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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못 찍겠다, 저질!" 트럼프, 공화당 집토끼에 발목 잡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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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실베이니아서 15만 표 헤일리 지지
'접전' 경합주서 트럼프 지지율 '암초'
"트럼프 찍을 바엔 이탈" '항의 투표'
변수 떠오른 케네디 주니어 공격도
한국일보

2018년 10월 당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유엔 주재 미국대사였던 니키 헤일리를 백악관에 초청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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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내 '반(反)트럼프 민심'이 심상치 않다. 가뜩이나 피 말리는 접전이 예상되는 경합주(州)를 중심으로, 좀처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마음을 열지 않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당내 경쟁자들을 잇따라 따돌리며 가뿐하게 대권 티켓을 거머쥐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이 또 다른 암초를 만난 셈이다.

'사퇴' 헤일리 두 자릿수 지지율... 왜?


29일(현지시간)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은 '뜻밖의 인물'에 발목이 잡혔다. 3월 초 공화당 경선에서 중도 사퇴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대사가 걸림돌이 된 것이다. 지난 23일 실시된 펜실베이니아주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유권자 15만8,000명(17%)은 일찌감치 대선 후보 도전을 포기한 헤일리 전 대사를 찍었다.

이 지역은 2020년 대선 때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 대통령이 8만500표 차이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눌렀던 대표적 경합주다. 당시 격차의 두 배 가까운 표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또 외면한 것이다. 이날 경선에서 80%가 넘는 압도적 득표를 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웃지 못한 이유다. 최근 또 다른 경합주인 애리조나와 위스콘신에서도 공화당 유권자 20% 이상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다른 후보를 찍었다.

이 같은 현상은 '비호감 트럼프'를 도저히 찍을 수 없는 공화당 유권자들의 이른바 '항의 투표(Protest votes)'라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2월 미시간 프라이머리에서 헤일리 후보를 선택한 공화당원 제리 크레겔(60)은 WSJ에 "저급한(shoddy) 트럼프를 도저히 지지할 수 없다"며 "트럼프 재임을 막기 위해 바이든 대통령 지지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헤일리 지지자들은 11월 본선 때 트럼프의 가장 큰 약점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판 흔들 가능성... 케네디 주니어에 맹공


무소속으로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도 트럼프 심기를 거스르는 '눈엣가시'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케네디 주니어 후보가 자신의 지지율을 갉아먹는 변수로 떠올라서다. 최근 미 NBC방송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46%)은 바이든 현 대통령(44%)과의 양자 대결에서 앞섰다. 하지만 케네디 주니어(13%)를 포함한 5명의 다자 대결 구도에선 트럼프(37%)가 바이든(39%)에게 밀렸다. 양자 대결에서 트럼프를 지지했던 응답자 일부가 케네디 주니어로 갈아탄 결과다.
한국일보

무소속 후보로 미국 대선에 출마한 로버트 F 케네디 주니어가 지난 24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EarthX 콘퍼런스'에서 환경 문제에 대해 연설을 하고 있다. 댈러스=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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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도 경계감을 감추지 않는다. 최근 트루스소셜에 "케네디 주니어는 비뚤어진 조 바이든의 재선을 돕기 위해 민주당이 심은 급진 좌파"라며 "그를 지지하는 건 쓸모 없는 항의 투표가 될 것"이라고 썼다.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로 민주당의 정치 명문 케네디가(家)의 일원이지만, 지난해 민주당을 탈당해 독자 출마를 강행한 케네디 주니어의 행보를 대놓고 비판한 것이다.

공화당도 케네디 주니어 후보를 향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계심을 인정하고 있다. 알렉스 코난트 공화당 전략가는 "케네디 주니어가 하는 일엔 트럼프를 긴장시킬 것들이 많다"고 했다. 미 의회전문매체 더 힐은 "케네디 주니어에 대한 트럼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건 분명하다"고 평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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