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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화웨이·ZTE, 통신장비 시장서 잘 나가는데… 에릭슨·노키아·시스코는 감원 태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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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화웨이 본사./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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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 노키아, 시스코가 중국 화웨이와 ZTE의 시장 내 영향력 확대에 입지가 좁아지며 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5G(5세대 이동통신)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며 세계 통신장비 수요가 줄고 있지만, 중국 통신장비 회사들은 내수 시장과 신흥국 수요를 공략해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 에릭슨, 올해 전 세계 법인서 직원 1만명 이상 해고… 노키아·시스코는 직원 5~10% 감축

30일 업계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세계 2위 통신장비 회사인 스웨덴 에릭슨은 지난 23일(현지시각) 중국 연구시설에 있는 직원 240명을 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릭슨은 최근 진행된 내부회의에서 “화웨이와의 경쟁 심화로 2025년까지 중국 사업의 방향에 변화를 줄 것”이라고 직원들에게 알렸다. 에릭슨은 지난달에는 스웨덴 본사에서 1200명의 직원을, 지난 2월에는 전 세계 법인에서 8500명을 해고할 것이라는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3위 통신장비 회사인 핀란드 노키아도 최근 인력을 줄이고 있다. 노키아는 전체 인력 8만6000명의 16%인 1만4000명을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해고할 계획이라고 지난해 10월 밝혔다. 노키아는 정리해고를 통해 최대 12억유로(약 1조7707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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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노키아 직원 수 추이./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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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 통신 인프라 기업인 미국 시스코도 올해 대규모 인력 감축을 진행하고 있다. 통신 인프라 기업은 통신장비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연결을 돕는 소프트웨어 솔루션까지 함께 공급하는 업체다. 이 시장 역시 1위 기업은 화웨이가 차지하고 있다. 시스코는 지난 2월 8만4000여명의 직원 중에서 수천 명을 해고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시스코는 2022년 11월에도 전체 인력의 5%를 해고한 적이 있었는데, 또 다시 대규모 정리해고를 진행하게 됐다.

◇ 주요국 5G 구축률 90%대 넘겨 시장 성장 둔화… 中은 내수·신흥국 중심으로 점유율 확대

시장조사업체 텔레지오그래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미국 통신사 티모바일은 전국 96.3%에 5G망을 구축했다. 같은 기간 일본도 전국 47개현에 5G망을 설치했고 싱가포르, 쿠웨이트, 태국 등도 5G 구축률이 90%가 넘은 상태다. 시장조사업체 델오로는 올해 통신장비 시장 규모가 지난해보다 4%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신장비 회사들은 주요국의 5G 장비 수요가 줄면서 매출 감소를 겪고 있다. 올 1분기 에릭슨의 매출은 533억크로나(약 6조7482억원)로 전년 대비 14% 감소했다. 같은 기간 노키아의 매출은 46억7000만유로(6조8684억원)로 20% 감소했다. 두 기업 모두 올 1분기 영업이익은 늘었지만, 이는 구조조정 효과인 것으로 업계는 파악했다.

반면 화웨이나 ZTE 등 중국 기업들은 내수 시장과 신흥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통신장비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은 337만대의 기지국을 구축해 5G 보급률 80%를 달성했다. 지난해 9월 319만대 대비 5.6% 늘어난 수치다. 동남아나 남미 등도 중국 장비를 통해 5G 구축률을 늘리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통신장비 시장 점유율은 31.3%로 전년 대비 0.3%P(포인트) 감소했지만 여전히 1위 업체로서 영향력을 굳히고 있다. 같은 기간 중국 ZTE는 전년 대비 1.6%P 늘어난 13.9%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반면 에릭슨의 시장점유율은 24.3%로 1%P 감소했다. 노키아는 유럽 시장에서 퇴출당하고 있는 화웨이의 빈자리를 메우며 4년 만에 점유율 19%대를 회복했다.

송영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ICT전략연구소 미래전략연구실장은 “화웨이와 ZTE는 가격 경쟁력과 품질을 내세워 중국과 신흥 시장을 적극 공략해 매출을 끌어올리고 있다”며 “노키아나 에릭슨 등이 유럽에서 퇴출 수순인 화웨이의 빈자리를 파고들어 점유율을 당장 늘릴 수는 있겠지만 일시적인 상황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노키아와 에릭슨, 시스코를 둘러싼 시장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인력 감축도 계속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민국 기자(mansa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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