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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교권과 학생인권 중 어떤 걸 선택할까요” [여기 정책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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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학생인권조례 폐지 논란

‘여기 정책이슈’는 정부 및 지자체 정책을 콕 집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매년 다양한 정책이 나오고 있지만, 생각보다 널리 알려지지 않아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요. 이 코너를 통해 정치와 지자체 정책사업을 상세히 설명해 정책을 몰라서 혜택을 놓치는 일이 없도록 돕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쿠키뉴스

조희연 교육감은 서울시교육청에서 29일 ‘학생인권조례 폐지 반대 및 학생인권법 제정 결의’ 서울특별시교육감 국회의원 공동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유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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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과 학생인권은 양립할 수 없을까?”

최근 서울 학생인권조례가 폐지 수순을 밟으며 정치권 안팎으로 논쟁이 되고 있습니다. 서울시교육감은 거부권을 행사해 재의요구를, 야당은 상위법인 ‘학생인권법’ 제정을 통해 폐지를 막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 정책이슈’ 두 번째 편으로 ‘학생인권조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지난 2010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돼 광주·서울·전북·충남·인천·제주 등 전국 7개 시도에 도입됐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학생들이 차별받지 않을 권리, 폭력과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권리 등을 통해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실현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인권조례에 따라 복장과 두발 등 용모에서 개성을 실현할 권리를 가지고, 이름표 착용 강제 금지 등 사생활과 개인정보를 보호받을 권리를 보장받았습니다. 학생인권조례는 권위주의적 학교 문화를 개선해 교내 민주주의를 실천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학생인권조례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늘 있었습니다. 일부 교사‧학부모 단체를 중심으로 “학생 인권이 지나치게 비대해 교원을 위축시키고 있다” “차별받지 않는다는 조항이 동성애를 조장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한국 사회에 추락한 교권을 회복해야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습니다. 같은 달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학생들의 인권이 지나치게 강조되면서 교권이 땅에 떨어졌다”며 “시도 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조례를 재정비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가 교권 하락의 주범이라 지적한 것입니다.

지난해 교육부의 ‘시도별 교권침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학생인권조례가 시행된 2010~2012년 서울과 경기의 교권침해건수는 2~3배 증가했습니다. 주목할 점은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지 않았던 타 지역입니다. 같은 시기 학생인권조례가 없는 부산, 대구, 경북, 울산, 경남, 대전 등의 교권침해건수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전국적으로 해당 시기에 교권침해가 크게 늘었다 감소하는 등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학생인권조례 재정이 교권하락을 가져왔다는 인과관계가 성립한다고 보긴 어려운 이유입니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양립할 수 없는 권리일까요. 한쪽의 권리를 보호하면 한쪽의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제로섬 게임일까요. 교권과 학생인권에 대한 논쟁이 끊이지 않던 지난해 7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성명을 하나 냅니다. 송두한 국가인권위원장은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모순·대립하는 것이나 택일적 관계가 아니다”라며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가 그간 학생 인권을 강조해 생겨난 문제라거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탓이라는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장 교사들은 교권과 학생인권이 시소처럼 대립되는 상황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애꿎은 학생인권조례를 손 볼 게 아니라고 합니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 신모(32)씨는 “언제 교사들이 학생인권조례 때문에 교권이 추락했다고 말했냐”며 “탁상행정도 이런 탁상행정이 없다. 교육과정 바꾸고 학생인권조례 폐지할 게 아니라 아동학대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역별 학생인권조례 여부에 따라 인권 보장 수준의 차이를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지난 총선에 더불어민주당은 ‘학생인권법’을 공약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학생인권법’에서는 학생들의 안전과 권리를 명확하게 지키되, 학생의 책무도 함께 다뤄야 합니다. 교원들의 정당한 생활지도와 일상적 교육활동도 보호하는 ‘학생인권법’이 돼야 할 것입니다.

유민지 기자 mj@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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