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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EAA 힘주는 SK지오…나경수 "고부가로 아태 1위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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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이 사업 무게중심을 범용 화학제품에서, 고부가 화학제품으로 옮기는 포트폴리오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 제품은 포장재 접착소재인 'EAA'(에틸렌 아크릴산)다. SK지오센트릭은 내년 중국에 EAA 공장을 완공한 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


"영업이익 무게중심, 범용→고부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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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플라스 2024에서 만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아시아 최대 플라스틱·고무 전시회 '차이나플라스 2024'가 열린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 지난 24일 만난 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은 'SK지오센트릭의 리밸런싱(Rebalancing) 방향'에 대해 "범용 화학제품에서 올리는 영업이익을, 고부가 제품에서 올릴 수 있도록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표 수치를 지금 정확히 밝힐 수는 없지만, 이 방침은 변함 없을 것"이라고 했다.

SK그룹은 올 들어 그룹 내 사업을 점검하고, 최적화하는 리밸런싱 작업을 추진 중이다. 석유화학 사업에는 '수익성 강화'가 미션으로 내려졌다. SK지오센트릭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의 박상규 사장은 취임 후 가진 임직원들과 워크숍에서 "가격 경쟁력과 운영 최적화 등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며 "석유화학 산업은 적어도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등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심리 악화, 중국발 과잉 공급이 맞물리면서 SK지오센트릭을 비롯한 국내 석유화학 업계가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단기간 내 업황이 회복할 가능성도 낮다. 나 사장은 "중국의 증설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중국이 워낙 커서 생산능력으로는 1위를 할 수 없다"면서 "기술력 기반의 고부가 제품군에서 넘버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중국 과잉공급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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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플라스 2024 내 SK지오센트릭 부스 EAA 섹션에서 방문객들이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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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지오센트릭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은 고부가 제품은 'EAA'다. 종이컵이나 햄버거를 감싸는 얇은 포장재, 요구르트 은박지 등은 외관상 한 겹으로 보이지만, 실제 여러 겹으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각 포장재를 붙이는 소재가 필요하다. EAA는 접착력이 좋아 각기 다른 소재의 포장재를 이어붙이는데 쓰인다. 기존 플라스틱 포장재보다 재활용이 쉽고, 플라스틱 양도 3분의1로 줄일 수 있다. 우유팩과 같은 무균 포장재, 치약 등에 쓰이는 적층 튜브, 육류 패키지, 강화유리 등 활용처도 다양하다.

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은 "2017년부터 중국기업들의 설비투자가 폭증해, 지금의 중국발 (범용 제품) 공급 과잉을 일찌감치 예상했다"며 "원가 경쟁에서 중국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 고부가 제품을 키우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SK가 잘하는 '포장'에 들어가는 정밀화학으로 범주를 좁힌 결과, EAA를 낙점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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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리엔춘 SK지오센트릭 중국사업개발실장(부사장)이 25일 상하이SK타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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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SK지오센트릭은 EAA 시장 1위인 미국 다우케미칼로부터 미국, 스페인 EAA 공장을 인수해 연 4만8000톤 규모 생산 역량을 확보했다. 지금 내년 완공·내후년 상업 생산을 목표로 중국 장쑤성에 4만톤 규모의 세 번째 EAA 공장을 짓고 있다. 중국에 처음 지어지는 EAA 공장이다.

EAA 다운스트림 제품인 아이오노머 생산 공장을 건설하고자 지방 정부와도 협상 중이다. 아이오노머는 EAA에 나트륨 이온 등을 결합한 소재로 탄성력이 좋다. 골프공, 자동차 부품 등에 쓰인다. 이 공장은 2027년 준공, 2028년 상업 생산이 목표다.

SK지오센트릭은 생산시설을 바탕으로 중국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엠알에 따르면 글로벌 EAA 시장은 2022년부터 연평균 6.1% 성장해 2032년 6억달러(8257억원) 규모가 될 전망이다. 특히 중국 시장의 비중은 현재 5%에서 2032년 20%(2억달러)로 급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이리엔춘 실장은 "고부가 제품은 1인당 GDP가 2만달러(2751만원) 이상이 돼야 쓴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경우, 지난해 GDP가 2만달러 이상인 인구가 2억명이 넘는다"며 "당장 고부가 제품 소비는 적지만, 머지않아 수요가 크게 뛸 것으로 본다"고 했다.

하지만 EAA를 생산하는 기업은 전 세계에서 다우케미칼, 미국 엑손모빌, 영국 이네오스, SK지오센트릭 4곳에 불과하다. 설비에 묻는 끈적끈적함을 해결하는 어려움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지 않는, 수급 밸런스를 중시하는 이 사업의 특성을 고려할 때 경쟁사들이 공급 경쟁이 나설 가능성도 낮다. 공급이 많아지면, 제품 가격이 떨어지는 점이 우려해서다. 다우케미칼 등도 2030년까지 대규모 공장 신설이나 확충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파트너사들의 문의가 많다. 나 사장은 "SK지오센트릭 기술이 좋다보니, 중국에 있는 파트너사들이 저희와 일을 많이 하고 싶어 한다"고 했다. 실제 나 사장은 지난 24일 차이나플라스 2024 부스 한 켠에서 '접착소재 기능과 솔루션'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는데, 시작 전부터 사람들로 공간이 가득 찼다. 나 사장은 "미국, 유럽에서 EAA를 수입해서 쓰는 고객 분들의 어려움을 잘 안다"며 "중국 공장에서 여러분께 EAA를 직접 공급할 날이 멀지 않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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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수 SK지오센트릭 사장이 지난 24일 차이나플라스 2024에서 '접착소재 기능과 솔루션'을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SK지오센트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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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이(중국)=박미리 기자 mil05@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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