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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이슈 경찰과 행정안전부

종이로 도로 뒤덮은 경찰·구청 직원…다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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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지난달 15일 오후 3시25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2동의 한 왕복 2차선 도로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약 4시간에 걸쳐 3∼400m에 이르는 도로에 흡착포와 부직포를 한장 한장 붙였다.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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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기름 냄새가 나요.”



지난달 15일 오후 3시25분께 서울 금천경찰서 백산지구대에 한통의 신고가 접수됐다. 서울 금천구 시흥2동의 한 왕복 2차선 도로에서 오르막길을 오르던 공사용 트럭의 연료통에 틈이 생겨 기름이 도로 위로 흘러나온 것이다. 연료통에 연결된 밸브 부품이 노후화된 탓이었다.



경사가 가파른 데다 비까지 내려 길은 더욱 미끄러워졌다. 서울경찰청이 1일 ‘서울경찰’ 유튜브 채널에 공개한 영상을 보면, 트럭 뒤를 따라 기름이 흥건한 도로 위를 올라가려던 차와 오토바이가 헛바퀴를 돌며 뒤로 미끄러졌다. 연료가 다 떨어진 트럭은 도로 중간에 우뚝 서버렸다고 한다. 기름이 유출된 도로는 300∼400m에 이르렀다.



한겨레

지난달 15일 오후 3시25분께 서울 금천구 시흥2동의 한 왕복 2차선 도로에 기름이 유출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경찰과 구청 직원들은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약 4시간에 걸쳐 3∼400m에 이르는 도로에 흡착포와 부직포를 한장 한장 붙였다. 서울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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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피해를 막기 위해 도로 위에 기름을 제거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흔치 않은 기름 유출 사고에 대한 ‘대응 매뉴얼’이 없었다. 경찰들과 금천구청 직원들은 각자 소매를 걷어붙였다. 백산지구대 관계자는 이날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신고를 받자마자 바로 출동해보니 차들이 오르막길을 전혀 올라가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상황이어서 뒤차와 추돌할 위험이 컸고, 기름을 피하려다가 맞은 편에서 달려오는 차와 충돌할 수도 있었다”며 “곧장 도로를 통제하고 차들이 (사고 현장을) 돌아갈 수 있게 안내했다” 고 설명했다.



동시에 금천구청 직원들과 경찰들은 도로 위에 쪼그리고 앉아 흡착포와 부직포를 한장 한장 깔았다. 흡착포는 기름 흡수에 특화된 전용 도구로, 기름 유출 현장을 수습할 때 자주 쓰인다. 그 뒤에는 도로공사에 사용하는 미세 모래 1톤을 그 위에 뿌려 차 바퀴가 미끄러지지 않게 했다.



금천구청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여러 부서와 함께 논의한 끝에 해볼 수 있는 일은 모두 시도했다”며 “구청 환경과에 있던 흡착포와 청소과에 있던 부직포를 챙겨 와 도로 위 기름을 제거하려는데 낱장으로 돼 있어 (300∼400m가 되는 도로 위에 흡착포와 부직포를) 한장 한장 손으로 직접 깔았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과정을 마치는 데 약 4시간이 걸렸다.



구청은 이튿날 살수차로 도로 바닥을 다시 한번 깨끗하게 청소해 위험을 방지하기도 했다. 다행히 이튿날까지 2차 피해는 단 한건도 일어나지 않았다.



한편 경찰은 “기름을 유출한 트럭에 책임을 물을지는 아직 논의 중인 상태”라고 밝혔다.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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