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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고령사회로 접어든 대한민국

'발목 잡힌 증여'…老老현상에 富도 고령화[현금없는 세대 50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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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세대’ 5060…평균 자산 6억원 넘어

5060 자산이 절반 이상…‘부의 고령화’ 지속

상속·증여세 부담에 ‘부의 이전’ 미뤄져

“자산 이전 어려워…소비력 하락에 부작용 우려”

헤럴드경제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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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우리 땐 월급 모으면 서울에 아파트 한 채는 살 수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서울 아파트값이 10억원인데, 어떻게 월급모아 집을 사나요. 그러니 자식한테 이 집 한 채라도 물려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은퇴한 60대 A씨)

부(富)의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경제활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 연령대 중 가장 자산이 많은 ‘부자’ 세대로 꼽히는 5060세대는 자산의 80% 이상을 부동산에 깔고 앉아 있다.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없다 보니 부(富)의 이전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문제는 그들의 자녀인 2030세대는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꼽힌다는 점이다. 월급보다 자산가격이 빠르게 뛰면서 ‘벼락거지’란 꼬리표도 달고 다닌다. 현실적으로 부모 세대의 도움 없이는 자산 축적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다는 얘기다.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코 앞에 둔 이들의 현실적인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자식들의 결혼 자금에서부터 집 장만까지 들어갈 돈이 한 두푼이 아니다. 자산을 나눠 증여를 통해 자신의 부(富)를 이전해줘야 하는데, 문제는 부의 이전을 촉진해주는 증여의 문이 좁다. 사전증여가 쉽지 않다보니 ‘노노(老老)증여’에 따른 부의 병목현상, 심지어 부의 고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자산’ 틀어쥔 5060…지속되는 ‘부의 고령화’
헤럴드경제

30일 통계청 마이크로데이터 통합서비스(MDIS)를 이용해 ‘2023 가계금융복지조사’를 분석한 결과 50대와 60대가 보유한 평균 총자산은 각각 6억452만원, 6억2068만원으로 일제히 6억원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40대 5억6121만원 ▷30대 3억8617만원 ▷20대 1억4661만원 등 수준이었다. 5060세대가 국민 중 가장 돈이 많은 세대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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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전체 가계 자산 중 5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6.7%, 60대는 24.7%로 30세 미만(1%), 30대(10%), 40대(21.6%)에 비해 높다. 부동산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역시 50대(26.4%), 60대(25.9%) 나아가 70대 이상(18.8%)이 그들의 자녀세대인 30세 미만(0.5%), 30대(7.8%)보다 압도적으로 높다.

많은 5060 세대가 부동산 등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30세대는 수년간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의식주 가운데 ‘살 곳’을 갖추기 어렵게 됐다. ‘벼락거지’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로 꼽히는 까닭이다.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진행한 설문조사(2018년)에 따르면 노년가구 중 보유주택 비상속의사를 밝힌 비율은 전체 2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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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부동산이 ‘마지막 유산’으로 여겨지는 것은, 자녀들에 물려줄 수 있는 현금 자산이 부족한 영향이다. 지난해 기준 50대 보통가구(자산 20~80% 구간)의 평균 부동산 자산은 2억2541만원으로 총 자산의 63%를 차지했다. 60대 보통가구는 68.9%로 더 높았다. 5060 보통가구의 현금자산은 1억447만원, 8721만원으로 총자산 대비 각각 29.3%, 24.8%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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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부동산 자산으로 깔고 앉아 고령화를 맞이하면서 나타나는 ‘부(富)의 고령화’다. 실제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이 법원 등기정보광장을 통해 집합건물의 소유권 이전 등기를 분석한 결과, 올해 집합건물 증여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연령대는 ‘70세 이상(37%)’으로 나타났다. 70대 자녀가 100세 부모에게 집을 증여받는 것이다. 2020년만 해도 70대 이상 증여인 비중은 23.1%였으나, 지난해 36%로 30%대에 진입한 이후 커지고 있다.

한국, GDP 대비 상속·증여세수 1위…“경제 비효율화 부작용”

이에 따라 경제 활력을 위해선 ‘부의 이전’을 더 쉽게 열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사전증여의 문턱을 낮춰, 부의 이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상속·증여세수 비율은 0.7%로, 프랑스·벨기에와 더불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였다. 부의 세대 간 이동이 그만큼 막혀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상속과 증여를 통틀어 1명당 평생 1361만달러(187억원)까진 세금을 낼 필요가 없다. 일본은 연간 110만엔(1000만원)은 기본적으로 과세 대상에서 빼주고, 부모로부터 결혼 자금 용도로 증여받는 재산 1000만엔(8800만원)을 추가로 공제해준다. 독일은 거주 주택을 증여할 때 일정 요건을 갖추면 세금을 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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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시중은행 영업점에서 고객이 업무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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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한국은 총 자산 중 현금 비중은 적은데 집을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 움직이지도 못한다. 노동법상 법정 정년 연령인 만 60세를 넘겨서도 일하는 가구가 80%(60대 가운데 소득 분위 20~80%인 보통 가구 대상)에 달한다. 생활비를 벌어서까지 가구 자산을 가까스로 지키는 셈이다.

60대 보통가구에 적정생활비 충당 여부를 묻자 약 7.98%만이 ‘여유 있다’고 답했다. ‘부족하다’ 혹은 ‘매우 부족하다’고 답한 비중은 53.4%로 과반이었다. 고윤성 한국외대 경영대학 교수는 “고령화가 심화되며 소비력이 떨어지는 세대로 자산이 몰리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특히 현금화하기 어려운 부동산 자산의 이전이 어려워지며 경제 비효율화 등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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