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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이슈 교권 추락

“인권 문제에 퇴행적인 국민의힘” 조희연…“교권과 학생인권 대립 사고는 천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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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시교육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가결에 72시간 농성

세계일보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 마련된 농성장을 찾아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사진 왼쪽)과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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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정 12년 만에 ‘서울시 학생인권조례안’이 폐지 수순을 밟게 되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만장일치 폐지 결정을 내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을 겨냥해 인권 문제에서 퇴행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취지로 지적했다.

조 교육감은 이날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의힘에)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대오각성하라는 총선의 민의가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조금 심사숙고해주셨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을 국민의힘 시의원들이 모르냐는 비판인데,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대한 조 교육감의 안타까움이 뒤섞인 발언으로 들릴 여지가 있다.

시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안 의결에 학교·시민 인권 역사의 ‘후퇴’로 기록될 사안이라며 재의 요구를 검토하겠다던 기존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조 교육감은 이처럼 말했다. 다만, 조 교육감이 재의를 요구해도 서울시의회 의석(총 112석)의 76석을 차지한 국민의힘이 다시 가결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 이럴 경우 조 교육감은 대법원까지 사안을 끌고 가겠다는 생각이다.

앞서 시의회는 지난 26일 제323회 임시회 제3차 본회의를 열어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조례안’을 상정, 재석 의원 60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상정에 반발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들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충남에 이은 두 번째 학생인권조례 폐지 사례다.

2012년에 제정된 학생인권조례는 성별이나 용모 등 신체조건, 출신 국가나 지역 그리고 정치적 의견이나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체벌과 따돌림 등에서 자유로울 권리를 가지며, 자신의 소질과 적성 및 환경에 합당한 학습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밝힌다. 이와 함께 적절한 휴식을 누릴 권리와 복장·두발 등 용모에서도 개성 실현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자신의 가치와 윤리적 판단 등에 따른 양심과 종교의 자유도 포함했다.

현행 학생인권조례가 성적 지향·성별 정체성 등 사회적으로 합의되지 않은 항목들을 차별받지 않을 권리에 포함했다는 점 등을 들어 학생의 권리·책임에 대한 그릇된 인식을 조성한다는 비판 여론을 반영해 지난해 3월 폐지조례안이 발의됐다. 같은 해 12월 시의회가 폐지안을 교육위원회에 상정하려다 서울행정법원이 시민단체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제동이 걸렸지만, 시의회는 이후 특위에서 의원 발의 형태로 폐지를 재추진했고 가결됐다.

조 교육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의는 정치의 논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최근의 교육활동 침해 사례들이 학생인권에서 비롯됐다는 주장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는 진단”이라고 호소했다.

‘존경하는 서울시민 여러분, 지금부터 72시간 동안 제가 집무하는 본청 앞에서 항의 천막연좌를 연다’던 조 교육감의 농성은 29일 오후 5시30분 마무리를 앞두고 있다. 그는 MBC 라디오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언급 시 항상 조성되는 ‘학생인권 vs 교권’ 대립 구조에 “굉장히 천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누구 한쪽의 인권만 중요한 게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인권과 교육권 등이 모두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 교육감의 천막 농성 현장에는 그간 박주민·남인순·진성준 민주당 의원들뿐만 아니라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등도 다녀갔다. 농성에 돌입한다는 조 교육감의 SNS 글을 본 일반 시민들도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 대표는 지난 28일 자신의 SNS에 글을 올려 “조국혁신당 당선자들과 함께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항의 농성을 전개 중인 조희연 교육감님을 방문했다”며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시키고 갈라치기하는 시도에 반대하고, 양측을 똑같이 발전시키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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