 회의록을 보면 왜 통과가 힘든지 잘 드러나 있다. 이 소위에서 박용진·이용우 의원이 법안 통과를 주장했으나, 김희곤·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이 반대하고 나섰다. 당시 박 의원은 “역대 금융위원장들이 이 사안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다고 했는데 삼성생명은 금융위로부터 어떠한 권고와 충고도 조언도 들어본 적이 없다고 국정감사 때 얘기했다”며 금융위를 비판했다. 반대에 나선 김희곤 의원은 “영향을 받는 회사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뿐인데, 굳이 입법을 해서 두 회사를 불법화하는 법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결국 김종민 소위위원장은 “이것을 그냥 무작정 묻어 놓고 가는 것은 우리 자본시장의 투명성·공정성·선진화를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고 삼성그룹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공론화 필요성만 언급한 채 정회해 버렸다. 21대 국회에서 ‘삼성생명법’의 필요성만 확인한 것이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됐으나 폐기 위기에 처한 재벌 관련 개혁법은 더 있다. 박용진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인적 분할 시 자사주 배정 금지), 이용우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이사충실 의무 강화,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제도) 등이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시민단체에서는 재벌개혁 공약이 거의 없음을 지적한 바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난 4월 3일 ‘22대 총선 공약 평가 결과’를 발표하면서, 지난 총선과 달리 재벌 공약이 실종됐다고 지적했다. 대부분 소수주주 권익보호 공약으로 대체됐다고 평가한 것이다. 권오인 경실련 경제정책국장은 기자와 전화 통화에서 “국민의힘은 그렇다 치더라도 민주당에서조차 재벌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면서 “재벌경제 집중 현상은 더 심각해졌는데, 정치권의 이슈는 오히려 개발 공약을 남발해 포퓰리즘에 치우쳤다”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22대 국회의 경제 분야 정책과제로 ‘재벌 출자구조개혁과 징벌 배상제 도입’, ‘재벌 황제경영 및 사익 편취 근절을 위한 소수주주동의제 도입’, ‘양극화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제개혁’을 제안했다.

재벌개혁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은 서울 성북을 지역구에서 당선된 김남근 민주당 당선인(변호사, 민변·참여연대 출신)에게 기대를 걸고 있다. 김 당선인은 “재벌 집단의 지배구조 문제와 일감 몰아주기 등에 대한 재벌개혁과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스튜어드십 코드, ESG경영 등을 면밀히 살펴보려고 한다”면서 “21대국회 의원이 발의한 상법 개정안도 이들 의원(박용진·이용우)과 상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생명법에 대해 김 당선인은 “삼성만을 위한 특혜입법인 이 법안의 개정이 그냥 이슈 파이팅으로 그치게 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 정무위에서 동료 의원들을 설득해 개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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